톡토기는 하루살이를 타고 이동한다-1600만년 전 증거
호박 속 화석, 정밀 입체 촬영으로 드러나
소형 토양동물 톡토기의 장거리 확산 수수께끼 풀리나
» 하루살이 성충 몸에 붙은 채 화석이 된 톡토기(화살표). 사진=데이브 페니, 맨체스터 대학
정원의 낙엽이나 화분을 들치면 길이가 2~3㎜인 작은 벌레가 톡톡 뛰어 달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계 어디나 흔하게 분포하는 톡토기라는 토양 곤충이다. 그런데 화산활동으로 새로 생겨난 섬에도 이 곤충이 곧 생겨난다. 톡토기가 어떻게 확산해 나가는지를 두고 해류를 탄다거나 공중을 날아다니는 플랑크톤을 이용할 것이란 가설은 있지만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진드기 같은 작은 곤충이 거미나 나비 등 다른 큰 곤충에 편승해 이동하는 현상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하루살이 애벌레에 ‘무임승차’하기는 쉽지 않다. 주로 물속에서 살다 물 밖으로 떼지어 날아오르는 하루살이 성충은 종에 따라 한 시간 이내에서 기껏 며칠 동안밖에 살지 못한다. 소화기관도 없는 하루살이 성충은 이 짧은 기간 동안 짝짓기에 몰두한다. 따라서 하루살이 성충은 편승하기에 좋은 숙주가 아니다.
» 하루살이 성충. 물 밖에선 아주 짧은 기간만 생존한다. 사진=샤라드 푸니타, 위키미디어 코먼스
» 하루살이에 편승한 것과 같은 과에 속하는 톡토기. 사진=크리스천 피셔,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런데 하루살이의 날개 아래에 톡토기가 들러붙어 이동하는 생생한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도 1600만년 전에 일어난 일이 고스란히 보존된 상태로 발견됐다.
페니 맥네일 영국 맨체스터 대학 생물학자 등 영국 연구진은 최근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서 이 대학이 보관중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출토된 호박에서 하루살이에 편승한 톡토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송진 등 나뭇진이 굳은 광물인 호박에는 종종 나뭇진에 묻혀 죽은 뒤 썩지 않고 보존된 다양한 곤충 화석이 발견된다.
연구진은 약 1600만년 전 신생대 마이오세 때 호박에 하루살이 애벌레가 들어있었는데, 그 오른쪽 날개 기부의 계곡처럼 움푹 패인 부위에 톡토기가 더듬이를 이용해 붙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부위는 하루살이가 날더라도 몸에 들러붙어 있을 수 있는 곳이다.
» 하루살이 화석의 엑스선 시티 사진. 오른쪽 위 날개 아래에 톡토기가 있다. 사진=플로스 원
» 하루살이와 톡토기의 확대 사진. 사진=플로스 원
» 톡토기가 더듬이로 하루살이에 몸을 붙인 모습. 정교한 엑스선 시티 촬영으로 화석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사진=플로스 원
논문은 “이 호박 화석은 톡토기가 날개 달린 곤충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면서 “1600만년 전 모습이지만 현재도 살아있는 톡토기와 하루살이 사이에서 이런 편승 행동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5000만년 동안의 ‘무임승차’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enney D, McNeil A, Green DI, Bradley RS, Jepson JE, et al.
Ancient Ephemeroptera?Collembola Symbiosis Fossilized in Amber Predicts Contemporary Phoretic Associations.
PLoS ONE 7(10): e47651. doi:10.1371/journal.pone.004765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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