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고 더워, 지구 종말시계 2분 앞당겨

김정수 2015. 01. 28
조회수 25152 추천수 0

“기후변화 미래세대에 가장 큰 위협” 과학자들 지구종말시계 2분 앞당겨
 지난해 계측 사상 최고 더운 해 기록, 해수면 상승도 예상보다 빨리 진행

 

Tacloban_Typhoon_Haiyan_2013-11-13_s.jpg » 2013년 11월7일 사상 최대 슈퍼태풍 하이옌의 상륙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필리핀 중부 타클로반의 처참한 모습. 슈퍼태풍이 한반도까지 올라온 사례는 아직 없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태풍의 에너지원인 해양 열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서태평양의 슈퍼태풍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도달 위도도 한반도 쪽으로 계속 북상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타클로반/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음이 새해 초부터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 주도로 70년 전 창간된 미국 <핵과학자회보>(BAS)는 지난 22일, 자정 5분 전에 맞춰져 있던 ‘종말 시계’(Doomsday Clock)의 시곗바늘을 자정 3분 전으로 당겼다. 핵무기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이 더 심각해졌다는 이유에서다.

 

Doomsday_Clock.jpg » 냉전시대였던 1984년 자정 5분전을 기록하던 종말의 시계가 기후변화 때문에 3분전으로 앞당겨졌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자정 3분 전은 냉전시대였던 1984년 이후 가장 ‘종말’에 근접한 시간이다. <핵과학자회보>는 “지금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들은 재앙에 가까운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에 전적으로 불충분하다. 극적인 궤도 수정 없이는 이번 세기 말까지 기후를 심각하게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만큼의 온실가스가 배출돼, 인류 문명이 의존하는 핵심적인 시스템이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5일 기후변화 영향으로 점점 강력해지는 태풍에 시달리는 필리핀 방문길에 “기후변화는 대부분 인간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해 인간 책임을 부인하는 주장을 일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닷새 뒤 새해 국정연설에서 “2014년은 이제까지 기록된 가장 더웠던 해였고, 기록상 가장 더웠던 열다섯 해 가운데 열네 해가 이번 세기에 나타났다”며 기후변화를 종교 갈등, 테러, 빈부 격차 등에 앞서 “미래세대에 가장 위협적인 도전”으로 지목했다.

 

trend-since-1998_s.jpg » 1880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지구표면 온도의 변화 추세.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림=미해양대기청(NOAA).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항공우주국(NASA)의 분석 결과, 지난해 지구의 대륙과 해양의 연평균 기온은 20세기 평균인 13.9도보다 0.69도 높았다. 기온 계측이 시작된 1880년 대비 0.8도 올라가, 2005년과 2010년에 작성된 연평균 최고기온 기록을 0.04도 경신한 것이다.
 

온난화에 따른 극지 얼음의 해빙과 바닷물 열팽창은 해수면 높이를 끌어올려 해안 지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하버드대 지구물리학자 칼링 헤이가 이끈 연구팀은 지난 14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최근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기존 연구 결과보다 훨씬 빠르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확률적 연구방법론으로 기존의 해수면 상승 관련 실측 자료를 재검증해 1900년부터 1990년 사이의 연평균 지구 해수면 상승폭이 1.2㎜로 이제까지 알려진 1.5㎜보다 20%가량 작은 것을 확인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의 해수면 상승폭이 작았다는 것은 1990년 이후 최근까지 20여년간의 해수면 상승폭이 그만큼 더 컸다는 의미다.

 

1990년 이후 지구 해수면은 연평균 3.0±0.7㎜씩 올라간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앞으로 해수면 상승이 지금까지의 예상 시나리오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climate.jpg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더글러스 매콜리 교수 연구팀은 이틀 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기후변화와 어획, 자원 채굴 등 바다에서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바다에서도 멸종 사태가 발생할 위험을 경고했다.

 

바다에서의 생물종 멸종은 육지에서의 생물종 멸종보다는 덜 심각한 듯 보인다. 실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난 5세기 동안 멸종한 것으로 집계한 육상동물이 514종인 데 비해 같은 기간 멸종한 것으로 집계한 해양동물은 스텔러바다소, 카리브해몽크물범 등 15종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콜리 교수 연구팀은 화석 기록에서부터 컨테이너 운송, 어획량과 해저 채광 등의 통계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금의 낮은 해양동물 멸종률이 앞으로 닥칠 주요한 멸종의 서막일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산호초 지역이 이미 40%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해양 척추동물 개체수도 40년 전에 비해 평균 22%가 줄었고, 수염고래종들의 개체수는 80~90%까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같은 바다 동물들의 개체수 감소는 일부 종들에게 ‘지역적 멸종’이나 생태계 안에서 맡은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운 ‘생태학적 멸종’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후변화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스웨덴·독일·덴마크 등 9개 나라 과학자 18명은 지난 16일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기후변화, 생물권의 온전성(생물 다양성 상실), 성층권 오존 감소, 해양 산성화, 생물지구화학 흐름(인과 질소 순환), 토지 변화, 담수 사용, 대기 부유입자 부하, 새로운 물질과 변형 생물체 도입 등 지구 시스템의 안전을 좌우하는 9가지 요소를 검토해 기후변화와 생물권의 온전성, 토지 변화, 생물지구화학 흐름 등 4가지가 이미 위험한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350ppm이 안전선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396.5ppm을 넘어섰고, 100만종 가운데 매년 100~1000종이 멸종하는 것으로 나타나 멸종이 자연적 수준보다 최대 1000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마다 바다로 흘러드는 인(P)의 양은 22Tg(테라그램·1Tg은 100만t)으로 지구 시스템의 수용 능력인 11Tg의 두배에 이른다.
 

이 연구를 이끈 윌 스테픈 스웨덴 스톡홀름대 교수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지구가 5~6도 더 더워져도 인간은 기술로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섭씨 37도의 체온을 가진 큰 포유동물이 그렇게 빨리 진화할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곤충들은 할 수 있지만 인간은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최근기사 목록

  • 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

    조홍섭 | 2021. 01. 11

    농발거미 나뭇잎 2장 엮어 은신처 겸 덫으로…세계적으로도 개구리는 거미 단골 먹이 푹푹 찌는 열대우림에서 나뭇잎이 드리운 그늘은 나무 개구리에게 더위와 포식자를 피해 한숨 돌릴 매력적인 장소이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에서 크고 빠른 사냥꾼인...

  • 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

    조홍섭 | 2021. 01. 08

    사냥감 살코기의 45%는 남아돌아…데려온 애완용 새끼 늑대 먹였을 것 .개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일찍 가축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늑대가 가축이 됐는지는 오랜 논란거리다.개의 골격이 발견된 가장 오랜 구석기 유적은 1만4...

  • 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

    조홍섭 | 2021. 01. 08

    젖샘 있으면서 알 노른자도 만들어…지금은 사라진 고대 포유류 흔적 1799년 영국 박물관 학예사 조지 쇼는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내온 이상한 동물 표본을 받았다. 오리 주둥이에 비버 꼬리와 수달의 발을 지닌 이 동물을 쇼는 진기한 ...

  • 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

    조홍섭 | 2021. 01. 07

    우간다와 나미비아서 각 1마리 확인…동물원, 가축선 흔해도 야생 드물어 .아프리카 우간다와 나미비아에서 돌연변이로 인한 골격발육 이상으로 추정되는 왜소증 기린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왜소증은 근친교배가 이뤄지는 가축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야생...

  • 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

    조홍섭 | 2021. 01. 06

    판다 좋아하는 고산 중심 보호구역…반달곰, 사향노루 보호 못 받아 급감 자이언트판다나 호랑이처럼 카리스마 있고 넓은 영역에서 사는 동물을 우산종 또는 깃대종이라고 한다. 이 동물만 보전하면 그 지역에 함께 사는 다른 많은 동물도 보전되는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