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4대강 회고, 대운하 신앙 그대로

조홍섭 2015.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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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주요 항목으로 다뤘지만 자기 합리화 주장만 나열

감사원 대운하 의혹 해명 못해, 합리적 비판 용납 않는 `신앙화'

 

mb1-1.jpg » 이명박 전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중 4대강 사업 부분 표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4대강 사업 부분을 읽어 보았다. 자화자찬으로 가득 찼다지만 솔직한 이야기가 좀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뿐 아니라 70%가 넘는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사업 아닌가.
 

실체가 드러난 대운하 의혹에 대해 시원하게 털어놓는 건 자존심 때문에 어렵다 치자. 임기 안에 끝내느라 공사를 너무 서둘렀다든가, 강 하나를 정해 신중하게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라도 한 줄 있을 줄 알았다.

 

그런 기대는 너무 순진했다. 단군 이래 가장 큰 토목사업을 하느라 국토를 거덜내고 22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을 낭비했으면서 회고록은 국민에게 미안하기는커녕 자기 합리화에 급급한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03954598_R_0.jpg » 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로 우리나라의 강은 고유의 모습을 잃었다. 2011년 6월 경남 합천군 낙동강 합천보 공사현장의 모습이다. 사진=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회고록에서 ‘4대강 살리기’는 35쪽에 이른다. 청계천 복원 6쪽, 원전 수출 22쪽, 광우병 파동 26쪽에 견줘 비중이 크다. 게다가 분량의 3분의 1을 유럽 운하에서 감동을 받은 얘기부터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려 했으나 정치논리에 휘둘려 포기했지만 금융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는 등 운하 얘기에 할애한다.
 

그 내용 대부분은 이제껏 나온 대운하와 4대강 사업 홍보자료를 벗어나지 않는다. 로봇물고기와 물그릇을 키워 수질이 나아졌다는 얘기가 없는 게 이상할 정도다. 수많은 반박과 비판을 받은 주장들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01482515_R_0.JPG » 2006년 11월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종식 기자

 

2008년 6월 광우병 파동에 밀려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그는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혹이 끊이지 않자 이듬해 라디오 연설에선 “대운하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 제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11월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4대강 정비사업이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 비판이 있더라도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임 직전인 2013년 1월에는 4대강 사업 핵심 관계자를 불러 “이제 내가 거의 다 해놨으니 현명한 후임 대통령이 나와 갑문만 달면 완성된다”는 요지로 ‘비밀’을 털어놓기도 했다.
 

03534878_R_0.jpg » 2010년 1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이 과천 정부2청사의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상황실에 들러 심명필 추진본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이 정종택 국토부 장관이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4대강 사업으로 옷만 갈아입었을 뿐 고스란히 이어졌던 것이다. 2013년 3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는 결정적인 증거다. 회고록은 이에 대해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을 뿐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이 관계자 증언과 발굴한 내부문서로 밝혀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애초 국토부는 대대적인 준설과 대형 보 건설이 옳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정작 물이 부족한 곳은 낙동강 지류, 산간·해안인데 본류에 아무리 많은 물을 확보해도 쓸 수가 없고, 이미 홍수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정비를 거의 끝난 상태에서 대규모 준설로 추가로 홍수위를 낮추는 건 “과도한 치수대책”이란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과 청와대는 집요하게 대운하 안을 수용하도록 찍어눌렀다. 결국 하천 관리 측면에선 어떤 전문가도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는 ‘준설 8억t, 최소 수심 6m’의 4대강 사업 목표가 결정됐다. 대운하 계획의 수치였다.

 

이제 갑문만 달면 운하가 된다. 회고록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대운하 계획에서 4대강 정비가 필요”한데 “불행 중 다행”으로 상당 부분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05001256_R_0.jpg » 지난해 3월22일 하천 분야 석학인 한스 버날드 독일 칼스루혜대학교 교수가 경북 구미시 선산읍 원리 구미보에서 사라진 두루미 도래지 터를 바라보고 있다.외국의 하천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4대강 사업이 초래한 수질 오염, 생태계 파괴, 과도한 유지 비용 등 모든 문제는 과도한 준설과 보 설치에서 비롯한다. 4대강의 원죄는 바로 대운하 구상이다. 회고록을 보면, 이 전 대통령에게 운하는 일종의 신앙처럼 보인다.

 

대운하 구상은 그 자체로 오류가 없는 도그마다. 이에 대한 논리적인 비판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오히려 정당성을 입증해 준다. 그러니 토론은 없고 홍보만 넘쳤다.
 

이를 막을 소임을 지닌 대부분의 전문가와 언론은 침묵하거나 곡학아세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데 앞장섰다. 잘못된 신념에 근거한 정권의 맹목적 국가사업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진실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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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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