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인 동강 수달 대낮에도 거침없이 사냥

윤순영 2015. 03. 05
조회수 86304 추천수 1

수생 생태계 1인자...멸종위기종 1급으로 수질 환경 지표종

처음엔 ‘침입자’ 경계해 이빨 드러내다 곧 자맥질하며 ‘재롱

 

2.jpg » 물속에서 잡은 혼인색 물든 참갈겨니 수컷을 먹고 있는 동강 수달. 



지난 1월 동강계곡에서 수달을 볼 수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하천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희귀동물로 낮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팔당댐 인근에서 하던 흰꼬리수리와 참수리 관찰을 잠시 접고 동강으로 향했다. 저녁 늦게 동강계곡에 도착하니 인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펜션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숙박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가능하다고 하였다. 식사할 곳이 있냐고 물었다. 20여분쯤 걸리는 정선읍까지 가야 한다고 한다. 저녁도 먹을 겸 수달을 관찰 할 때까지 머물려면 먹을거리를 사다놔둘 수밖에 없었다.

 

YSJ_9371.jpg » 동강에서 먹을 찾는 검은등할미새.

 

YS1_5356.jpg » 잠수해 물고기를 잘 잡는 비오리 무리.

 

다음 날 아침 수달을 보기 위해 제보가 들어온 장소를 찾았다. 수달이 나올만한 계곡을 살펴보았다.

 

동강의 겨울은 물소리만 들릴 뿐 한적하기만 하다. 가끔 바위에 앉은 검은등할미새가 까불대고 물이 고인 곳엔 비오리가 한가로이 노닌다. 수달은 보이지 않았다.

 

야행성인 수달을 대낮에 관찰한다는 것이 무리다. 동네 분을 만나 수달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자세히 물어보았다.

 

야간 낚시를 할 때 옆에서 수달이 사냥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한다.  우선 그 장소를 찾아보았다.

 

DSC_0929.jpg » 수달이 살기 좋은 환경조건을 품고 있는 동강계곡.

 

YSY_6100.jpg » 유리알처럼 바닥이 투명하게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

 

여울이 없이 물이 고여 물고기들이 쉬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강 중간에 드문드문 위치한 작은 바위와 모래섬이 있다.

 

자세히 살펴봤다. 혹시 그 위에 배설물이 남아 있지 않을까? 다행히 바위 위에는 희끗 희끗 말라있는 물고기 뼈 등 먹이의 잔해가 많이 남아 있다.

 

YSY_6125.jpg » 바위 위 가운데 검게 보이는 것이 수달의 배설물이다.

 

배설물이라도 봤으니 맘이 설렌다. 상류 쪽으로 옮겨가자 여기저기 배설물이 눈에 띈다.

 

기다려보기로 했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겨울 해는 짧지만 계곡의 해는 더 짧다. 오후 8시가 되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야간에 관찰은 할 수 있겠지만 촬영은 어렵다. 그래서 아예 무모하지만 낮에 만날 기회를 기다렸다.

 

DSC_0916.jpg » 수달이 사냥 도중 또는 마친 뒤 물밖으로 나와 숨을 쉬고 먹이를 먹기에 적합한 자리이다.

 

다음날 아침 수달 사냥터로 다시 향했다. 바위 위에 배설물들을 살펴보았다. 마르기 않은 배설물이 보인다. 밤에 왔다 간 것이 틀림없다.

 

수달은 일정한 장소에 배설을 하는 습성이 있고 생활터전에서 이동경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 종일 기다린 보람도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YSJ_9621.jpg » 얼음 위를 바쁘게 걸어가는 수달.

 

YSJ_0183.jpg » 갈 길을 재촉하려면 물길이 얼음 위보다 낫다.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 이동하는 수달.

 

3일째 되던 날도 아침 일찍 수달 사냥터로 향했다. 보이지 않는다. 지루함을 달래려고 강 상류와 하류 쪽을 살펴보았다.

 

오후 4시께 수달의 사냥터로 돌아 올 무렵 멀리 얼음 위에 동물형체가 보인다. 물로 향한다. 수면위에 물줄기가 둘로 갈라지는 광경이 들어 왔다.

 

수달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자리를 비운 사이 수달이 나타나 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뒤를 쫓아갔다.

 

YSJ_9811.jpg »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도 민첩한 행동을 보이는 수달,

 

YSJ_9647.jpg » 낯선 사람이 영역에 나타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는 수달.

 

이쪽을 흘끗 쳐다보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물속에서 올라온 수달과 얼굴이 바로 마주쳤다.

 

수달은 자기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가 못마땅했는지 이빨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수달의 움직임은 이곳 환경을 훤히 꿰고 있는 듯했다. 당황하거나 겁내는 모습은 전혀 없고 오히려 당당하다.

 

YSJ_0024.jpg » 참갈겨니 사냥에 성공하여 흡족한 표정을 짓는 수달.

 

YSJ_9980.jpg » 게걸스럽게 먹이를 먹는 수달의 모습이 야무지게 보인다.

  

YSJ_900.jpg » 순식간에 물고기 한 마리를 다 먹어치웠다.

 

나이도 들어 보이고 노련한 모습이다. 이곳 동강의 터줏대감인가.

 

처음과는 달리 경계를 하지 않고 사냥에만 열중한다. 피하려는 기색도 없다.

 

조금 전에는 텃세를 했던 모양이다. 물속과 물 밖으로 들락거리며 제법 사냥 솜씨를 뽐내며 민첩하게 잡은 물고기를 다루고 게걸스럽게 뜯어먹는다.

 

YSJ_9870.jpg » 사냥을 위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수달.

 

YSJ_9905.jpg » 미끄러지듯 물속으로 들어간다.

 

YSJ_9907.jpg » 작은 물방울을 남기고 수달이 물속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은 수달을 모습을 돌이켜 봤다. 수달은 족제비 무리 중 물에 적응한 동물이다.

 

수달은 납작하고 둥근 머리, 개와 비슷한 둥근 코와 작은 귓바퀴, 눈은 작은 편이고 둥글고 망막도 있다.

 

물속에서 먹이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입 주변에 안테나 노릇을 하는 흰 수염이 뻣뻣하게 많이 나있어 유난히 눈에 더 띤다. 먹이를 먹을 때마다 치아 중 송곳니가 무척 날카롭게 돋보인다.

 

YSJ_0134.jpg » 사냥에 성공한 수달. 

 

YSJ_0135.jpg » 몸부림치는 참갈겨니 수컷.

 

몸 전체에 짧은 털이 빽빽하게 나있고, 몸은 가늘고 다리는 짧고 몸길이의 2/3에 이르는 꼬리는 둥글며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꼬리가 매우 길다. 먹이를 먹을 때 이빨을 드러내면 암팡스레 보이기도 하지만 귀여운 얼굴에 장난끼 있는 영특함이 돋보인다.

 

YSJ_9652.jpg » 물속에서 나오면 항상 주변부터 살핀다.

 

YSJ_9656.jpg » 나이가 들어 보이는 수달이 무심한 눈빛으로 필자를 바라본다. 코에 생채기가 있어 다음에 만나도 알아 볼 것 같다.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성질이 온순한 것 같다. 빤히 쳐다보다가 물속으로 잠수하여 이곳저곳에서 나타나서 재롱을 떠는 느낌이 온다. 그다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친숙한 동물인 것 같다.

 

얼음 위를 걸어가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등을 활처럼 굽혀 머리가 땅을 향하여 걷고 뛰는 모습도 다른 동물과 차이가 난다.

 

YSJ_9721.jpg » 미끄러운 얼음 위를 힘차게 달리는 수달.

 

YSJ_9722.jpg » 날카로운 발톱과 물갈퀴가 있는 발바닥이 얼음 면에 밀착되고 짧은 다리가 미끄럼을 방지하는 것 같다.

 

물에서 나오면 곧바로 몸에 묻은 물기를 털어낸다. 수달의 털은 바깥과 안쪽에 이중으로 나 있어 잠수할 때 방수 효과와 체온 유지에 뛰어난 기능을 한다.

 

몸은 유선형이고 수영을 할 때는 머리의 윗부분과 몸 뒤쪽 일부분을 물 밖으로 내어 놓고 발가락 물갈퀴가 있는 앞발은 헤엄을 칠 때는 배에 붙인다.

 

YSJ_0196.jpg » 뒷다리와 몸과 꼬리를 사용하여 헤엄을 쳐 물결에 굴곡이 생긴다.

 

뒷다리에도 물갈퀴가 있어 물을 휘젓는다. 몸과 꼬리는 좌우로 흔든다.

 

앞발을 사용하지 않고 수영을 해서인지 헤엄치는 모양은 마치 뱀장어와 같다. 유연한 몸과 굵고 긴 꼬리는 물속을 헤엄칠 때 물의 저항을 줄인다.

 

YSJ_0105.jpg » 사냥에 실패하고 물 밖에서 물기를 털어내는 수달.

 

YSJ_9996.jpg » 사냥감이 없어서인지 몇 번 실패하자 자리를 옮기려는 수달.

 

YSJ_9805.jpg » 다른 사냥터로 이동하는 수달.

 

걸어 다닐 때는 발가락 전부가 땅에 닿아 땅위에서는 동작이 느리다. 방향을 잡거나, 몸을 세울 때는 뒷발을 사용한다.

 

물 밖으로 나올 때는 먼저 머리를 물 밖으로 살짝 내밀어 시각, 후각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이리 저리 살핀다. 수달은 발톱이 약하기 때문에 땅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들지는 못한다.

 

YSJ_9849.jpg » 물속에서 나와 항상 주변을 살피는 수달.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보금자리에서 쉰다. 그렇지만 갑자기 위험 상태에 놓이면 물속으로 잠복한다.

 

외부감각이 발달해 밤낮으로 잘 보며, 작은 소리도 잘 들을 수 있다. 후각으로 물고기의 존재, 천적의 습격 등을 감지하는 예민한 동물이다.

 

DSC_0915.jpg » 동강 계곡에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수달의 이동길목이다.

 

사냥터와 잠자리를 오가는 사이에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다리 세울 때는 눈치를 살피며 상당히 불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물길이 막히지는 않아서 이동이 가능하다. 다리를 지나 사냥을 끝내고 상류 쪽으로 걸음을 재촉하며 사라진다.

 

YSJ_0013.jpg » 사냥을 마친 수달.

 

대수롭게 보이지 않는 계곡의 작은 바위와 모래톱이 수달에게는 배변 터가 되고 먹이를 먹는 장소가 된다. 무심코 인간이 자연에게 행한 행위가 자연계를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생존을 위협하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이 있는 환경을 가장 좋아하는 수달은 수생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정점에 있으며, 해당 지역 환경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종이다. 생태계의 질서, 즉 먹이사슬을 균형 있게 조절해 주는 핵심적인 일을 한다.

 

YSJ_0241.jpg » 땅과 물을 이동 수단으로 삼는 수달은 필요에 따라 땅과 물을 이용한다.

 

YSJ_0254.jpg » 사냥터를 떠나 잠자리로 이동하는 수달이 어두운 바위틈으로 자취를 감춘다.

 

수달이란 어떤 동물?

 

보통 단독생활을 하며, 하루에 750~1500g의 먹이를 필요로 한다. 야행성이지만 낮에 활동하기도 한다. 강이나 바다 등 물가를 따라 서식하며 갈대로 만든 둥지나 바위틈, 굴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휴식처의 입구는 대부분 물 쪽을 향해 있으며, 땅 위로 공기구멍이 나 있다.

 

수달은 늦은 겨울~이른 봄에 짝짓기를 하며 임신기간은 63∼70일이고, 4~5월에 출산한다. 새끼는 평균 2 마리 정도 낳는다. 암컷은 새끼를 낳은 후 50일이 지나야 비로소 물속으로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는다. 새끼들은 6개월간 어미수달과 같이 지낸다.

 

몸 길이 63∼75㎝, 꼬리 길이 41∼55㎝, 어른 수달의 몸무게는 5.8∼10㎏ 이다. 먹이는 주로 어류이고, 비늘이 있는 것보다 없거나 작은  메기·가물치·미꾸리 등을 즐겨 잡아먹는다. 개구리와 게도 잘 먹는다.

 

유럽 ·북아프리카 ·아시아에 널리 분포한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볼 수 있었으나 모피를 얻기 위해 남획하고 하천을 개발하면서 그 수가 줄었다. 1982년 11월16일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 5월31일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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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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