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 족제비 태우고 청딱따구리 황당 비행

조홍섭 2015. 03. 04
조회수 77148 추천수 0

쇠족제비, 제 몸보다 큰 청딱따구리 공격하다 뜻하지 않은 `비행'

영국 아마추어 사진가가 촬영, 경험 없는 어린 족제비인 듯 

 

wood1.jpg » 놀란 유럽청딱따구리가 등에 소형 포식자 쇠족제비를 태우고 날아가고 있다. 사진=마틴 르메이

 

족제비는 몸집은 작지만 민첩하고 용감한 사냥꾼이다. 주로 작은 쥐를 잡아먹지만 기회가 오면 새나 물고기, 그리고 자기보다 훨씬 큰 토끼도 사냥한다.
 

영국에서 족제비 무리 가운데서도 가장 작은 쇠족제비가 유럽청딱따구리를 사냥하는 모습을 한 아마추어 사진가가 목격했다. 놀랍게도, 이 족제비는 딱따구리의 등에 들러붙은 상태였다.
 

<허핑턴포스트 영국> <비비시> <가디언>의 보도를 종합하면 당시의 상황은 이랬다. 3월2일 아마추어 사진가인 마틴 르메이는 영국 에섹스 카운티에 있는 혼처치 카운티 공원을 부인과 함께 산책하고 있었다.
 

가끔 구름이 꼈지만 햇살이 좋은 오후였다. 갑자기 자작나무 숲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고통스럽게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wiid2.jpg » 초점이 맞지 않았지만 등에 올라탄 쇠족제비가 보인다. 사진=마틴 르메이

 

wood3.jpg » 청딱따구리는 등에서 족제비를 떼어내려 미친듯이 날고, 족제비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더욱 바짝 들러붙는 우리나라 '호랑이와 곶감' 전래동화 같은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마틴 르메이

 

새 관찰에 익숙한 이들 부부는 재빨리 망원경을 꺼내 살펴보았다. 딱따구리가 뜨거운 팬에 오른 듯 부자연스럽게 뛰어오르고 날개를 퍼득였다.
 

카메라를 그리로 향했을 때 마침 딱따구리가 날아올랐다. 놀랍게도 등에는 무언가 작은 짐승이 들러붙어 있었다.
 

르메이는 “20~30m쯤 떨어진 땅바닥에 딱따구리가 내려앉았는데 등에 올라탄 족제비가 사람 때문에 한눈을 파는 틈을 타 숲으로 날아갔다”며 “아마추어 사진가에게는 꿈 같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Keven Law -_640px-Mustela_nivalis_-British_Wildlife_Centre-4.jpg » 쇠족제비의 모습. 사진=Keven Law, 위키미디어 코먼스

 

쇠족제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라시아, 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작은 족제비로 몸이 길고 날씬하며 다리와 꼬리는 짧은 편이다. 수컷의 몸 길이는 13~26㎝, 무게 36~250g이다.
 

RO_B_Carol_Park_green_woodpecker_crop.jpg » 유럽청딱따구리.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청딱따구리는 쇠족제비가 작고 가벼운데 견줘 몸길이 21㎝의 비교적 큰 딱따구리이다. 특히, 유럽청딱따구리는 땅위에서 개미를 잡아먹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 이번에 쇠족제비에게 공격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
 

진화생물학자 제리 코인은 그의 블로그 <왜 진화가 사실인가>에서 “쇠족제비가 아직 어려 딱따구리의 목을 물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놀라운 사진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자 혼처치 카운티 공원 당국은 2015년 5월 기민하게 "딱따구리를 타는 쇠족제비가 사는 공원"이란 새로운 안내판을 내걸었다. 

 

b_zvy3eugaaqcp1.jpg » "딱따구리를 타는 쇠족제비가 사는 곳, 혼처치 카운티 공원"이란 새로운 안내 팻말. 사진=제리 코인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기사 수정: 2015.5.12 기사 끄트머리 안내판 설치 부분을 추가함.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희귀 나그네새 검은뺨딱새평생 한 번 보기 힘든 희귀 나그네새 검은뺨딱새

    윤순영 | 2019. 06. 11

    잠깐 마주쳤던 기억만 남기고 훌쩍 날아가검은뺨딱새는 1987년 5월 대청도에서 1개체가 처음으로 확인된 이후 1988년 대청도, 2004년 어청도, 2005년 소청도, 2006년에는 전남 홍도에서 관찰됐다. 기록이 손꼽을 만큼만 있는 희귀한 새다. 지난 ...

  • 오렌지빛 가슴의 나르키소스, 황금새를 만나다오렌지빛 가슴의 나르키소스, 황금새를 만나다

    윤순영 | 2019. 05. 13

    어청도 찾은 희귀 나그네새…사람 두려워 않는 앙징맞은 새황금은 지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물질이다. 밝은 황색 광택을 내고 변색하거나 부식되지 않아 높게 치는 금속 가운데 하나다.이름에 황금을 올린 새가 있다. 월동지와 번식지를 오가면서 ...

  • “날개가 투명한 나비 보셨나요?”“날개가 투명한 나비 보셨나요?”

    조홍섭 | 2019. 03. 12

    안데스 운무림서 촬영…포식자 회피 추정하지만 생태는 수수께끼날개를 통해 배경이 선명하게 보이는 투명한 나비가 중앙·남 아메리카에 산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 나비 사진이 2018년 생태학자들이 찍은 ‘올해의 사진’으로 뽑혔다.과학기술과 의학...

  • 개구리 잡고, 딱정벌레 잡고…더워도 호반새는 지치지 않았다개구리 잡고, 딱정벌레 잡고…더워도 호반새는 지치지 않았다

    윤순영 | 2018. 08. 03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불에 달군 듯 붉은 부리의 여름철새, 7월말 번식개구리, 도마뱀, 딱정벌레 이어 마지막 잔치는 뱀 40도를 육박하는 엄청난 폭염이 찾아왔다.&...

  • 새끼가 76마리? 어느 비오리 엄마의 ‘극한 육아’새끼가 76마리? 어느 비오리 엄마의 ‘극한 육아’

    조홍섭 | 2018. 07. 26

    미국 미네소타 호수서 조류 사진가 촬영남의 알 받은 데다 이웃 새끼 입양한 듯 “새끼를 몇 마리 입양한 비오리 같네요”지난달 23일 미국인 아마추어 조류 사진가인 브렌트 시제크는 미네소타주 베미지 호수에서 촬영한 사진을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