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보석 큰유리새, 0.76초 정지 마술

윤순영 2014. 08. 21
조회수 40870 추천수 1

잘 보전된 숲에만 사는 여름철새, 애벌레와 곤충, 나무열매 먹이며 새끼 길러

짧은 날개로 벌새처럼 정지비행 일품, 날면서 벌레 사냥하는 능력 뛰어나

  

크기변환_dnsYSY_0497.jpg » 큰유리새 수컷이 먹이를 물고 있다. 벌새처럼 날개가 짧아 공중에서 사냥하는 비행술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수도권이지만 경기도 가평군, 남양주시, 양주시 등의 산악지역에는 멸종위기종인 긴꼬리딱새, 까막딱다구리, 참매, 소쩍새, 부엉이, 수리부엉이 등 다양한 새가 산다. 담비와 하늘다람쥐 같은 동물도 발견되는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이다.

 

가평군의 인적이 드문 외딴 골짜기에서 맑고 깊은 파란 바다색을 연상케 하는 큰유리새를 지난 6월24일 만났다. 둥지엔 이미 흰색 바탕에 엷은 갈색 얼룩이 있는 알 5개가 있었다.

 

크기변환_dnsYSY_6173.jpg » 갓 태어난 큰유리새 새끼.

 

큰유리새는 골짜기 부근 낙엽활엽수림에 있는 바위 틈에 둥지를 튼다. 이끼로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만드는데, 바위에 낀 이끼처럼 교묘해 천적으로부터 완벽하게 둥지를 보호한다.

 

큰유리새를 만났다면 환경이 좋은 곳이라 믿어도 된다. 이 새는 항상 자연이 살아있는 곳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관찰 2일째인 6월26일 5마리의 새끼가 무사히  태어났다.

 

크기변환_dnsYSY_0200.jpg » 둥지 주변을 경계하기 위해 나무로 이동하는 큰유리새. 

  

크기변환_dnsYSY_0202.jpg » 땅에 내려앉지 않고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큰유리새.

 

크기변환_dnsYSY_5917.jpg » 갓 태어난 새끼에게 먹일 아주 작은 곤충을 물고 온 수컷. 먹이가 목에 걸릴세라 배려하는 세심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큰유리새는 다른 새들에 비해 조심성이 매우 강한 편이다. 그러나 암컷은 둥지로 먹이를 가지고 들어오기 전 항상 규칙적으로 소리를 내 사람에게는 둥지가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된다.

 

갓 부화한 새끼의 먹이는 아주 작은 곤충으로 시작한다. 수컷은 둥지 부근의 전망이 좋은 나무꼭대기에 앉아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며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

 

크기변환_dnsYSY_5908.jpg » 텃세권을 지키는 큰유리새 수컷.

 

크기변환_dnsYSY_0589.jpg » 둥지 가까이에 있는 나뭇가지로 먹이를 물고 날아든 큰유리새 수컷.  

 

7월4일 태어난 지 9일째,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큰유리새 새끼들은 눈으로 자라는 것이 보일 정도로 부쩍 커졌다.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먹이를 차지하려고 난리다.

 

둥지에서 새끼들은 어미가 먹이를 가지고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재빨리 이동하는 낌새를 바로 알아차리고 미리 입을 벌리기도 하고 자리 경쟁을 하기도 한다.

 

크기변환_dnsYSY_0618.jpg » 먹이를 물고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로 날아드는 큰유리새 암컷.

 

크기변환_dnsYSY_0625.jpg » 메뚜기를 물고 있는 큰유리새 암컷.  

 

주변에 천적이나 위협요인이 발생하면 어미 새는 경고음을 낸다. 이 소리를 알아 챈 어린 새끼들은 재빨리 숨을 죽이고 둥지에 바짝 업드려 몸을 사린다.

 

주변을 살피고 둥지를 지키며 암수가 교대로 바쁘게 먹이를 나른다. 나비, 메뚜기, 거미와 애벌레를 주식으로 하는데 곤충보다 애벌레를 더 많이 먹이고 있다.

 

크기변환_dnsYSY_9326.jpg » 커다란 애벌레를 물고온 큰유리새 수컷에게 새끼들이 서로 내게 달라고 조르고 있다.  

 

큰유리새는 땅으로 내려오지 않고 나무 위에서만 생활한다. 나무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날아오는 곤충을 잡은 뒤 원위치로 돌아가는 습성을 보인다.

 

7월 초순이면 산딸기가 무르익을 무렵이다. 그래서인지 간혹 잘 익은 산딸기와 산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먹이로 준다.

 

크기변환_dnsYSY_0392.jpg » 산딸기를 물고 온 큰유리새 암컷.

 

크기변환_dnsYSJ_1703.jpg » 먹이를 주기 전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 주변을 살피는 큰유리새 암컷.

 

크기변환_dnsYSJ_1974.jpg » 주변의 안전을 확인하고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큰유리새 암컷. 

  

흔히 새들은 곤충과 애벌레로만 새끼를 기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새를 촬영하면서 자세히 보면, 번식 시기에 따라 잘 익은 열매도 종종 새끼에게 먹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들도 열매에 풍부한 비타민시가 필요한가 보다.

 

큰유리새는 날면서 멋진 기술로 사냥을 한다. 그래서 영어 이름도 '푸르고 흰 파리잡이'(Blue-and-White Flycatcher)이다.

 

크기변환_dnsYSY_9520.jpg » 둥지를 떠날 시기가 다가온 큰유리새 새끼들.

 

7월6일, 부화 11일째이다.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큰유리새는 12일 정도면 둥지에서 이소한다.

 

둥지 안에서 날갯짓도 하고 어미가 먹이를 줄 때 둥지 밖으로 몸이 반 이상 내밀기도 한다. 

 

새끼 새들이 둥지 위로 올라서면 뒤돌아 둥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소한 뒤에는 다시는 둥지를 찾지 않는다.

 

내일이면 무사히 둥지를 떠난 어린 새는 어미와 무리를 이루어 숲속을 날 것이다. 큰유리새는 암수가 함께 생활한다.

 

■ 큰유리새의 정비비행 모습

 

  

정지 비행시간은 오후 4시13분 24.73초에 시작하여 4시13분 25.49초에 끝났다.  겨우 0.76초 동안이지만 꽤 긴 기간처럼 느껴졌다.

 

큰유리새의  멋진  정지비행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사진에는 10컷의 소중한 장면이 남았다. 

 

■ 큰유리새는 어떤 새?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여름철새로 몸길이는 16.5㎝이다. 수컷은 이마와 머리꼭대기로부터 등까지는 광택이 있는 파란색이다. 얼굴과 가슴 옆구리는 검은색, 배는 흰색, 꼬리는 푸른색이다.

 

암컷은 등은 연한 녹색을 띤 갈색, 가슴과 멱은 회갈색, 배는 흰색이다. 어린 수컷은 암컷과 비슷하나 날개와 허리가 파란색을 띠지만 정도가 다양하다.

 

둥지는 계곡 근처의 낙엽활엽수림이 있는 절벽 또는 바위 등에 이끼류와 낙엽으로 만들고 흰색 또는 흰색에 가까운 갈색의 알을 3-5개 낳는다. 산란기는 5-7월이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 여름을 보내고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낸다. (자료=한반도 생물자원 포털)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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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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