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개미, 여왕 모시고 공처럼 뭉쳐 '뗏목'

조홍섭 2013. 12. 02
조회수 36673 추천수 0

수천마리 불개미가 다리 엮었다 풀었다…철교 같은 탄성과 유체 특성 모두 지녀

아마존 열대우림 원산, 홍수 때 여왕개미 안에 넣고 공이나 뗏목 형성

 

Nathon Mlot.jpg » 물에 떠있는 불개미 뗏목. 물상이 일거나 막대기로 밀어넣어도 흩어지지 않는 탄력과 점성을 보인다. 사진=네이턴 엠롯

 

아마존 열대우림이 고향인 불개미는 높다란 둥지를 짓고 살지만 홍수기에는 걸핏하면 둥지가 물에 잠긴다. 이럴 때 불개미는 여왕개미를 한가운데 놓고 공처럼 뭉쳐 물에 떠 흘러간다. 살아있는 ‘불개미 뗏목’은 떠내려가다 나무나 뭍에 닿으면 공을 풀어 새로운 둥지를 짓는다.
 

불개미의 이런 행동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 집단을 새로운 종류의 물질로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컴퓨터 단층촬영과 초고속카메라를 이용해 살아있는 불개미 뗏목을 자세히 관찰했다. 개미가 처음으로 물질의 변형과 움직임을 연구하는 리올로지의 연구대상이 된 것이다.
 

그 결과 공처럼 뭉친 불개미 집단은 고체도 아니고 액체도 아니면서 두 가지 속성이 모두 있는 매우 독특한 물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로부터 힘을 받으면 불개미 집단은 마치 고무공처럼 그 힘에 맞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탄성을 보였다. 또 불개미 뗏목이 흘러가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마치 끈적끈적한 액체처럼 장애물 주위를 에워싸며 흘러가는 액체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관찰 결과 연구진은 불개미들이 다리와 턱으로 서로 연결하며 외부 힘에 따라 연결구조를 수시로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에 참여한 이 대학 데이비드 후 기계공학자 겸 생물학자는 “불개미들의 연결구조는 강철 구조물인 트러스 교와 마찬가지로 외부 힘을 지탱하는 탄성을 지녔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게다가 이 구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따라 개미끼리 연결을 이뤘다 풀었다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했다.
 

다시 말해 “불개미 집단은 탄성과 점성을 같은 정도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어떤 물질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자신의 근육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발산할 수 있는 산 개미가 고체와 액체의 속성을 모두 가진 데 비해 죽은 개미는 고체의 속성만 나타냈다.
 

후는 개미가 이런 역동적인 구조 변경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 수천 명이 팔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게다가 이 사람들은 팔이 2개가 아니라 6개이고 각각의 팔에 작은 고리와 접착력이 있는 패드가 달려있지요.” 

 

미국 농무부_농업연구서비스_Fire_ants02.jpg » 남아메리카 불개미. 북미와 아시아 등에 외래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서비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스스로 복제하는 로봇이나 길게 늘일 수 있고 충격에 잘 견디는 신소재를 개발하는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는 최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유체역학분과에서 발표됐다.

 

아주 공격적이고 독침을 갖고 있는 남아메리카 원산의 이 불개미는 북미와 호주, 카리브해, 동남아 일대에 외래종으로 퍼져 문제가 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쥐 크기 포유류 조상은 거대공룡 뼈 갉았다쥐 크기 포유류 조상은 거대공룡 뼈 갉았다

    조홍섭 | 2020. 08. 14

    1억6천만년 전 이빨 자국 화석 발견…청소동물 행동 첫 직접 증거 아프리카코끼리보다 20배는 큰 거대한 초식공룡이 강변에 죽어 있다. 육식공룡의 공격을 받았는지 자연사했는지는 모르지만 수각류, 익룡 등 다양한 청소동물이 사체에 몰려들어 고기를...

  • 공룡시대 미생물 깨우자 왕성한 식욕, 수만 배 증식공룡시대 미생물 깨우자 왕성한 식욕, 수만 배 증식

    조홍섭 | 2020. 08. 12

    심해저 암반서 1억년 잠자던 미생물 되살려…화석 아닌 생명체로 지질학적 시간 버텨 700년 전 고려 시대 유적지에서 발굴한 연 씨앗에서 꽃핀 경남 함안군 ‘아라홍련’은 고등생물도 휴면 상태에서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생물의...

  • 대멸종 상징 하와이 나무 달팽이 60년 만에 신종 발견대멸종 상징 하와이 나무 달팽이 60년 만에 신종 발견

    조홍섭 | 2020. 08. 11

    한때 750종 골짜기마다 달리 진화…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희망 있다”중생대 대멸종 사태를 상징하는 동물이 공룡이라면 현재 진행 중인 제6의 멸종사태를 대표하는 동물은 무얼까. 고릴라나 자이언트판다가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멸종 속도로만 ...

  • 멸종한 통가의 거대 비둘기는 ‘제2의 도도'였다멸종한 통가의 거대 비둘기는 ‘제2의 도도'였다

    조홍섭 | 2020. 08. 10

    대형 오리 크기로 테니스공만 한 열매 삼켜…사람 도착한 뒤 멸종 남태평양의 섬들은 세계 야생 비둘기의 보고이다. 크고 작은 섬의 열대림에 50g이 안 되는 미니 비둘기부터 칠면조 크기의 거대 비둘기까지 92종이 산다.그러나 사람이 출현하기 전...

  • 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

    조홍섭 | 2020. 08. 03

    세계 58개국 대규모 조사, 19%서 암초상어 관찰 못 해 산호초에서 평생 살거나 주기적으로 들르는 암초상어는 지역주민의 소중한 식량자원일 뿐 아니라 다이버의 볼거리, 산호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