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

조홍섭 2020. 07. 23
조회수 9492 추천수 0

전체 비행시간의 1%만 날개 ‘퍼덕’…상승기류 타고 비상·활공


c1.jpg » 날개를 편 길이가 3m에 이르는 지상 최대의 맹금류인 안데스콘도르는 상승기류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비행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파쿤도 비탈 제공.

독수리나 솔개 같은 맹금류는 상승기류를 탄 채 날개 한 번 퍼덕이지 않고 멋지게 비행한다. 그렇다면 날개를 펴면 길이 3m에 몸무게 15㎏으로 나는 새 가운데 가장 큰 안데스콘도르는 어떨까. 지상 최대 맹금류의 고효율 비행 비밀이 밝혀졌다.


한나 윌리엄스 영국 스완지대 박사(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영국과 아르헨티나 연구진은 남아메리카 파타고니아에 서식하는 어린 안데스콘도르 8마리에 소형 비행추적장치를 달아 날갯짓 하나하나와 비행고도, 위치 등을 기록했다.


14일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놀랍게도 콘도르는 비행시간의 1%만을 날개를 치는 데 쓰며, 그것도 대부분 땅에서 날아오를 때”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경험 없는 어린 콘도르가 날갯짓 없이도 방대한 거리를 이동하는 데서 콘도르보다 날개폭이 2배나 큰 멸종한 거대 맹금류가 이 지역에서 어떻게 날았을지 짐작이 간다”고 덧붙였다.


c2.jpg » 활공 중인 어린 안데스콘도르. 에너지가 많이 드는 날갯짓 없이도 여러 시간 비행한다. 파쿤도 비탈 제공.

콘도르는 먹이터인 가축 방목지 상공을 선회하면서 죽은 동물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일과다. 모두 216시간에 이르는 비행 기록을 보면, 마지막으로 날개를 퍼덕인 뒤 다시 날갯짓할 때까지의 시간은 길게는 98분∼317분에 이르렀다.


한 콘도르는 날갯짓하지 않고 172㎞를 5시간 이상 동안 날았다. 평균적으로 전체 비행시간 가운데 날개를 퍼덕인 시간은 1.3%에 지나지 않았다. 날갯짓의 75%는 육지에서 날아오를 때 이뤄졌다. 연구자들은 “경험 없는 어린 콘도르지만 모두 여러 시간 동안 날개짓을 하지 않은 채 날았다”며 놀라워했다.


콘도르는 지표가 달궈져 생긴 상승기류나 낮 동안 산 아래에서 산 위로 부는 바람을 타고 고공으로 오른 뒤 글라이더처럼 활공해 내려온 다음 다시 상승기류를 찾는 비행을 되풀이했다.


c3.jpg » 이륙할 때 콘도르는 비행 때보다 30배나 많은 에너지를 쓴다. 상승기류를 탈 수 있는 곳에 내려앉는 것이 중요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때 중요한 건 에너지가 많이 드는 날갯짓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날개 치는 동작은 비행시간의 1%를 차지할 뿐이지만 비행에 드는 에너지의 21%가 쓰였다. 특히 날아오르는 일은 에너지 소모가 많고, 땅 위에서는 동작이 굼떠 매우 위험하기도 하다. 에밀리 셰퍼드 스완지대 교수는 “언제 어디에 착륙할 것인가는 콘도르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상승기류를 타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실제로 콘도르는 상승기류를 갈아타기 위해 다음 상승기류를 찾느라 날갯짓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기류가 미약한 아침에도 날개를 자주 쳤다.


그렇더라도 콘도르의 비행 효율은 매우 뛰어나 상승기류가 덜 발달하는 겨울철에도 1㎞를 비행하는 데 2초 이하만 날갯짓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자들은 “겨울철 약한 상승기류와 골바람은 (얼어 죽은) 풍부한 먹이가 상쇄해 멀리 이동할 필요 없이 연중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새들과 비교해도 콘도르의 뛰어난 비행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몸무게 15㎏인 안데스콘도르보다 훨씬 작은 3㎏의 황새나 1.6㎏인 물수리가 비행할 때 날갯짓을 하는 시간은 각각 17%, 25%에 이른다.


c4.jpg » 파타고니아 초원지대를 비행하는 안데스콘도르. 이보다 2배나 큰 멸종한 콘도르도 이렇게 날았을 것이다. 알바로 마요 제공.

연구자들은 상승기류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이런 비행 덕분에 지금은 멸종했지만 가장 큰 나는 새였던 날개폭 5∼6m, 무게 72㎏의 거대한 맹금류 아르겐타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1907360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물고기도 체온 올려 바이러스와 싸운다물고기도 체온 올려 바이러스와 싸운다

    조홍섭 | 2020. 09. 25

    잉어 등 감염되면 수온 높은 곳 이동해 ‘자가 치료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면 사람은 체온을 올려 면역반응을 강화하고 침입한 병원체를 억제하려 한다. 그러나 발열은 항온동물인 포유류뿐 아니라 변온동물에서도 발견된다.파충류인 사막 이구아나가...

  • 가을철 조개 안에 알 낳는 담수어 납지리의 비밀가을철 조개 안에 알 낳는 담수어 납지리의 비밀

    조홍섭 | 2020. 09. 23

    경쟁 피해 10월 산란, 조개 속 휴면 뒤 4월 나와납자루아과 물고기는 살아있는 조개껍데기 속에 알을 낳는 특이한 번식전략을 구사한다. 알에서 깬 새끼가 헤엄칠 만큼 충분히 자란 뒤 조개를 빠져나오기 때문에 적은 수의 알을 낳고도 번식 성...

  • 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

    조홍섭 | 2020. 09. 22

    젊은 수컷에 역경 이길 지식과 경험 제공…‘불필요하다’며 트로피사냥, 밀렵 대상나이 든 아프리카코끼리 암컷의 생태적 지식과 경험이 무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늙은 수컷 또한 암컷 못지않게 코끼리 사회에서 ...

  •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 2020. 09. 18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

  • ‘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 2020. 09. 17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