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꺼내 먹이 먹는 불가사리, 약품퇴치 길 열리나

조홍섭 2013. 08. 05
조회수 48718 추천수 0

영 과학자, 위장 꺼냈다 집어넣는 행동 촉발 신경물질 규명…화학적 퇴지 가능성 보여

국내 양식장 주변 ㏊당 수천~수만마리 '득실', 저인망으로 긁거나 잠수부 제거에 한계

 

 starfish-1.jpg » 아무르불가사리. 우리나라뿐 아니라 호주 등 이 불가사리가 외래종으로 침입한 곳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고 있고 불가사리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불가사리는 자연계에서 가장 이상한 방법으로 먹이를 먹는 동물의 하나이다. 조개나 굴 같은 먹이를 발견한 불가사리는 다리의 흡반을 이용해 먹이를 벌려 틈을 만든 뒤 입에서 위장을 밖으로 꺼낸다. 마치 바지에서 호주머니를 뒤집어 꺼내듯이 뒤집혀 나온 위장을 먹이 틈 속으로 집어넣는다. 이어 소화효소를 분비해 먹이가 흐물흐물해지면 먹어 소화시킨다.

 

 

모리스 엘픽 영국 퀸 매리 대 교수 등 영국 연구진은 불가사리의 위장이 수축해 다시 입으로 돌아오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펩티드를 발견했다고 2일 발간된 학술지 <실험생물학>에서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신경펩티드는 NGFFY아미드라는 물질로 뉴런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며, 불가사리가 먹이를 반쯤 소화시킨 뒤 움츠러드는 자극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이전에 불가사리가 위장을 입 밖으로 내보내 뒤집히도록 하는 신경펩티드인 SALM아미드를 발견한 바 있다.
 

이로써 불가사리가 위를 늘여 밖으로 뒤집는 행동을 촉발하는 신경물질과 반대로 위를 수축시켜 입 안으로 돌아오도록 조절하는 물질이 모두 규명된 것이다.
 

starfish2-1.jpg » 아무르불가사리의 뒷면. 노란색이 특징이다. 한가운데 입이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엘픽은 “이번 연구로 불가사리의 포식 행동을 화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제까지 불가사리 퇴치에는 주로 저인망으로 바다 밑바닥을 훑거나 사람이 직접 잠수해 잡아내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각각 바다 생태계 훼손과 포획 효율이 낮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기초연구여서 당장 불가사리 퇴치제 개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불가사리는 조개류 양식장이나 바다생태계가 교란된 곳에 많이 서식한다. 특히 조개 등 유용한 수산자원을 많이 잡아먹어 어민들에게 악명이 높다. 한국, 일본, 러시아 등 태평양 북부에 서식하는 아무르불가사리는 포식성이 높아 주요 포획대상이다.

 

이 불가사리는 선박의 발라스트워터 등을 통해 호주에까지 침투해 그곳 해양생태계를 크게 교란시키고 있다. 이 불가사리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이 정한 '세계 100대 침입종'에 올라 있다.

 

아무르불가사리2.jpg » 잡아낸 아무르불가사리.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아무르불가사리3.jpg » 아무르불가사리가 새조개를 얼마나 잡아먹나를 실험하는 모습. 이 실험에서 이틀에 하나꼴로 잡아먹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백상규 한국해양연구원 박사 팀이 2000년 경남 통영해역에서 포식성인 아무르불가사리 분포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반 해역에서는 ㎡당 1.3마리의 아무르불가사리가 서식했지만 양식장에서는 그보다 6배 많은 6~7마리가 발견됐다. 양식장이 있는 가로, 세로 100m 면적의 바다 밑바닥엔 6만~7만 마리의 불가사리가 득실거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립수산과학원이 2006년 전남 가막만 해역에서 조사했을 때는 가두리양식장에서 ㎡당 2마리의 불가사리가 발견됐다. 또 같은 기관이 2011년 전남 여자만 새꼬막양식장에서 조사했을 때도 ㏊당 최고 1177마리가 발견됐다.

 

실험에선 아무르불가사리 성체가 새꼬막을 이틀에 한 마리꼴로 잡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역별로 지점별로 불가사리의 서식 밀도는 변화가 크지만 일반적으로 양식장에서 불가사리가 고밀도로 분포한다.

 

별불가사리.jpg » 포식성이 높아 아무르불가사리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퇴치의 대상인 별불가사리.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우리나라 바다에는 200여 종의 불가사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아무르불가사리와 별불가사리가 포식성이 강해 피조개, 전복, 바지락, 가리비 등 유용한 조개류를 잡아먹어 수산업계에서 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ean C. Semmens, Robyn E. Dane, Mahesh R. Pancholi, Susan E. Slade, James H. Scrivensand Maurice R. Elphick
Discovery of a novel neurophysin-associated neuropeptide that triggers cardiac stomach contraction and retraction in starfish
J. Exp. Biol. jeb.092171; First posted online August 2, 201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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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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