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지망생의 인턴기, "죽음을 너무 봤어요"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의 인턴생활 기록 ①
수의사 꿈 키우려 지원, 개보다 예민하고 신경 쓰이는 야생동물
부검 원없이 해 봐, 하지만 죽음 너무 많이 겪는 것 아닌지 걱정도
진정한 공부는 교실보다 땀 흘리며 일하는 현장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제천간디학교 3년 정지훈군은 지난 3월부터 석달 동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주로 청소와 허드렛일을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추상적으로 머릿속을 맴돌던 동물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진로가 분명해졌다.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일상과 그 과정에서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기록한 정 군의 인턴십 보고서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 황조롱이를 손에 올린 필자.
나는 예전부터 꿈이 수의사였고 실제로 학교생활을 하면서 동물, 그 중에서도 개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인턴생활은 동물과 관련된 쪽으로 나가보자 생각을 하였고 수의사 선생님을 인터뷰하면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맨 처음 학교에서 추천한 순천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다음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센터에서도 마찬가지로 거절당했다. 결국 내가 1학년 때 학교에 오셨던 황윤 영화감독의 남편이 야생동물 전문가라고 언뜻 들었던 기억을 더듬어 황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다. 다행히 황 감독의 남편은 충남센터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며칠 뒤 연락이 닿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인턴 생활을 하기로 정하였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충남 예산군 공주대학교 내에 위치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2곳 정도의 야생동물센터가 있으며 운영되는 방식은 센터마다 조금씩 다르다. 충남센터는 충남도와 예산군에서 공주대학교에서 위탁해 운영하고 있어 여기서 일하는 분들은 모두 공주대학교 소속이다. 센터 직원은 총 7명으로 센터장, 구조 본부장, 수의사, 재활 치료사로 분류되어 있지만 수의사 2명과 재활 치료사 3명이 모든 일을 하고 있다.
» 손등에 올려놓은 벌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하는 일은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은 정말 정신없이 복잡하다. 일단 충남 지역의 야생동물을 관리하며 구조신고가 오면 야생동물을 데리고 와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하고 센터에서 관리해 다시 자연으로 방생시키는 것이 기본 업무이다.
하지만 구조되어 들어오는 동물 중 안락사되거나 죽은 채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구조되어 들어온 동물이 방생되는 개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만큼 크게 다쳐서 들어오는 동물들이 많고 그래서 구조된 동물들을 살리기가 더욱 어렵다.
만약 치료가 늦어지거나 시기가 지난 새들은 센터에서 보호하다가 방생을 해주고 상처부위가 완벽히 회복되지 않아 방생을 불가능한 새들은 센터에서 훈련조류로 사람들이 오면 보여줄 수 있는 식으로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또 이런 일들 이외에도 견학이나 교육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센터에 있는 동물은 조류가 80% 이상이며 포유류로 너구리와 고라니의 비중이 높다.
» 소쩍새
처음 내가 가서 배운 것은 새들을 손에 올리는 법이었다. 충남센터는 방생이 불가능한 영구장애 새들 중 특정 개체들을 훈련해서 센터에 둔다. 이들은 교육 홍보 등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센터에서는 6마리의 훈련 개체가 있고 장기간 훈련한 개체들은 자유비행도 가능할 정도로 센터에서 아끼고 잘 관리해 주고 있다. 나는 센터에서 까마귀와 황조롱이(밤탱이)를 훈련했는데 황조롱이는 자원 봉사자가 놓쳐서 날아가 버렸고 까마귀의 마지막 1달 훈련은 내가 시켰다.
» 훈련중인 까마귀.
훈련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내가 주로 한 것은 새들을 손에 올리기와 산책, 간단한 비행훈련 등이었다. 또 훈련 개체들은 매일 무게를 달고, 체중 변화에 따라 먹이 양을 조절한다. 내가 훈련하는 새인 만큼 관심과 애정이 더 갔다. 키우고 보살피던 개들과는 달리 새는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더욱 그 새의 특성이나 행동에 대해 공부하게 되어 많은 것을 배웠다.
치료를 받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새들은 비행 시험을 해 이를 통과해야만 방생할 수 있다. 근처 운동장이나 넓은 들에 가서 새를 낚싯대에 연결해 비행훈련을 시킨다. 높이, 시간, 체력 등을 테스트해 정상적인 비행이 가능해 수의사의 확인이 떨어져야만 방생할 수 있다. 자연에 돌려보내기까지는 정말 엄청난 노력과 관리가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 재활치료사 선생님들은 언제나 고민하고 얘기한다.
» 올빼미 비행 훈련 모습. 오른쪽 끝이 필자이다.
센터에서는 하루에 한 번씩 먹이를 준다. 주로 병아리와 메추리가 기본적인 먹이로 공급되고, 초식동물이나 물새에게는 채소 또는 물고기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오전에 먹이준비를 하는데 홀수, 짝수 날로 나누어 병아리와 메추리를 교대로 준다.
새들은 개체마다 먹는 양을 일일이 체크를 하고 그때그때 잔량을 확인해서 먹이를 나눠준다. 일주일 중 하루는 야외 장에 있는 새들도 전부 무게를 재 규칙적으로 새들의 건강상태를 관리하고 먹이 양을 조절한다.
처음에는 내가 잘 몰라서 먹이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센터에 익숙해지면서 선생님들이 바쁘면 내가 먹이준비를 하곤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약을 줘야 하는 새들은 약을 넣어주거나 강제로 약을 먹이기도 한다.
또 먹이를 먹지 않는 새들은 굶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강제로 먹이를 식도에 집어넣어 준다. 약은 수의사들이 짓는데 개체마다 어떤 약이 들어가는지 전부 기록해 관리한다. 그리고 강제급여는 새를 직접 잡은 다음에 먹여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또 강제로 입에 넣어주면서 먹이나 약이 기도로 넘어가면 숨이 막히거나 역류하여 죽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 말똥가리에게 먹이를 강제로 먹일 준비를 하고 있다.
» 솔부엉이에게 강제로 먹이 주기.
센터에서는 주말을 제외한 매일 새들을 진료한다. 특히 실내 장에 있는 새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몸이 호전되기 전까지 수의사 가 계속하여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거나 응급처치를 한다.
내가 한 일은 새를 잡아서 진료를 하는 동안 잡고 있는 것이다. 새를 진료하기 전에 새의 무게를 측정해 기록을 하고 진료실에 데려와 진료를 받게 한다. 새의 발톱과 부리는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잡고 있는 나, 진료를 하는 수의사가 다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엑스선 촬영을 할 때나 마취를 할 때도 옆에서 계속하여 도와드리고 지켜보았다. 원래 수의사가 꿈이어서 이런 기회가 굉장히 재미있고 배울 점이 많았다. 특히 센터의 특성상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동물이 여러 가지 양상으로 다쳐서 들어오기 때문에 일반 동물병원과는 달리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의사들이 바쁠 때는 간단한 소독이나 안 연고를 발라주는 등 기본적인 것들은 내가 직접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많이 보아도 직접 해 보는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 호랑지빠귀의 부검 모습.
이곳에 있으면서 부검을 굉장히 많이 해 보았다. 처음부터 하고 싶고 궁금하던 일이어서 시작을 하게 되었다. 새들은 생식기가 외관상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개 암수 구별이 힘들다.
그래서 폐사한 개체 중에서도 간혹 암수 구별을 위해 부검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부검을 하면서 암수 구별뿐 아니라 새의 구조와 소화기관 등 장기의 위치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부검은 지적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하였다. 동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거의 매일 보면서 생명에 대한 생각이 짧아지는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자문하며 고민을 하였다.
» 해오라기의 부검 모습.
새 이외에도 고라니도 부검을 많이 하였다. 고라니는 샘플 채취를 위해 죽은 폐사체의 정소, 난소, 소장을 채취해 약물에 담가두는데 많은 것을 배웠다. 반추동물이다 보니 장기 구조가 다른 동물들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고라니는 센터에 특히 많이 들어오는 동물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그만큼 죽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생명윤리에 대해서 나는 인턴이 끝날 때까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많은 죽음을 본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제일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구조인데 충남지역에 한해서 구조를 나간다. 신고자가 센터에 전화로 구조 신고를 하면 접수를 한 뒤 형편이 되는 직원이 구조에 나선다. 구조 전담 직원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센터 일이 바쁘다 보니 그때그때 여건이 되는 사람이 나가게 된다.
거리가 너무 멀면 상황에 따라서 버스를 통해 이쪽으로 새를 보내주거나 직접 가지고 오라고 요청도 하는데, 많을 때는 하루에 8건이나 들어온다. 새라면 신고자가 박스에 넣어 가져오면 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직접 포획을 하거나 물에 들어가서 구조해 오기도 한다.
고라니는 예민해 특히 조심해서 구조해야 하고 너구리는 개 선충에 감염되어 있을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이나 가축은 센터에 들여올 수 없어 구조 접수를 하지 않는다. 폐사체라면 간혹 수거를 하러 가지만 대부분 도로공사가 처리한다. 간혹 충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동물을 직접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
구조는 처음 한 5번쯤 따라나가 보고 주로 방생하는 데 많이 나갔다. 구조는 생각 밖으로 가서 할 일이 별로 없다. 구조가 되는 동물은 새끼이거나 대부분 부상을 당해서 사람이 쉽게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안전한 곳에 넣어두기 때문에 인수인계를 받는 식이다.
» 황조롱이 새끼가 어미와 살 수 있도록 둥지를 만들어 주는 모습. 어미와 잠시 떨어진 새끼를 구조센터에 데려오는 것은 납치와 마찬가지여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
한번은 황조롱이 5마리가 미아가 되었다고 신고가 들어와 갔는데 주변에 어미가 있어서 새집을 만들어 근처 나무 위에 보금자리를 달아 새끼들을 넣어두었다. 왜냐하면 주변에 어미가 있는데도 버려진 새끼인 줄 알고 새끼를 데리고 와 신고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것은 구조가 아니라 납치인 셈이다. 동물을 구조하는 센터가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방생 자체는 간단하지만 준비할 일이 조금 있다. 먼저 그 동물이 처음 구조된 장소에 풀어주는 것이 원칙이다. 그게 아니라면 차선책으로 그 동물이 살기 좋은 서식지를 일일이 찾아가 풀어주어야 한다.
산림에 사는 새들은 근처의 울창한 산을 찾아서 풀어주어야 하고 야행성이냐, 주행성이냐에 따라서 방생하는 시간도 달라진다. 실제로 포인트를 잡고 방생을 하러 갔지만 지도와는 달리 개발이 되어 있거나 주변에 인가가 많으면 다른 곳으로 위치를 다시 잡아 방생을 한다.
텃새라면 그냥 그 개체가 살기 좋은 서식지에 방생하면 되지만 철새는 이동시기가 아니라면 그 새의 무리가 다시 한국에 올 때까지 센터에서 데리고 있어야 한다.
나는 밤에도 센터에 있었기 때문에 방생은 거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같이 나갈 수 있었다. 그냥 잘 있다가 가는 새가 있는가 하면 내가 1달 동안 먹이 주고 약 넣어 주고 정이 들어 떠나보내기 아쉬운 새들도 있었다. 그 녀석들이 하늘을 박차고 날아갈 때가 나도 그렇고 선생님도 제일 기분 좋고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번은 고라니를 방생하러 나갔는데 포인트로 잡았던 지점이 공사 중이어서 방생할 곳을 찾아 밤 12시까지 돌아다녔던 적도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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