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친구하면 별빛도 사랑하게 돼

조홍섭 2009. 0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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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깜깜함에 익숙해지기 훈련…에너지 절약에도 도움
 
 
내 연구실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한마디 한다. “왜 이렇게 어두워요?” 
 
나는 불편하지 않은데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느낀다. 많이 듣다 보니 주인과 손님이 느끼는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름대로 정리한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내 책상은 남향의 창가에 있다. 낮에는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책을 읽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방문객은 북쪽에서 들어서다 보니 자연광을 덜 받는다.
 
2. 시야를 가리려고 내 책상과 출입구 사이에 가로놓은 책꽂이 또한 손님의 눈에 전달될 빛을 어느 정도 차단한다. 
 
그런 조건은 부분적인 이유가 되겠다. 손님은 내게 다가와서도 여전히 어둠의 기미를 느끼고 있다. 아마도 상대적인 어둠을 통과해오면서 남은 영향도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더 큰 이유는 내 몸에 밴 삶의 여적에서 찾아야겠다.
 
나는 시골에서 중학교에 다녔고, 고등학교 공부를 위해 도시로 떠날 때까지 고향마을은 전기 혜택을 보지 못했다. 저녁식사가 끝난 다음에는 등잔불을 밝히고, 아주 조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석유를 아끼신다고 밤늦게 불을 켜는 일도 썩 달가워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밤이면 사위는 늘 어두웠다. 내 시신경은 아마도 그 무렵 어둠에 단련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탓인지 지금도 미등을 밝히는 잠자리는 불편하고, 창으로 스며드는 도시의 간접 광은 늘 두터운 커튼으로 차단해야 편안하게 잠을 잔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어둠에 익숙해지는 훈련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그렇다고 억지로 어둠 속에 들어가 보도록 해서는 효과가 없겠다. 어둠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놀이를 많이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어릴 때부터 어둠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니 몇 해 전에 일본 오사카에 갔을 때 빛을 차단한 창고를 마련하고 사람들에게 빛의 고마움을 느끼게 했던 작품을 경험한 적이 있다. 에너지를 아끼고, 지구 온난화를 걱정해야 할 이 시절에 어둠을 이용한 더 많은 작품과 놀이를 만들어 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는 어둠에 익숙하지 못한, 그저 깜깜한 밤이라면 무서워하는 도시 어린이를 너무 많이 키우고 있는 것 같다. 그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도 어둠 속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불편을 겪을 터이다. 우리는 어둠에서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는, 그리고 무서움을 타지 않고 밤하늘 별빛이 반짝이는 시골 어둠도 즐길 줄 아는 자식들을 키워낼 의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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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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