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도 ‘교대 근무’하나, ‘아침반’ ‘저녁반’ 나눠 사냥

조홍섭 2018. 12. 28
조회수 8186 추천수 1
꺼리는 상대 피해 단짝 친구들과 다른 시간대에 사냥
까다로운 사회 구조 드러나, 보전과 관리에도 고려해야

512 (1).jpg »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에 있는 아드리아 해의 큰돌고래 무리. 꺼리는 무리와 만나지 않으려고 시간 조절을 하는 행동이 발견됐다. 애너 헤이스, 모리게노스 제공.

지능이 높은 사회성 동물인 돌고래에서 새로운 ‘사회적 행동’이 발견됐다. 두 무리의 큰돌고래가 마치 사람이 교대 근무를 하듯 같은 바다에서 시간대를 나눠 사냥하는 행동이 처음 확인됐다.

돌고래는 다양한 형태의 무리를 이룬다. 수컷끼리 동맹을 맺기도 하고, 같은 성별 또는 연령대가 무리 짓기도 한다. 무리의 특성에 따라 독특한 행동을 보이지만, 돌고래의 집단행동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슬로베니아 해양 포유류 협회(모리게노스) 연구자들은 지중해의 아드리아 해에 서식하는 큰돌고래를 9년 동안 관찰했다. 이들은 등지느러미 모양의 특징 등을 바탕으로 개별 돌고래의 행동을 추적한 빅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전례 없는 행동이 드러났다고 과학저널 ‘해양 생물학’ 1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512 (2).jpg » 결속력이 강한 두 무리와 느슨한 무리 하나로 구성된 큰돌고래 집단. 무리마다 먹이터 이용 시간대가 다르다. 게노브 외 (2018)

아드리아해 트리에스테 만에서 목격한 시간과 장소를 자세히 기록한 돌고래는 모두 38마리였다. 이 해역 돌고래 집단은 3개 무리로 나뉘었는데, 결속력이 강한 두 무리와 느슨한 뜨내기 무리 하나로 이뤄졌다. 19마리의 암·수로 이뤄진 첫 무리는 이 해역에서 저인망 조업을 하는 어선을 따라다니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습성이 있었다. 두 번째 무리는 13마리로 이뤄졌는데, 첫 무리와 같은 해역에 서식하지만, 어선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방대한 목격 기록을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결속력이 강한 앞의 두 무리가 같은 해역에서 숭어 등 먹이를 사냥하지만, 결코 서로 만나는 일이 없었다. 첫째 무리의 사냥 시간은 오전 7시∼오후 1시였고, 두 번째 무리는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활동했다. 연구 책임자인 틸렌 게노브 모리게노스 연구원은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돌고래가 바다의 다른 구역을 나누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하루의 특정 시간대를 나누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고 세인트 앤드류스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어떤 때는 한 지점에서 아침에는 한 무리를 보고 저녁에는 다른 무리를 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512 (3).jpg » 연구자들이 등지느러미의 특징을 바탕으로 무리 구성원의 개별 행동을 조사하고 있다. 애너 헤이스, 모리게노스 제공.

돌고래들이 무작위로 섞이는 것이 아니라 꺼리는 무리와 단짝 무리가 있어 서로 나뉘는 까닭은 뭘까. 연구자들은 돌고래 사이의 먹이 경쟁과 충돌 회피, 상이한 먹이 찾는 방식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돌고래 집단이라도 무리마다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면 사람에 의한 교란이 끼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고, 보전과 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ilen Genov et al, Behavioural and temporal partitioning of dolphin social groups in the northern Adriatic Sea, Marine Biology (2019) 166:11, https://doi.org/10.1007/s00227-018-3450-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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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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