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산호초에서 실험해보니…기후변화 ‘산성화 효과’ 심각했다
따뜻해진 바다로 금세기말 산호 뼈대 성장속도 34% 감소
자연조건서 산호군락 영향 실험 의미…“온실가스 줄여야”

금세기 말까지 탄산가스 배출을 급격히 줄이지 않는다면 산호초의 성장이 심각하게 느려질 것이란 현장 실험 결과가 나왔다. 실험실이 아닌 실제 산호초에서 바다 산성화의 구체적인 영향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베카 올브라이트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산호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 15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오스트레일리아 대보초(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한 일련의 현장 실험결과를 보고했다. 논문을 보면, 산호초 군락 위로 흐르는 바닷물의 산성도를 금세기말 예상되는 농도(pH 6.1, pH는 수소이온농도지수)로 높였을 때 산호가 뼈대를 형성하는 석회화 속도가 3분의 1 줄어들었다. 올브라이트는 “이번 연구결과는 만일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하고 현저하게 줄이지 못한다면 탄산가스 방출로 인한 바다 산성화가 장차 산호초의 성장을 심각하게 늦출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라고 미국 카네기 과학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산호초는 열대지방 주민 수백만 명에게 단백질을 제공하는 어류 서식지이자 폭풍으로부터 해안을 보호하고, 해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생태관광 수입을 내는 구실을 한다. 또 해양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대보초 남부의 400㎡ 규모 산호초에서 산성도를 높인 바닷물을 염료와 함께 흘려보내며 산호초의 형성능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았다. 이제까지 바다 산성화 연구는 대부분 실험실에서 특정한 생물 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이번 연구는 자연상태의 온도, 빛, 영양 상태에서 산호군락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조사한 것으로, 연구자들은 “자연환경에서 통제된 실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2년 전에 이 산호초에서 바닷물에 알칼리를 투입해 바다 산성화 정도를 누그러뜨리면 산호초의 성장 속도가 산업화 이전으로 개선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연구에 참여한 켄 칼데이라 카네기 과학연구소 대기과학자는 “지난번에는 바닷물이 덜 산성을 띠도록 해 100년 전 상태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100년 뒤 상태와 비슷하게 바닷물이 더 산성을 띠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방출되는 이산화탄소(탄산가스)가 바닷물에 녹으면 약산성의 탄산이 되고, 이는 연쇄적으로 바닷물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바다 생물의 뼈대와 껍질을 이루는 탄산칼슘 형성을 방해한다. 바닷물로부터 받아들이는 탄산칼슘의 양보다 많은 양이 녹아나가면 산호나 게·새우 같은 갑각류, 플랑크톤 등이 치명타를 입는다.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은 바다가 흡수했다. 바다 산성화는 그 결과이다. 그러나 바다의 흡수능력은 산업화 이전보다 70% 수준으로 떨어졌고, 금세기말에는 다시 20%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다의 이런 산성화 추세는 지구 역사에서 지난 3억년 동안 유례가 없는 일로 알려진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ebecca Albright et al, Carbon dioxide addition to coral reef waters suppresses net community calcification, Nature, doi:10.1038/nature2596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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