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이시스 백화점과 동경대엔 주차장이 없다

김정욱 2018. 02. 01
조회수 19621 추천수 1
미세먼지 근본원인은 대규모 석탄발전과 자동차 통행량 때문
자동차 통행 불편하고 비싸져야 대중교통 요금 무료 효과 본다

미10.JPG »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개찰구에 미세먼지 할인 안내문이 부착되어있다. 이 제도가 실효를 거두려면 서울에서 자동차 이용이 더 비싸고 불편해야 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발표를 보면, 해마다 7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대기오염으로 인하여 죽는다. 그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미세먼지라고 하였다. 해마다 미세먼지로 인하여 죽는 사람은 420만 명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세먼지로 인해 해마다 140만 명의 어린이가 죽고 2050년에는 300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희생될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미세먼지의 정확한 정의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 우리나라의 환경법은 직경 10마이크론(㎛, 1마이크론은 100만분의 1m) 이하의 먼지, 즉 PM10을 ‘미세먼지’라 하고 직경 2.5마이크론 이하의 먼지, 즉, PM2.5는 ‘초미세먼지’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국제학술용어로 PM10은 ‘호흡먼지(respirable particle)’라고 부르는데,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깊숙이 흡입되어 각종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고 보는 먼지이다. 그리고 PM2.5를 ‘미세먼지(fine particle)’라고 부르는데, 혈관까지 침투하는 먼지로 심장질환까지도 일으키는 먼지이다. 나아가 PM0.1은 ‘초미세먼지(ultrafine particle)’라고 부르는데 우리 환경법에는 아직 정해진 용어가 없다. 이 먼지는 어떤 여과 장치로도 거를 수 없는 미세한 화학물질 덩어리인데 혈액에 그대로 흡수되어 건강에 피해를 주고 시야를 흐리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바람이 많이 불어 황사가 우리나라를 덮칠 때 미세먼지 농도는 높지만 시야는 오히려 더 좋아진 경우가 많은데, 그때는 굵은 흙먼지가 많기 때문이다. 앞은 보이지 않는데 미세먼지 농도는 황사 때보다 낮은 이유는 화학물질투성이의 초미세먼지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의 문헌이나 기사를 우리말로 옮길 때 이 세 용어가 뒤섞여 우리에게 혼란을 주게 된다. 그러나 우리 일반 시민들에게는 미세먼지가 세 가지를 다 대표하는 쉬운 용어이기 때문에 독자들 머리 아프지 않도록 이 글에서는 세 가지를 통틀어 미세먼지라고 부르겠다. 위의 세 가지 미세먼지는 모두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 즉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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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2.jpg » 캐나다 밴쿠버에서 바라본 논 덮인 로키 산 모습. 밴쿠버에서 200㎞ 이상 떨어진 산이 똑똑하게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하늘만 한번 쳐다보면 다 안다. 내가 캐나다 밴쿠버에 갔을 때 시의 동쪽을 둘러싸고 있는 산에 온통 흰 눈이 덮여 있어서 이 날씨에 웬 눈이 저렇게 많이 왔느냐고 물었더니, 그 산이 바로 만년설이 있는 로키 산으로서 자그마치 200㎞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그림 1). 서울에서는 2㎞ 앞을 보기가 힘들고 중국에서는 200m 앞도 보이지 않는다. 

서울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대기오염으로 인하여 수도권에서만 해마다 80만 명가량이 호흡기질환을 앓고 그중 2만 명가량이 사망할 것이라고 하였다. 암이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데 암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은 폐암으로 사망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스무 명 중 한 명꼴이던 폐암 사망률이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미세먼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전에 가장 큰 폐암의 원인이라고 알려졌던 흡연은 줄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의 농도는 완만하게 줄고 있는데도 이렇게 폐암 사망률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미세먼지의 성분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심장질환이 증가한 데에도 미세먼지의 영향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청(South Coast Air Quality Management District)에서 최근에 발표한 것을 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암 발병에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90% 이상의 책임이 있고, 그중에서 경유 자동차의 미세먼지가 68%의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미국에서는 경유 자동차의 점유율은 3% 정도밖에 안 되는데 우리나라는 절반가량 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건강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을 진흥시킨다는 목적으로 경유차에 친환경차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세제 혜택을 주었기 때문이다. 흙먼지나 고등어구이 먼지를 자동차 매연과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 

00197975_P_0-1.jpg » (그림 2) 서해안에 서풍이 불면서 위로 퍼지지 못하고 땅으로 가라앉는 연기. 인천공단의 모습이다.

미3.jpg » (그림 3) 해풍이 연기를 가라앉게 하는 이유. 바다에서 부는 찬바람을 탄 연기는 무거워서 땅으로 가라앉는다.

미국에는 석탄발전소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평가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석탄발전소와 공단이 서해안에 밀집해 있어서 이로 인한 영향도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풍인 서풍이나 해풍을 타고 찬바람에 실려 온 이들 매연은 내륙의 따뜻한 공기를 만나면 쉽게 땅으로 가라앉는다(그림 2, 3 참조). 왜냐하면 찬 공기는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고 따뜻한 공기는 가벼워 떠오르기 때문이다. 석탄을 태운 매연에는 황산과 질산이 많고 수은과 비소를 비롯한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어서 유독한데 극히 작은 초미세먼지가 되어 시야를 흐리게 한다. 

올겨울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많았는데,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의 영향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황사나 중국에서 국경을 넘어 날아오는 대기오염은 주로 지상 1㎞ 이상의 고공에서 부는 제트 기류를 타고 날아온다. 이렇게 고공에서 넘어온 황사나 미세먼지는 땅으로 내려앉아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 분명히 포함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번 겨울처럼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 공기 중에 축적되는 미세먼지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림 4)에서 미세먼지 낀 서울의 사진을 보면, 높은 하늘은 비교적 맑은데 시야를 가리는 미세먼지가 주로 지면 가까이에 있음을 볼 수 있다. 관악산이나 북한산에 오르면 이 미세먼지가 지면에 좍 깔린 게 잘 보인다. 황사처럼 멀리서 고공으로 날아온 먼지는 지면보다는 고공의 시야를 더 흐리게 한다.

00695712_P_0-1.jpg » (그림4) 높은 하늘은 맑지만 낮은 상공엔 소모그가 이불처럼 덮은 서울의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만약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이 주원인일 것 같으면 이 오염은 북한에서도 그대로 관측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북한의 대기오염은 남한보다 상당히 낮다. (그림 5)는 참여정부 시절 평양과 우리나라 대도시들의 이산화질소의 오염도를 비교한 결과이다. 대개 우리 대도시의 대기오염도가 평양보다 2∼3배 높았고 특히 서울은 3∼5배 높았다. 이는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는데, 평양에는 자동차나 공장이 별로 없고 석탄발전소가 2개 있는데 가동률도 낮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의 오염은 주로 우리나라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하겠다.

미4.jpg » (그림 5) 우리나라 대도시와 평양의 대기오염(이산화질소) 비교. 서울이 평양보다 3∼5배 높게 나왔다. 즉, 서울의 대기오염이 중국보다는 수도권 자체에 큰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출처: KIM, JW, Y.M. Kim and S.H. Jin, “The State of Air Pollution in North Korea in comparison with South Korea,” Global Environmental Policies: Impact, Management and Effects (ISBN: 978-1-60876-204-0), Nova Science Publishers, 2010.

실제 도시민들이 숨 쉬는 공기의 대기오염도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오염도보다 훨씬 더 높다. 왜냐하면 대기오염은 대개 공기가 나쁜 곳을 피하여 측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시청 앞의 공기는 덕수궁 안에서 측정하고, 신림동은 관악산 자락에서, 불광동은 북한산 자락에서, 한남동은 남산 자락에서 측정한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역의 땅값이 떨어질까 염려하여 공기가 나쁜 곳에는 측정소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바깥보다도 미세먼지가 더 많은 실내나 차 안이나 교통이 번잡한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림 6)은 미국의 도시에서 대기오염 측정소와 실제로 사람이 숨 쉬는 공기의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하였는데, 바깥 공기보다는 숨 쉬는 공기에 미세먼지기 훨씬 더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미세먼지 대책이 대기오염 측정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훨씬 더 엄격한 기준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고 하겠다.

미5.jpg » (그림 6) 실외 공기와 실제 사람이 숨 쉬는 공기의 미세먼지 농도 (μg/m3) (미국 캔사스 주의 사례 연구 결과). 대기오염측정소에서 측정한 오염도보다 실제 생활하면서 숨 쉬는 공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가 2배 이상 더 높다.

우리나라가 특별히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여기가 세계 최대의 석탄발전단지이고 또 우리 수도권이 세계에서도 가장 자동차 통행량이 많은 도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출퇴근시간대에 뉴욕, 런던, 파리, 도쿄에서는 전철이 80% 이상의 교통을 담당한다. 그러나 수도권은 자동차 통행이 40%를 훌쩍 넘는다(그림 7 참조). 저들 도시에서는 자동차를 운전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주차장 찾기 어렵고 비싸기 때문이다. 도쿄나 유럽의 도시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교통이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서울은 0.5% 미만이다. 서울은 세계에서도 가장 대중교통 체계가 잘 되어 있다고 평가받지만, 그래도 공짜 혹은 값싼 주차장이 얼마든지 있고 도로가 잘 뚫려 있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동경대학에는 자동차가 아예 학교에 들어갈 수가 없지만, 서울대학에는 학생들도 자동차로 등교를 한다. 뉴욕의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메이시스 백화점에는 주차장이 아예 없지만, 서울의 백화점들은 세일 기간에 자동차로 인하여 도로가 막힌다.

(그림 7) 서울과 외국 주요 도시의 교통분담률 비교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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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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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자동차 통행을 억제하겠다는 정책의 목표는 맞다. 그러나 대중교통요금을 무료로 한다고 해서 자동차 통행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자동차 통행이 불편하고 비싸져야만 제대로 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서울시와 경기도가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어린이가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타당한 정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그런 것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이 알아서 좋은 공기를 숨 쉬도록 하는 도리밖에 없다. 겨울 공기는 아침 8시에서 10시 사이에 가장 공기가 나쁘기 때문에 이때 야외활동을 조심하고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 공기가 가장 좋기 때문에 이때 실내의 공기를 환기하는 것이 좋다(그림 8 참조). 

미9.jpg » (그림 8) 대기오염도의 일중 변화. 1980년대 초 오염이 심하던 겨울 어느 날 서울 도심의 시간별 SO2 오염도(ppb). 아침 7시에서 10시까지가 오염이 가장 심하고 오후 2시에서 5시까지가 가장 낮다.

공기라는 것은 마시고 살라고 하늘이 내린 것인데 많은 사람이 마시고 죽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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