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오염 피하려…검은색 피부로 변신한 물뱀
19세기 영국 얼룩나방 이어 ‘공업’이 유발한 ‘암화’의 새 사례
광산 개발로 폐수 흘러드는 항구 서식 물뱀, 허물도 자주 벗어

19세기 영국 공업지대의 얼룩나방은 회색에 반점이 있는 무늬였다. 석탄 매연으로 나무껍질이 검게 바뀌자 눈에 잘 띄어 새의 손쉬운 먹이가 됐다. 그러나 돌연변이로 짙은 잿빛을 띤 얼룩나방은 살아남아 번성했다. 공해가 줄자 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공해가 심한 곳의 동물이 검게 되는 ‘공업 암화’의 유명한 사례다(■ 관련 기사: 나무껍질에 교묘히 숨어드는 나방 의태의 비밀 밝혀져). 나방과 나비에 알려진 이 현상이 처음으로 바다 동물에서 발견됐다.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은 얕은 바다에 사는 물뱀을 연구했다. 이 물뱀은 거북 머리 모양의 주둥이로 산호 틈에 낳은 물고기 알을 먹고 산다. 그런데 검고 흰 줄무늬가 뚜렷한 이 물뱀이 유독 누벨칼레도니(뉴칼레도니아) 누메아에서는 검은색이었다. 물뱀의 허물을 분석해 보니 코발트, 망간, 납, 아연, 니켈 같은 중금속이 동물의 건강을 해칠 정도로 들어 있었다. 다른 물뱀보다 허물을 두 배나 자주 벗기도 했다.

이 항구는 광산 개발과 산업화로 폐수가 많이 들어오는 곳이다. 검은색을 띠는 멜라닌 색소는 중금속을 잘 흡착하는 성질을 지닌다. 중금속 오염이 심한 대도시의 비둘기에 검은 빛깔이 많은 것도 이런 중금속 흡착 능력 때문이란 연구결과가 있다. 이 물뱀은 해로운 중금속이 몸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은색으로 변신하는 진화를 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oiran et al., Industrial Melanism in the Seasnake Emydocephalus annulatus, Current Biology (2017), http://dx.doi.org/10.1016/j.cub.2017.06.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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