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오염도는 왜 늘 기준치 이내일까
일평균 기준은 연간 4번 허용되는 고농도 대비…연평균과 비교해야
기준 자체가 건강기준 아닌데다 실제 도로변 상황 보여주는 것도 아냐

연일 미세먼지 오염도가 심상치 않다. 작년 봄 미세먼지 사태가 다시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 다들 걱정하고 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미세먼지 고농도 사태는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대기오염 고농도 오염상태를 줄이기 위한 단기적인 비상대책은 노력에 비하여 그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속적인 대기오염 저감 노력으로 단기적인 고농도 발생의 강도와 빈도를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시 대기오염 상황을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빨리 알려서 이에 대한 노출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파 방법은 매스컴과 휴대폰 그리고 도로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기오염 전광판을 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기오염 전광판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대기오염 전광판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대기오염 전광판의 오염도는 그 지점의 오염도인가?
현재 운영 중인 대기오염 전광판은 대부분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도로를 통행하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많은 시민들은 전광판의 오염도가 전광판 인근 도로변의 대기질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오염 전광판의 오염도는 전광판에서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인근 도시대기 측정망의 오염도를 나타낸다.
그런데 2015년 서울지역 도로변 측정소에서 측정되는 오염도를 보면, 도시대기 측정소의 농도보다 이산화질소는 1.6배, 미세먼지(PM10)는 1.2배 높은 오염도를 나타내고 있다. 도로변에서 전광판의 오염도를 보고 있는 시민들은 전광판의 오염도보다 그만큼 높은 농도의 오염물질을 호흡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 대기환경기준을 만족하면 인체 피해가 없는 것인가?
대기오염 전광판에서 보여주는 오염도는 일반 시민이 그 오염도의 수준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 전광판에서는 측정치와 함께 대기환경 기준치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보는 시민들은 당연히 기준치보다 낮으면 인체 피해가 없는 괜찮은 대기질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기환경기준은 인체 피해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경제적 기술적 수준을 함께 고려한 대기관리의 정책 목표이다. 기준 자체가 계속 달라져 왔다.
우리의 대기환경기준은 1993년 도입 이후 6차례 수정되면서 총부유분진(TSP) 같은 항목은 빠지고 초미세먼지(PM2.5)는 추가되었으며, 미세먼지(PM10) 기준치는 강화되는 식으로 보완되어 왔다. 즉 대기오염 전광판에서 보여주는 환경기준은 대기관리의 정책 목표이지 인체 피해의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더구나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보다 완화되어 있는 우리의 대기환경 기준치를 고려하면 기준치 이하라고 해도 인체 피해가 없는 수준은 아닌 것이다. 현재 우리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연평균 대기환경기준은 모두 WHO 기준치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표 1> 한국과 WHO의 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2015년 기준)
오염물질 | 평균화시간 | 한국 | WHO |
PM10 | 24시간 | 100 ㎍/㎥ | 50 ㎍/㎥ |
년 | 50 ㎍/㎥ | 20 ㎍/㎥ | |
PM2.5 | 24시간 | 50 ㎍/㎥ | 25 ㎍/㎥ |
년 | 25 ㎍/㎥ | 10 ㎍/㎥ |
3. 대기오염 전광판의 오염도는 왜 항상 괜찮은 상태만 보여 주는가?

대기오염 전광판의 정보와 함께 시민들이 매일 오염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의 대기질과 함께 비교되는 대기환경기준치의 선택 문제이다.
대기오염도는 시간적인 변동이 매우 크기 때문에 환경기준치는 연평균 같은 장기 기준과 한 시간 또는 일평균과 같은 단기 기준으로 되어 있다. 단기 기준은 연간 발생 횟수(일평균은 4회;99백분위수, 시간평균은 9회;999천분위수)를 고려한 빈도 개념의 고농도 기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즉 단기 기준은 일평균이나 시간평균 농도가 평균적으로 이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되는 수준이 아니라, 통계적 개념의 고농도 발생 기준인 것이다. 일평균 농도를 일평균 단기기준과 비교하는 것은 연간 4회를 넘어서는 안 될 정도의 고농도와 비교하는 셈이다. 그러니 전광판은 항상 기준치 이내의 괜찮은(?) 농도만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현재 미세먼지(PM10)의 경우 연평균 기준은 50㎍/㎥이고 일평균기준은 100㎍/㎥ 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80㎍/㎥ 인데 일평균 기준 100㎍/㎥과 비교하여 환경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가정하여 보자.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365일 지속된다면 일평균 기준은 모두 만족하는데 연평균 기준을 달성할 수 없다는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많은 대기오염 전광판에서 보여주는 오류이다.
단기기준은 일평균농도와 비교하는 값이 아니라 연평균기준 5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평균 농도가 연간 백분의 1비율(연간 4일)을 초과해서는 안 되는 고농도 수준인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연평균 기준 50㎍/㎥을 달성하자면 매 시간 50㎍/㎥을 넘지 않는 농도들이 모여야 달성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매시간 농도가 연평균 기준치를 넘으면 환경기준치를 넘는 대기질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제 대기오염 전광판의 측정치는 일평균농도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연평균 기준이 있는 경우는 연평균 값과, 8시간 기준이 있는 경우는 8시간 이동평균값과 비교하여야 한다. 그래야 “대기오염 전광판은 항상 대기질이 괜찮다는 홍보만 한다”는 오해와 무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장영기/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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