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 하수처리장 악취, 오세훈의 이기적 침묵

신창현 2011. 05. 11
조회수 49509 추천수 0
편익은 서울시가 누리면서 고통은 고양시에
내가 하면 애향심, 남이 하면 지역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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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 자유로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차 안으로 역겨운 냄새가 파고 든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난지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악취다. 서울시로 출퇴근하는 고양시민들이 하루에 두 번씩 맡고 있는 악취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4개의 하수처리장 중에 3개는 서울시 강남구와 성동구, 강서구에 있다. 이 3곳에서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 서울시가 많은 예산을 투자해 악취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지하화, 공원화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강남와 성동, 강서 하수처리장은 악취 제거 시설
 
그러나 난지 하수처리장은 아무런 계획이 없어 고양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강남구 하수처리장은 834억 원을 들여 주요 시설들을 복개하거나 공원화를 완료했다. 성동구와 강서구 시설은 각각 2,100억 원과 3,000억 원을 들여 2013년 또는 2015년까지 지하화, 공원화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2009년 4월에 발표한 ‘하수악취 없는 서울 만들기’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고양시에 있는 난지 하수처리장만 지하화, 공원화 계획이 빠져 있다. 왜 그럴까? 다 같은 하수처리장인데 서울시의 3개 시설은 지하화, 공원화를 추진하면서 고양시에 있는 난지 하수처리장은 방치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서울시 4개 하수처리장 중에서 악취대책이 가장 시급한 곳은 난지 하수처리장이다. 그래서 주변에 사는 고양시민들이 서울시에 요구했지만 오세훈 시장은 응답이 없다. 시설은 고양시에 있지만 운영은 서울시가 하고, 편익은 서울시가 누리면서 고통은 고양시에 떠넘기고 있다. 주민들이 서울시를 찾아가 항의하고 고양시장이 협의를 요청해도 서울시장은 만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고양시민들도 알고 있다. 고양시와 협력해서 함께 해결해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서울시의 무성의가 문제다. 서민복지를 강조하는 오세훈 시장이 하수처리장의 악취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복지는 외면하고 있다. 수원시도 화성시 태안읍 송산리에 하수처리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시장은 화성시민들을 위해 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각종 체육시설을 설치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수원시장이 할 수 있으면 서울시장은 더 잘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공원화는커녕 마포구에 있는 화력발전소까지 난지 하수처리장 옆으로 이전하고, 발전소 자리에는 복합문화단지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무허가 시설까지…화력발전소도 떠넘길 계획
 
그러면서 발전소 이전에 반대하는 고양시민들을 지역이기주의라고 비난한다. 서울시민이 지역발전을 원하면 애향심이고 고양시민이 원하면 지역이기주의인가? 하수는 강남구에서 처리하면서 분뇨는 고양시에서 처리하는 서울시야말로 염치를 모르는 지역이기주의다.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오세훈 시장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서울시는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가 협의에 응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양시가 선택한 방법은 불법행위 고발이다. 서울시는 난지 하수처리장 안에 분뇨처리시설을 무허가로 증축한 것을 비롯해서 전기실, 농축기계실, 탈취장, 펌프실, 현장사무실 등 20 동의 건물을 고양시의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설치했다. 이 중에는 오세훈 시장 재임 중에 설치한 무허가 건물도 여러 개 있다.

 
서울시 때문에 고양시민들이 겪고 있는 악취피해를 모른 척하고, 서울시의 지역이기주의에는 침묵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마저 거부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 그가 정말 대통령이 되려 한다면 역지사지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긍정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하수처리장 악취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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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난지도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환경분쟁연구소장. 갈등과 분쟁이 있어야 먹고 사는 분쟁 전문가. 복잡한 환경분쟁을 명쾌한 논리와 합리적인 대안 제시로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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