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돈을 먹고 살수는 없다”

조홍섭 2010. 12. 14
조회수 12508 추천수 0
‘낙동강’ 재판부, 법 그물망만 살피고 책임 회피
“무섭다” 최종변론, 강물도 숨죽여 눈물로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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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20주기를 맞은 인권변호사 조영래가 환경문제에 일찍부터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1980년 그는 대학원에 복학해 ‘공해소송에 있어서의 인과관계 입증에 관한 연구’란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환경법이 아직 법조계에 자리잡기 전의 일이다.

 
인권변호사 조영래, 환경소송도 물꼬 터
 
조 변호사는 이후 시민공익법률사무소를 열어 삼표연탄 탄가루 공해에 시달리던 서울 상봉동 주민들의 환경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소송에서 그는 5공 헌법의 장식물이던 환경권 조항을 구체적 시민의 권리로 이끌어내는 선구적 기여를 했다.

1990년대 이후 조영래의 후예들은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이 설치한 법률센터나 활동가로서 대규모 국책사업의 환경파괴를 막는 데 활약하게 된다. 새만금 소송에서는 2003년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방조제 공사를 잠정 중단하라는 집행정지 결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또 우이령 사람들은 양양 양수발전소 건설 중단을 위한 소송을 통해 소송 자격이 있는 주민의 범위를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으로 크게 넓히는 대법원 판결을 얻어냈다.


연이은 패소와 예산 날치기, 4대강 논의 공간 실종
 
단군 이래 최대의 국토개조사업으로 불리는 4대강 사업을 멈추기 위해 지난해 4대강 국민소송단이 출범했다. 그리고 서울에 이어 지난 10일 부산에서 패소 판결이 나왔다. 낙동강 소송은 4대강 소송의 분수령이다. 낙동강에는 댐 규모의 대형 보 8개가 들어서는데다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량만 해도 다른 세 강의 물량을 모두 합친 것의 3배가 넘는 4억㎥에 이른다. 보 설치로 인한 농경지 침수, 유해폐기물 매립, 문화재 발굴 소홀 등 현실적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 달 동안의 심리 끝에 정부 쪽 손을 들어줬다. 시민단체들은 사업현장을 둘러보고 원고 쪽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진지한 자세를 보이던 재판부에 기대를 걸었기에 실망도 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업 시행에 따른 문제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업 시행의 계속 여부, 그 범위를 판단하는 문제는 사법부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주제”라고 했다. 사법부는 사업이 옳은지가 아니라 법에 어긋나는지만 따진다는 얘기다. 22조 원이나 들여 국토를 송두리째 바꿔놓으면서 예비타당성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이 법 조항에만 걸리지 않으면 괜찮다는 것인지, 일반인의 법감정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재판부는 또 “설령 사업 시행의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 및 행정의 영역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대안을 찾는 것이 사법의 영역에서 일도양단식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도 했다. 민변의 지적대로 이는 “사법부의 책임 회피”일 뿐이다.

 
4대강에 관한 한 민주주의는 이미 작동하지 않고 있다. 행정부는 오로지 공기에 맞추기 위해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고 입법부는 날치기로 예산과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번 판결로 제도권에서 4대강 논의를 할 공간은 사실상 사라졌다.
 

“우리 안의 이기심과 인간의 오만에 대한 도전”
 
지난달 12일 부산지방법원에서 낙동강 소송 마지막 심리가 열렸다. 국민소송단인 원고 쪽 변호인이 미리 준비한 에세이 형식의 최종변론서를 읽어나갔다. 정남순 변호사가 감정이 북받쳐 읽기를 중단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뒤,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인간은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는 어느 인디언의 말을 인용했을 때였다. 방청석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변호인들은 “두렵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의 규모와 행정 관료들의 무모함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어리석음의 대가가 두렵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 한 달 뒤 판결을 예견하듯이 “4대강 사업을 소송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4대강 소송은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다주는 것인지도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겠다는 우리 안의 이기심에 대한 도전”이고 “인간의 오만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다음은 낙동강 소송 국민소송단 최종변론서다.



 1. 감사원은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오늘의 이 같은 결과는 ”지역주민, 입주기업체, 건교부, 농림부, 환경부 및 지방자치단체,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포함된, 그 동안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환경보전의식 결여가 가져온 결과로 사료’된다.
 공기업 사장들은 말했습니다. “호수가 오염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오염원인은 오수관을 잘못 연결하고 폐수를 무단 방류한 지자체와 업체들의 잘못도 있다”
 BOD 9.5ppm이 될 것이라 환경영향평가 예측과 달리 20ppm. 그야말로 썩은 물이 되어 결국은 막았던 방조제를 허물어야했던 시화호 사업.
 (앞서 인용한 말은 시화호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내용과 공기업 사장들의 언론 인터뷰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2. 1990년대 정부는 ‘수도권지역의 물 부족 사태를 대비’한다는 이유로 영월 동강댐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남한강 홍수피해 예방’, ‘소외지역 개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물 수요 예측이 엉터리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거세어지자 2000년, 동강댐 건설은 결국 백지화되었습니다. 동강댐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수도권지역에서 물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없었습니다. 수도권의 홍수피해위험이 증가했다는 보도도 없었습니다.
 
 3.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그리고 재판이 끝나가는 지금, 저희는 두렵습니다.
 시화호나 동강댐의 사례와는 견줄 수조차 없는 4대강 사업의 규모에 두렵습니다.
 댐 하나를 지으려고 해도, 도로 하나를 내려고 해도 거치는 경제성 분석조차 없이 우리 강산의 운명을 좌우할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행정 관료들의 그 무모함이 두렵습니다.
 법령으로 정해진 행정계획의 위계를 무시하고 행정기관 스스로 정해놓은 상위계획마저 휴지조각처럼 내팽개쳐버리고,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에 소속된 연구기관이 수행한 수질 예측자료를, 공사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음에 불과한 건설사들이 작성한 침수자료를,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에 그대로 옮겨놓고서도 환경영향평가에 문제가 없다고 우기는 공무원들의 그 대담한 탈법 의식이 두렵습니다.
 종교계와 학계, 사회 각계각층의 양심의 호소에 등 돌리고 본래의 사업 목적을 은폐한 채 수자원공사법, 국가재정법, 환경영향평가법 등등의 법령을 막무가내로 위반해 가며 기어이 이 거대한 생명의 강을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호수로 만들어놓은 뒤, 그 이후에 일어날 결과들이 두렵습니다.
 어른들의 어리석음의 댓가를 우리의 아이들이 오롯이 짊어지게 될 것이 너무나 두렵습니다.
 
 4. 4대강 사업을 소송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욕망의 극대화가 풍요로운 삶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는, 헛되고 미약한 돌팔매질일 뿐이라고 합니다.
 4대강 소송은 도리어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다주는 것인지도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겠다는 우리안의 이기심에 대한 도전입니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인간이외의 것들을 대상화하는 인간들의 이기심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반성이기 때문입니다.
 4대강 소송은 시화호, 동강댐 등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대한  도전입니다.
 4대강 소송은 인간의 한계를 자각하지 못하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도전입니다.
 4대강 사업과 같은 사업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보를 막아 물을 가두는 일들이야 있었지만 우리 국토의 생명줄인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모두를 파헤치고 가두는 그런 사업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경험적 자료에 의하여 뒷받침되지 않은 사실적 주장에 회의적입니다.
 그러나 자연에 관한한 양질의 의사 결정하는 데 필요한 충분하고도 확실한 정보와 지식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과학적 불확실성이 있는 경우 우리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 있듯이 환경법에서는 사전주의 원칙이 있습니다.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할 때, 자연에 대한 비가역적이고 회복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자연의 이익’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수십 개의 보로 막혀도, 수십억 톤의 모래가 파헤쳐져도 4대강은 끄떡없이 보기만 좋더라, 당장은 그럴 수도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던 자들의 호들갑이었다 비난받을 수도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해서 져야 할 책임이래야 호들갑을 떨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 족합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가져올 재앙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수 있을까요
 4대강 소송은 과연 우리에게 풍요로운 삶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한 생명이 4대강의 뭇 생명을 대신하여 자신의 몸을 태우는 소신공양을 했습니다.
 더 많을 것을 갖고자 늘 배고파하는 우리들이기에, 그래서 인간이 아닌 다른 것들에 내어줄 마음자리가 없는 우리들이기에, 자신의 몸을 불태운 그 분의 깊은 뜻을 다 헤아리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헤아릴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까지 했어야 했을까 차가운 이성이 머리를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강의 생명들이 죽고 신음해도, 물이 썩어도, 홍수피해가 나도, 법적 절차를 무시해서라도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용인할 수 있다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큰 의문하나를 던진 것은 분명합니다.
 
 4대강 사업이 과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 인디언은 말합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이 더렵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들은 깨닫게 되리라
 인간이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5. 우리에겐 기회가 있었습니다. 소통하고 성찰하고 고민하고 논의할 기회가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과정에서 4대강 사업이 과연 필요한지 논의가 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유역종합치수계획 하천기본계획의 큰 틀 속에서 4대강 사업의 의미를 따져 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이 우리 강산과 현세대 더 나아가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정치의 장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욕망들과 전망들이 충분히 소통되고 다듬어졌어야 했습니다.
 소통을 통해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법정에까지 오게 된 것은 그런 점에서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정치적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딱딱한 법적 잣대로 판단해야 하는 재판부의 고민이 얼마나 깊을지 헤아리기 어렵지 않습니다.
 저희에게도 이 소송은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이 소송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자 또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왜 해서는 안 되는가?
 
 이 사건 재판과정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가능한 냉철한 이성으로 그리고 상식으로 답하고 답하는 자리였습니다. 저희의 대답이 비록 탁월한 논리와 세련된 언어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합리적인 상식에는 어긋나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저희의 대답이 얼마나 힘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이제 재판부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6. 이 사건 재판과 무관하게 우리는 한 존재로써 여전히 다시 묻습니다.
 4대강 사업을 왜 해서는 안 되는가
 그 이유를 논리 정연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아이가 묻습니다. 엄마는 왜 나를 사랑해?
 이런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압니다. 순간 당황하다가 기껏 할 수 있는 말이 ‘엄마니까’라는 것을요. 아이가 또 묻습니다. 엄마니까 왜 사랑해? 
 아이가 묻습니다. 사람을 때리면 왜 안 돼?
 때리면 아프잖아 라고 대답합니다. 아이는 또 묻습니다. 때리면 왜 아파? 
 아이에게 무어라 대답해 줄 수 있을까요? 엄마니까 사랑하고, 때리면 아프니까 때리면 안 된다고 하는 대답 이외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너무도 당연한 것들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당황합니다. 4대강사업을 왜 반대하는지 하는 물음 역시 아이의 물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강물을 막으면 강바닥을 모래를 파헤치면 강이 아파합니다. 강이 왜 아픈지, 어떻게, 얼마나 아플지 묻는 것은 어리석은 물음입니다.
 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픕니다. 직접 아픔을 못 느낀다고 아픔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과 우리가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주장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4대강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강을 위해서 안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안 된다고 말합니다.
 강과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강과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합니다.
 
 7. 끝으로
 이런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4대강 사업을 왜 해야 하는가
 4대강 사업으로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은 풍요로워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저희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4대강 사업을 왜 해서는 안 되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한다면, 적어도 4대강 사업을 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나마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법적 절차마저 무시하면서까지 왜 4대강 사업을 해야만 했는지, 나중에 아이들이 물으면 대답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둔한 우리는 비록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편견 없는 아이들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대답을 듣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이번 재판에서 기대하는 저희들의 사소하고도 작은 바램입니다.
 
 
 2010.  11. 
 원고들의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 남  순
 변호사  이 정 일
 변호사  박 서 진
 변호사  전 종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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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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