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자의 눈으로 본 기후변화의 묵시록

조홍섭 2010. 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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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갈등으로 보이는 수단 내전도 사실은 기후전쟁
전 지구적 확산…기술적 대책만으로는 재앙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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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초래할 우울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가 물에 잠기고 도시를 걷던 사람들이 열사병에 쓰러지는 그림이 떠오른다면, 과학자들의 얘기를 너무 많이 들은 것이다.

인류가 기후변화의 대가로 얻게 될 미래 사회는 그렇게 평화롭지 않으며 오히려 전쟁과 난민행렬, 추방, 고문, 테러 등 폭력으로 점철된 나날이 될 것이란 주장이 있다. 아우슈비츠의 홀로코스트 연구로 유명한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하랄트 벨처의 책 <기후전쟁>(윤종석 옮김/영림카디널/1만7000원)은 사회과학자의 눈으로 본 기후변화의 묵시록이다.
 

 
“온도 2도 떨어지든 4도 올라가든 그것 때문에 세상 안 망해”
 
그는 “지구의 온도가 2도 떨어지든 4도 올라가든 그것 때문에 세상이 망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정작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 인간과 그 사회, 그리고 문화가 붕괴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최초의 기후전쟁이 아프리카 수단에서 진행중이라며 “현재의 수단을 보면 인류의 미래가 보인다”고 단언했다. 2003년 시작해 지금까지 3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수단 서부 다르푸르의 민족학살은 아랍계 기마 민병대와 아프리카계 농부 사이의 종족갈등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기후변화였다. 큰 가뭄을 맞아 가축을 이끌고 목초지를 찾아 떠난 유목민과 이들의 접근을 막는 농민의 충돌이 도화선이었다.

 
“농사를 짓기 위한 오랜 전통에 따라 야생 초지를 불태우던 관습을 지닌 농민들이 공격 당했는데, 왜냐하면 농민들에게는 잡초라고 여겨 태우는 것이 절망적인 유목민을 거느린 기진맥진한 가축 떼한테는 최후의 양식이었기 때문이다.”(131쪽)

 
수단 국토의 30%는 사막이고 나머지의 25%도 몇 년 안에 사막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강우량은 3분의 1 이상이나 감소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갈등은 폭력의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다. ‘말 탄 악마들’이란 뜻인 민병대 잔자위드는 말이나 낙타, 또는 도요타 지프를 타고 마을을 덮쳐 닥치는 대로 약탈과 강간, 방화, 살인을 자행했다. 아프리카계에 대한 대량학살의 배후엔 즉흥적 증오나 복수심이 아니라 잘 조직되고 정치화된 군대 집단이 놓여있었다. 여기엔 평화를 이룩하는 것보다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 이득인 ‘전쟁과 폭력의 경제’가 존재한다. 무기, 원자재, 인질, 국제구호품을 둘러싼 경제는 전쟁의 장기화를 바란다.
 

유럽연합·미국 등 성공한 국가들도 안심 못해
 
세계에 기후변화로 붕괴하고 있는 나라는 수단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지은이는 사회적, 경제적 지표를 기준으로 작성한 ‘실패국가지수’ 상위권에 올라있는 나라들은 기후변화에 극도로 취약하고 폭력적 갈등과 전쟁의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2006년 수단은 이 지수 최상위에 올라있었다. 2010년 집계를 보면, 1위는 소말리아, 2위 차드, 3위 수단 등의 순이고 북한은 19위에 올라 있다.

 
최근엔 기후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요인을 분석해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 일이 유행인데, 메이플크로프트가 발표한 ‘다음 30년 동안의 기후변화 충격 취약도 평가’를 보면, 1위가 방글라데시, 2위가 필리핀, 3위 마다가스카르, 4위 네팔, 5위 모잠비크 등의 순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하고 갈등 심한 나라들이 기후변화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취약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구 나라들이었다.

 
아프리카와 유럽의 간격이 13㎞밖에 안 되는 지브롤터 해협에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해안으로 밀항하려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거센 조류 때문에 2006년에만도 약 3000여 명이 이 바다에서 익사했다.유럽연합은 이미 2005년 유럽연합 바깥쪽 국경선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프론트엑스’라 불리는 조직을 창설했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서 밀입국을 기도하던 사람 가운데 약 110만 명이 2006년 한 해에 체포됐다. 두 나라 사이에 첨단 감시장치가 설치된 철조망을 무려 1125㎞ 길이에 걸쳐 설치할 예정이다. 철조망이 설치돼 있지 않은 사막이나 험준한 산을 통한 월경을 시도하다 사망한 사람이 1998~2004년 사이 2000명에 가깝다.

 
지은이는 “지구온난화의 결과들이 점점 더 광범위하게 현실화할수록 그 영향이 더는 실패한 사회에만 국한되지 않고 성공한 국가들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사회적 재앙, 내일이면 이미 늦어
 
기후변화는 이미 국경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 차드호는 강수량 감소와 물 남용으로 물 면적이 95%나 줄어들었는데, 과거 호수를 경계로 국경을 나누던 니제르, 나이지리아, 차드, 카메룬이 새로 드러난 육지를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움츠러드는 아랄해가 국경이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도 비슷한 갈등을 빚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재앙은 서서히 아무도 심각하게 눈치채지 못하는 동안 이미 시작됐다. 지은이는 두 세대 이상 평화와 번영을 지속적으로 누린 서구인들은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대규모 폭력사태와 혼란, 빈곤은 다른 세상 사람들에게나 일어날 문제로 여긴다고 꼬집는다.

 
“독일에 살던 많은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까지도 설마 무슨 일이야 일어나겠느냐는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했고, 체르노빌 원자로 인근에 살던 사람들도 이와 똑같이 생각했다.”(277쪽)

 
사람들은 헤어나기 힘든 위험에 깊숙이 빠져있음을 깨달을 때 무감각, 배제, 혹은 방어 등을 통해 그 부조화를 줄이려 한다. 그래서 “이스터 섬의 사회적 재난이 마지막 나무가 잘렸을 때 시작되지 않았듯이, 홀로코스트 역시 아우슈비츠에 최초의 가스실이 건립될 때 시작하지 않았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기후전쟁의 양상을 이렇게 간추려 진단한다.
 
1. 국경을 넘어 전쟁이 항구화한 지역에서 기후전쟁은 이미 발생하고 있다.
2. 토질저하, 홍수, 식수부족, 폭풍 등 기후변화의 결과가 기존의 문제를 악화시키고 국가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3. 그 결과 폭력이 난민 및 이민자를 증가시키고, 이는 새로운 폭력을 부른다.
4. 서유럽과 미국은 이에 대응해 갈등을 국경 바깥으로 이동시키고, 국경침범에 대한 폭력수단의 강도를 강화한다.
5. 세계화로 확산된 테러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불평등과 부정의 때문에 정당화되고 강화된다.
6. 이는 국가의 통제 강화를 부르고 독점화한 폭력의 수준이 높아진다.
 

생활문화·사회적인 거대한 변혁 뒤따라야
 
지은이는 한 마디로 현재 진행되는 기후전쟁에 비춰 볼 때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 그대로의 세계가 앞으로 계속 유지될 것으로 믿어야 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은이는 기술적 대책만으로 기후재앙을 막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모든 생활습관과 문화적 관행의 변화, 현재의 ‘탄소 사회’에서 ‘탈-탄소 사회’로의 거대한 변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막연해 보이는 이런 주장을 구체화하기 위한 사례로 일부 유럽 국가가 취한 정책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제안한다. 노르웨이는 북해에서 발견한 유전에서 얻은 국부를 낭비적 건설 프로젝트나 나눠먹기식 복지예산으로 쓰지 않고 윤리적 기준에 따른 지속가능한 투자로 돌렸다. 세대 간 정의를 보장한 것이다.

 
스위스는 20년 전부터 모든 마을을 철도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 네트워크로 묶는 교통망을 채택해 시민들에게 평등한 이동성을 보장했다.에스토니아는 인터넷 무료접속을 기본권으로 제공해 평등한 소통 기회를 보장했다.

 
독일 정부는 국제적 압력을 무릅쓰고 이라크 파병을 거부해 침략전쟁의 과거사로부터 뭔가 배우는 학습능력이 있는 사회에 미래의 희망을 걸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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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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