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다양한 생물다양성 보전

조홍섭 2010.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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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정상들이 문서로 합의한 약속이라면, 친구와 “올해엔 꼭 단풍구경 가자”고 한 약속과는 무게가 다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두 개의 큰 국제적 약속이 펑크가 났다. 하나는 지난 연말 코펜하겐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기후체제를 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기후변화협약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나고야에서 현재 제10차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는 생물다양성협약이다.
  
 두 개의 큰 국제적 약속 펑크
 
 2002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유엔 세계정상회의에 참가한 110명의 수반은 “2010년까지 생물다양성이 줄어드는 속도를 현저하게 줄이자”고 합의했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그 약속이 지켜지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발을 늦추고 소비를 줄여야 하는 가장 힘든 과제이기도 하다. 둘 다 1992년 리우 유엔환경회의 때 채택된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의 첨예한 대립 속에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미국이 두 협약 모두를 비준하지 않은 점도 똑같다.
 동식물과 미생물은 인류에게 공짜로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해준다. 광합성으로 모든 동물의 기초식량을 만들어주고, 물과 노폐물을 정화해준다. 꿀벌이 없다면 전 세계 주요 농산물의 70%가 열매를 맺기 힘들어진다. 생물 그 자체가 식량이자 연료, 공산품의 원료이며 여가와 문화·종교적 의미까지 지닌다.
 
 사라졌을 때 비로소 실감하는 값진 서비스
 
 그렇지만 생물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얼마나 값진 지는 그것이 사라졌을 때만 실감한다. 유엔은 최근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 지니는 경제적 가치를 계산해, 2008년 한 해 동안 인간활동이 자연에 끼친 손실이 2조~4.5조 달러에 이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을 합친 규모의 손실이다. 미국 농무부는 2007년 꿀벌 감소로 인한 농작물 손실을 150억 달러로 추정했다.
 다음주까지 열리는 나고야 당사국총회에서 최대 쟁점은 생물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익 공유를 규정한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느냐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의 핵심은 이제껏 누구나 이용해온 생물자원의 주권적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생물다양성은 개도국에 풍부한데, 이들은 더는 선진국에 생물유전자원을 거저 내주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번 회의에서 의정서가 채택될 가능성은 낮지만, 의약품과 식품 등 외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기업과 연구소는 원산지에 로열티를 내야 하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다.
 생물주권 시대를 맞아 정부는 알려지지 않은 국내 생물자원과 전통지식을 조사하고 생물부국인 열대 개도국과 공동조사 협약을 맺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이미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밝혀진 습지를 대대적으로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 100개…한국 4대강도 도마에
 
 나고야 총회가 말잔치로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생태학계의 세계적 석학들로부터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각국 정부를 압박할 가장 시급한 과제 100개를 제안받아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아시아 편을 보면, 반달가슴곰 등 희귀동물을 인공증식한다며 실제로는 식당과 제약회사에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의 야생동물 증식센터, 연간 7000만 마리의 상어가 지느러미가 잘린 채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데도 이런 어획을 규제하지 않고 있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길이 4m 무게 600㎏까지 자라는 참다랑어가 급격히 줄어 어획 금지 목소리가 높은데도 국제거래 규제를 극구 반대하는 일본, 그리고 습지보전을 위한 람사르총회까지 유치하고도 4대강 사업으로 습지를 훼손하고 있는 한국이 도마에 올랐다.
 세계 193개국에서 1만2000명이 모이는 나고야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4대강 사업과 조력발전으로 망가지는 습지와 서해안 갯벌의 보전을 호소하는 한편에서 정부가 녹색성장을 홍보하는 어색한 정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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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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