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100원 투자해 25원도 못건진다

조홍섭 2010. 09. 13
조회수 25339 추천수 0
홍종호 교수, 편익 분석결과 '4대강 재판'제출
"생태계 훼손비용은 제외"…정부 계산과 딴판

 
4대강 사업의 비용편익을 계산했더니 편익 대 비용(B/C)의 비율이 0.16~0.24로 나와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는 전문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과 용수 확보 등으로 “투입되는 예산의 몇 십 배 이상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민소송단이 4대강 사업 중지를 요구하며 서울행정법원에 낸 본안소송에서 최근 낙동강과 한강을 대상으로 한 비용편익 분석 결과를 재판부에 냈다.
 
유지관리비와 용수확보 효과에 따라 4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수행한 이번 분석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편익/비용 비율은 0.16~0.24로, 모든 시나리오에서 비용은 편익보다 4~6배 많았다. 일반적으로 편익/비용 비율이 1 이하이면 투입된 비용만큼 편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가리키며, 이번 분석 결과는 100원을 투자할 때 16~24원의 편익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홍 교수는 “정책적으로 시급한 국책사업이라도 그 비율이 0.8~0.9 정도라야 타당성을 인정받는다”며 “편익비용 비율 0.1~0.2인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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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4대강 사업의 편익으로 홍수 예방과 용수공급 효과, 일부 생태하천 편익을 고려했으며, 한반도 대운하 연구회가 추정한 값을 기초로 했다. 또 비용 항목에는 정부가 발표한 공사비와 유지관리비만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4대강 사업예산에서 유지관리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홍 교수는 대규모 준설을 마친 강바닥의 형태를 유지하려면 호우로 유입되는 토사를 쳐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해마다 공사비의 0.5%와 1.5%를 유지관리비로 지출하는 것을 가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침서는 공사비의 0.5%를 유지관리비로 책정하고 있으며, 독일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는 공사비의 1.7%를 매년 유지관리비로 쓰고 있다.
 
홍 교수는 “홍수를 예방하려면 보를 비워둬야 하고 용수 공급을 늘리려면 보를 채워야 하는 등 두 편익이 충돌하고, 생태계 훼손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실제 편익/비용 비율은 이번에 계산한 것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대형 국책사업은 반드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규정한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편법으로 개정해, 4대강 사업의 전체 예산 22조원 가운데 11.2%인 2조5천억원 규모의 사업에 대해서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했다.

이미경 민주당 4대강사업저지특위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업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이유주현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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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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