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물원 맏형으로 멸종위기종 천국
[한국의 식물원] <7> 한택식물원
번식 까다로운 나도승마 인공 증식에 성공
호주바오밥나무도 바다 건너와 ‘보험’ 들어

운이 좋다면 요즘 전남 광양 백운산 골짜기에서 크고 기품있는 노란 꽃을 매단 나도승마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야생에 500여 개체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 식물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1종씩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한택식물원에는 빗줄기 속에서 나도승마가 마지막 개화를 하고 있었다. 나도승마는 자생지가 10곳이 안 되는데다 생육조건과 번식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1종씩 있을 뿐인 희귀식물이다.
한택식물원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나도승마를 2천 개체 이상으로 증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식물원 강정화 이사는 “씨앗을 뿌려도 싹이 나지 않는 일이 계속돼 애를 태웠다”며 “결국 종자를 받아 말리지 않은 채 곧바로 심었더니 발아에 성공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나도승마는 학술적 가치뿐 아니라 꽃과 키가 크면서도 줄기가 튼튼해 잘 쓰러지지 않는 등 원예종으로 개발할 잠재력도 높다. 그러나 자생지에선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형편이다. 강 이사는 “반그늘에 서늘하며 어느 정도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만 살 수 있는데, 분포지가 숲이 너무 우거져 빛을 가리는데다 훼손에 취약한 등산로와 하천 주변이어서 자연적으로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증식 성공으로, 큰 홍수로 백운산 계곡의 자생지가 모두 쓸려가는 사태가 나더라도 나도승마의 멸종을 막는 안전판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해에는 백운산에서 1986년 채집한 나도승마를 종자번식한 2년생 모종 500포기를 전남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백운산자연휴양림에 복원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 온실도 국내 유일

민간 식물원 가운데 국내에서 맏형 뻘인 한택식물원은 일찍부터 멸종위기식물을 증식해 자생지에 복원하는 사업을 펼쳐왔다. 2003년 주왕산에 둥근잎꿩의비름을 복원한 것을 시작으로, 깽깽이풀, 노랑무늬붓꽃, 대청부채, 히어리, 미선나무 등을 자생지에 심어 관리하고 있다.
외국의 희귀식물도 멸종에 대비해 이곳에 ‘보험’을 들어놓았다. 국내에서 유일한 호주수목원에는 모습이 독특한 호주바오밥나무가 있다. 한때 호주와 아프리카 대륙과 연결됐던 증거이다.
바오밥나무 건너편에 철제 울타리로 보호받고 있는 나무가 유명한 울레미소나무이다. 공룡시대인 2억 년 전 화석으로만 남아 있던 이 식물은 1994년 시드니 올레미아 국립공원에서 100여 그루가 발견돼 큰 화제가 됐다. 공원 당국은 자생지 파괴에 대비해 전 세계 식물원에 울레미소나무를 분양했다. 자생지에는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역시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남아프리카 온실에서도 해외 반출이 규제되는 나무알로에가 기후변화 등 자생지 급변에 대비해 재배되고 있다.

용인/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번식 까다로운 나도승마 인공 증식에 성공
호주바오밥나무도 바다 건너와 ‘보험’ 들어

운이 좋다면 요즘 전남 광양 백운산 골짜기에서 크고 기품있는 노란 꽃을 매단 나도승마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야생에 500여 개체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 식물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1종씩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한택식물원에는 빗줄기 속에서 나도승마가 마지막 개화를 하고 있었다. 나도승마는 자생지가 10곳이 안 되는데다 생육조건과 번식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1종씩 있을 뿐인 희귀식물이다.
한택식물원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나도승마를 2천 개체 이상으로 증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식물원 강정화 이사는 “씨앗을 뿌려도 싹이 나지 않는 일이 계속돼 애를 태웠다”며 “결국 종자를 받아 말리지 않은 채 곧바로 심었더니 발아에 성공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나도승마는 학술적 가치뿐 아니라 꽃과 키가 크면서도 줄기가 튼튼해 잘 쓰러지지 않는 등 원예종으로 개발할 잠재력도 높다. 그러나 자생지에선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형편이다. 강 이사는 “반그늘에 서늘하며 어느 정도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만 살 수 있는데, 분포지가 숲이 너무 우거져 빛을 가리는데다 훼손에 취약한 등산로와 하천 주변이어서 자연적으로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증식 성공으로, 큰 홍수로 백운산 계곡의 자생지가 모두 쓸려가는 사태가 나더라도 나도승마의 멸종을 막는 안전판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해에는 백운산에서 1986년 채집한 나도승마를 종자번식한 2년생 모종 500포기를 전남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백운산자연휴양림에 복원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 온실도 국내 유일

외국의 희귀식물도 멸종에 대비해 이곳에 ‘보험’을 들어놓았다. 국내에서 유일한 호주수목원에는 모습이 독특한 호주바오밥나무가 있다. 한때 호주와 아프리카 대륙과 연결됐던 증거이다.
바오밥나무 건너편에 철제 울타리로 보호받고 있는 나무가 유명한 울레미소나무이다. 공룡시대인 2억 년 전 화석으로만 남아 있던 이 식물은 1994년 시드니 올레미아 국립공원에서 100여 그루가 발견돼 큰 화제가 됐다. 공원 당국은 자생지 파괴에 대비해 전 세계 식물원에 울레미소나무를 분양했다. 자생지에는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역시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남아프리카 온실에서도 해외 반출이 규제되는 나무알로에가 기후변화 등 자생지 급변에 대비해 재배되고 있다.

용인/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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