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멸종위기종] 피그미 르완다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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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미 르완다 수련(Nymphaea thermarum)은 잎 지름이 1㎝밖에 안 된다. 기존 수련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의 10분의 1 수준이다. 가장 큰 수련은 잎의 지름이 3m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이 수련은 야생에서 지난 2008년 멸종했다. 앙증맞은 흰 꽃에 선명한 노란 수술이 돋보이는 이 식물은 아프리카 르완다 마쉬우자에 있는 어느 온천 주변 한 곳에서만 산다. 1987년 독일 식물학자 에버하르트 피셔는 온천에서 흘러넘친 물이 흘러드는 습지에서 이 수련을 발견했다. 불과 몇㎡에 불과한 이 자생지는 아주 취약해 보였고, 그는 종자와 표본 몇 점을 채집해 독일의 본 식물원에 보냈다.
예상대로 피그미 수련의 자생지는 농민들이 농지를 얻기 위해 온천을 메우는 바람에 2008년 사라지고 말았다. 이 식물이 지구상에 존재할지는 이제 식물원의 인공증식이 성공하느냐에 달려있었다.
그러나 증식은 쉽지 않았다. 본 식물원은 멸종위기식물의 교환사업의 하나로 피그미 수련의 종자를 영국 큐왕립식물원에 보냈다. 멸종위기종 증식 전문가인 이 식물원의 카를로스 막달레나가 나섰지만 증식에 실패를 거듭했다.
종자를 거의 다 허비했을 즈음 그에게 생각이 떠올랐다. 자생지의 환경을 최대한 살려보자는 것이다. 자생지는 50도가 넘는 온천 물이 흘러들어와 25도로 식는 습지 가장자리이다. 깊은 물속에는 온도가 높아 살 수 없다. 또 온천의 영향으로 물속 이산화탄소의 농도도 높았다.
보통 수련은 깊은 물속에서 싹이 터 자란다. 막달레나는 다른 수련과 달리 물 표면에서 25도의 수온과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한 조건을 갖춰 싹을 틔우는 데 성공했다. 2009년 11월의 일이다.
인공증식에 성공함으로써 피그미 수련을 자생지에 복원하는 사업이 준비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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