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멸종위기종] 피그미 르완다 수련

조홍섭 2010.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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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정한 ‘2010 생물 다양성의 해’를 맞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날마다 세계적으로 위기에 놓인 생물을 골라 ‘오늘의 멸종위기종’으로 소개하고 있다. 곰팡이에서 대형 포유류까지, 놀라운 생물다양성의 세계를 매일 찾아간다.  ( 세계자연보전연맹:  http://www.iucn.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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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미 르완다 수련(Nymphaea thermarum)은 잎 지름이 1㎝밖에 안 된다. 기존 수련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의 10분의 1 수준이다. 가장 큰 수련은 잎의 지름이 3m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이 수련은 야생에서 지난 2008년 멸종했다. 앙증맞은 흰 꽃에 선명한 노란 수술이 돋보이는 이 식물은 아프리카 르완다 마쉬우자에 있는 어느 온천 주변 한 곳에서만 산다. 1987년 독일 식물학자 에버하르트 피셔는 온천에서 흘러넘친 물이 흘러드는 습지에서 이 수련을 발견했다. 불과 몇㎡에 불과한 이 자생지는 아주 취약해 보였고, 그는 종자와 표본 몇 점을 채집해 독일의 본 식물원에 보냈다.


예상대로 피그미 수련의 자생지는 농민들이 농지를 얻기 위해 온천을 메우는 바람에 2008년 사라지고 말았다. 이 식물이 지구상에 존재할지는 이제 식물원의 인공증식이 성공하느냐에 달려있었다.


그러나 증식은 쉽지 않았다. 본 식물원은 멸종위기식물의 교환사업의 하나로 피그미 수련의 종자를 영국 큐왕립식물원에 보냈다. 멸종위기종 증식 전문가인 이 식물원의 카를로스 막달레나가 나섰지만 증식에 실패를 거듭했다.


종자를 거의 다 허비했을 즈음 그에게 생각이 떠올랐다. 자생지의 환경을 최대한 살려보자는 것이다. 자생지는 50도가 넘는 온천 물이 흘러들어와 25도로 식는 습지 가장자리이다. 깊은 물속에는 온도가 높아 살 수 없다. 또 온천의 영향으로 물속 이산화탄소의 농도도 높았다.


보통 수련은 깊은 물속에서 싹이 터 자란다. 막달레나는 다른 수련과 달리 물 표면에서 25도의 수온과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한 조건을 갖춰 싹을 틔우는 데 성공했다. 2009년 11월의 일이다.
인공증식에 성공함으로써 피그미 수련을 자생지에 복원하는 사업이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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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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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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