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년 전 신석기 시대 중국서 잉어 양식

조홍섭 2019. 10. 23
조회수 20163 추천수 0
번식기 물가서 포획, 일부 살려 논이나 연못서 길러

512 (1).jpg » 주로 깊은 물 속에 사는 잉어를 신석기인이 잡을 수 있는 때는 봄철 번식기였다. 잡은 잉어의 일부를 논이나 연못에서 기른 것이 양식의 기원이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제공.

선사시대에는 손때 묻지 않은 강과 호수에 물고기가 넘쳤을 것 같다. 그러나 신석기 시대 초인 8000년 전 중국에서는 이미 잉어를 양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나카지마 쓰네오 일본 비와 호 박물관 학예사 등 국제 연구진은 중국 허난 성의 신석기 초기 자후 유적지에서 발굴한 어류의 뼈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황하 유역의 자후 유적지에서는 초기 문자는 물론 벼, 기장, 돼지, 개 등의 가축화와 양조, 도자기 제조를 뒷받침하는 유물이 다수 발굴됐다. 특히 두루미 날개뼈로 만든 피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악기의 하나로 꼽힌다. 자후 거주지는 기원전 7000년께부터 홍수에 범람해 사라진 기원전 5700년까지 지속했다.

Cangminzho_Bone_Flute-1.jpg » 자후 신석기인은 사냥한 두루미의 날개뼈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악기의 하나인 피리를 만들었다. 조강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제까지 가장 오랜 물고기 양식의 증거로는 기원전 1500년 이집트 동굴 벽화에 그린 나일틸라피아 그림과 기원전 1000년 중국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에 있는 잉어를 길렀다는 기록이 꼽힌다. 그러나 후기 구석기 유적에서 다량의 잉어과 어류 뼈가 출토되고 있고, 동아시아에서 벼를 기원전 5000년부터 재배한 데다 역사적으로 잉어를 논과 연못에서 길렀다는 점에서 양식이 훨씬 전에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당시 자후 지역의 기후는 온난다습했고, 유적지에서 물고기, 민물조개, 민물 거북, 마름과 연 씨앗 등이 많이 나와 이곳에 폭넓은 습지가 조성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연구자들은 자후 유적지에서 발굴한 잉어 이 588개를 분석해 당시의 물고기 길이 분포를 추정하고, 이를 일본 등 다른 지역 유적지와 현대 양식장과 비교했다. 또 유적지에서 발굴된 잉어와 붕어의 비율도 조사했다.

DutchWildCarpCyprinusCarpio_2857x1356-1.jpg » 잉어는 2∼3년 자라 성숙하면 30∼35㎝로 자란다. 양식하기 전 신석기인이 주로 잡은 잉어는 이런 크기였을 것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초기 유적지에서는 길이 30∼35㎝ 잉어가 많았다. 이는 자연상태에서 2∼3년 자란 잉어의 길이와 비슷하다. 잉어는 산란기 때만 물가로 나올 뿐 나머지는 깊은 물 속에서 살아 선사시대인이 잡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초기 자후 신석기인은 알을 낳으러 얕은 곳으로 나오는 성숙한 잉어를 주로 잡았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중기 유적지에서 잉어의 길이는 20∼25㎝였다. 연구자들은 이 시대 선사시대인들은 물길을 파고 수위를 조절해 잉어가 자연적으로 번식하도록 한 뒤 가을에 자라난 새끼를 수확했을 것으로 보았다. 일종의 반자연 양식이다.

후기의 잉어 길이는 15∼20㎝와 35∼40㎝ 두 부류가 가장 많았다. 연구자들은 “이런 길이 분포는 철기시대(기원전 400∼기원후 100년) 일본 아사히 유적지의 잉어 길이 분포와 유사하다”며 “이미 신석기 때부터 중국에서 체계적인 관리로 잉어를 양식했음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이런 길이 분포가 나타나는 이유를 연구자들은 이렇게 설명했다. “산란기 때 물가에 몰려온 잉어를 많이 잡아 저장식품으로 만든다. 이때 일부는 살려 연못이나 논에 풀어놓아 자연 번식하도록 한다. 가을에 새끼들이 자라면 물을 빼 잡아낸다. 그러면 미성숙 개체와 다 자란 개체가 두 봉우리를 이루는 분포가 나타난다.”

연구자들은 이런 연못이나 논에는 산란 터를 마련하고 사료를 주는 등의 관리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았다. 잉어 양식은 물을 채워 벼를 재배하는 농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생겨난 셈이다.

자후 유적지에서 발굴된 잉어과 물고기 뼈의 75%가 잉어라는 사실도 양식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들은 “잉어과 어류가 중요한 식량 원인 다른 동아시아 유적지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붕어는 늘 잉어보다 풍부하게 나온다”며 “자후에 잉어를 선호하는 문화와 이를 뒷받침할 양식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suneo Nakajima et al, Common carp aquaculture in Neolithic China dates back 8,000 years, Nature ecology & evolution, https://doi.org/10.1038/s41559-019-0974-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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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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