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먹이 옮기는 개미떼, 새내기가 이끈다

조홍섭 2015. 08. 04
조회수 40776 추천수 0

'앞에선 끌고 뒤에선 들고', 지휘자 없어도 몸집 수백배 먹이 굴로 운반

획일적 집단이지만 새내기 정보에 유연하게 반응이 비결…개별 지식 증폭

 

_84533189_pic1.jpg » 자기 몸집보다 수백배 큰 먹이도 개미는 너끈히 집으로 끌고 간다. 그 비결은 일사불란한 집단주의와 함께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연성이다. 사진=오퍼 파이너만

 

개미는 집단의 힘을 모아 자기 몸보다 수백 배 무거운 먹이를 집으로 옮긴다. 그런데 누군가의 일관된 지휘도 없이 어떻게 개미는 먹이를 집으로 운반할 수 있을까.
 
집단의 힘을 모아 무거운 물체를 원하는 장소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은 개미 말고는 사람만이 지니고 있다. 이런 수수께끼를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풀었다.

 

오퍼 파이너만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 박사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길이 2~3㎜의 긴뿔미치광이개미 무리가 자기 몸무게의 350배인 고리 모양의 먹이를 어떻게 둥지로 옮기는지를 비디오로 촬영해 각 개미의 움직임과 기여도 등을 분석했다.

 

_84536608_pic2.jpg » 연구자들이 실험에 사용한 고리 모양의 먹이. 사진=오퍼 파이너만
 
그 결과 개미들은 무리의 움직임에 순응하는 획일성과 함께 새로운 정보를 지닌 새내기 개미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유연성을 동시에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미가 먹이를 옮기는 힘은 주로 큰턱으로 물어 당기는 데서 나온다. 미는 개미는 거의 없다. 연구자들은 먹이의 앞 부분에서 뒷걸음을 치며 끄는 무리가 주력이고 반대쪽에서 먹이를 물어 들어올리는 무리가 이들을 보조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앞에선 끌고 뒤에선 든다.
 
집채 만한 먹이에 들러붙어 저마다 힘을 쓰는데, 아무도 방향을 일러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모두가 힘을 쓰는데 먹이는 제 자리에 머물거나 빙빙 도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일은 개미 사회에서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_84536611_ants5.jpg » 실험 모습. 연구자들은 개미 각 개체의 움직임을 비디오로 촬영했고 이론 모델을 이용해 이를 분석했다. 사진=오퍼 파이너만

 
연구자들은 그 비결이 작업 대열에 새로 끼어든 새내기 개미의 구실에 있음을 밝혔다. 새로 온 개미는 집이 어디인지를 잘 안다. 이 지식으로 무장한 새내기 개미는 주력대열에서 먹이를 끄는데, 무리의 다른 개미들은 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해 방향을 돌린다. 큰 먹이를 끄는 개미 무리가 배라면, 동력을 제공하는 건 전체 개미이지만 키를 돌려 제 방향으로 이끄는 건 새내기 개미인 셈이다.
 
문제는 새내기 개미의 참신한 지식은 곧 수명을 다한다는 점이다. 실험에서 그 시간은 몇 초 동안에 지나지 않았다. 무리를 이끄는 능력을 잃은 개미는 차츰 주력 대열에서 빠진다. 하지만 곧 새 지식으로 무장한 새내기 개미가 들어와 관성으로 움직이던 무리를 굴 쪽으로 틀어간다.
 
연구자들은 “먹이를 옮기던 개미가 하나 둘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소량의 정보를 갖춘 개미가 지속적으로 채우면서 전체 무리의 방향을 둥지 쪽으로 잡아나간다.”라며 “영향력 있는 개체는 큰 먹이를 홀로 움직일 힘이 없기 때문에 무리가 그 지식을 증폭하는 일을 해 주는 것”이라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ant2.jpg » 개미가 자기 몸의 350배 이상 되는 먹이를 옮기는 모습. 검은 화살표가 굴의 방향이고 푸른색은 주력 개미가 끄는 방향이다. 운반에 참여한 개미에는 노란색 고유번호가 미참여 개미에는 흰색 번호가 매겨 있고 이들의 최근 이동경로가 표시돼 있다. 사진=오페르 파이너만 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ant4-1.jpg » 개미가 먹이를 굴로 운반한 여러가지 경로. 굴곡이 있지만 제 방향을 잡아간 모습을 보인다. 잣대는 10㎝. 그림=오페르 파이너만 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연구자들은 또 “획일주의는 혁신 부족과 적응 실패를 낳아 집단이 커질수록 위험도 커진다.”라며 “이 개미는 집단의 능력을 최적화하기 위해 획일주의와 개인성의 균형을 끊임없이 맞춰간다.”라고 밝혔다.
 
몸집이 작아 늘 자기 몸보다 큰 먹이를 옮겨야 하는 개미는 그 한계를 이기기 위해 집단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집단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건 획일주의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 연구는 보여준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viram Gelblum et. al., Ant groups optimally amplify the effect of transiently informed individuals, NATURE COMMUNICATIONS | 6:7729 | DOI: 10.1038/ncomms8729 |www.nature.com/naturecommunications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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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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