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빗물을 잘 관리해 도시생태계가 살아나는 물순환 도시(‘촉촉한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환경단체와 손을 잡고 첫걸음을 내디뎠다.
광주시는 2017년까지 1억원을 들여 광주지역의 우수한 습지 46곳을 대상으로 생태 현황 조사를 시작한다. 2010년 광주발전연구원이 조사해 발표했던 46곳의 우수 습지를 대상으로 멸종위기종 등 생태환경을 조사해 습지 보전·이용·관리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제는 환경부 지정 기관인 전남대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수행한다.
김영선 광주전남녹색연합 습지위원(박사)은 “광주의 습지는 광주천, 영산강(황룡강)과 함께 광주가 물순환 도시로 가기 위해 꼭 보존해야 할 생태계의 보고다. 습지를 보존해 생물의 다양성을 살려가려면 물순환 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가 ‘빗물 저금통’ 구실을 하는 빗물 저류조 시설을 늘리는 것도 물 순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체육관·야구장 등 체육시설과 공공시설에 설치된 광주의 빗물 이용 시설은 24곳으로, 용량은 6031㎥이고 사용량은 8140㎥ 수준이다. 시는 국비와 시비 19억원을 들여 월드컵경기장과 광주공원 주변 등 2곳에 ‘그린 빗물 인프라 조성사업’을 위한 설계를 끝내고 10월부터 사업을 시작한다. 시가 매년 5억~10억원씩을 들여 주암호의 물 10만톤씩을 펌핑하는 등의 방식으로 광주천 유수량을 유지해왔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시의회와 환경단체들은 광주를 물순환 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시민참여형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조오섭·전진숙 광주시의원은 광주전남녹색연합 등 8개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광주습지 생물 다양성 세미나를 시작해 올해 말까지 다달이 한 차례 연다. 24일 오후 2시 광주시의회 1층 회의실에선 김흥식 호남대 교수가 ‘습지 생물 보존 및 활용을 위한 친환경 건설’을 주제로 강연한다. 전진숙 의원은 “광주시 및 환경단체들과 힘을 모아 시민 참여형으로 ‘광주광역시 물순환 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가칭)를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천의 건천화와 수질문제 악화도 왜곡된 물순환 체계를 개선해야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시민 주도형 물순환 시범사업을 실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도쿄도에선 조례를 제정해 집 지붕의 빗물을 받아 땅으로 흘려보내는 시설(빗물 저금통)을 설치하면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하수세를 깎아주고 있다. 도쿄도는 빗물 침투시설이 90% 이상 보급돼 말랐던 하천이 살아났다. 권경호 박사(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도시물순환연구센터)는 “도시화에 따른 지하수 부족과 하천 수질 오염 등을 막기 위해 빗물을 머금고 오염물질을 저감시키는 배수체계인 그린 인프라 개념이 중심이 된 저영향 개발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