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두껍아, 우리가 새 집 줄게”

물바람숲 2016. 02. 24
조회수 34380 추천수 0
00551403801_20160224.JPG00551403801_20160224.JPG » 두꺼비. 사진 광양시 제공

광양시, 비촌저수지 일대 2만2700㎡
4억여원 들여 시민과 생태복원나서
로드킬 막기 위한 이동통로 설치

섬진강의 상징인 두꺼비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 광양에서 펼쳐진다.

전남 광양시는 23일 “섬진강 지류의 두꺼비 집단 서식지인 진상면 비평리 비촌저수지 일대 2만2700㎡의 생태계 복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오는 10월까지 4억5000만원을 들여 두꺼비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생태도랑, 이동통로, 유도울타리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습지 주변에 해설판을 비롯해 전망대, 탐방로, 학습장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곳은 수어댐이 축조되기 이전부터 두꺼비 수만여 마리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산란 장소인 저수지와 동면 장소인 야산이 200여m 떨어져 있고, 너비 10m인 왕복 2차로 도로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이동할 때 희생이 잦아 대책이 필요했다.

시민들은 지난해 12월 ‘섬진강 두꺼비 지키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보호활동에 나섰다. 저수지 환경개선 사업은 지난 3일 환경부의 생태계보전협력금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예산을 확보했다.

시는 “백운산 어치계곡이 관광지가 되면서 차량 통행이 늘었고, 귀소본능이 있는 두꺼비가 길죽음(로드킬)을 당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또 과수원이 들어서고 도랑들이 훼손되는 등 원인으로 서식지가 한번 파괴되면 회복하기 어려워 민·관·학이 함께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자연 속의 수생태계를 그대로 복원한다는 점에서 청주 도심의 원흥이 방죽 사례와는 구별된다. 김재희 시 생활환경팀장은 “해마다 3~4월에는 차량의 서행을 유도하고 광양만녹색연합과 주변을 청소해왔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이번에는 새끼들이 야산으로 올라가는 동선과 성체가 습지로 돌아오는 동선을 고려해 항구적인 생태통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두꺼비는 2월 말에서 3월 초 동면에서 깨어나 기온이 영상 10℃ 이상 올라 지표가 녹을 때 밖으로 나오며, 수질이 탁하고 수초 더미가 많은 저수지에서 주로 서식한다. 알을 낳을 때는 습지나 못, 강가, 저수지를 향하고 평소에는 낮은 야산에서 곤충이나 지렁이 등을 먹으며 생활한다. 특히 수십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활을 해도 산란기가 되면 같은 공간에 가서 알을 낳는 습성을 갖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물바람숲
‘물바람숲’은 다양한 분야와 전문성을 지닌 필자들이 참여해 펼치는 환경 담론의 장이고자 합니다. 이곳은 환경 이슈에 대한 현장 보고, 사진과 동영상, 논평, 뒷 얘기, 문제제기, 토론과 논쟁이 소개되는 마당입니다. 필자들은 환경 담론의 생산자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논의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마중물’ 구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얼굴에 손이 가는 이유 있다…자기 냄새 맡으려

    조홍섭 | 2020. 04. 29

    시간당 20회, 영장류 공통…사회적 소통과 ‘자아 확인’ 수단 코로나19와 마스크 쓰기로 얼굴 만지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이 행동이 사람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뿌리깊은 소통 방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침팬지 등 영장류와 ...

  • 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쥐라기 바다악어는 돌고래처럼 생겼다

    조홍섭 | 2020. 04. 28

    고래보다 1억년 일찍 바다 진출, ’수렴 진화’ 사례 공룡 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가장 오랜 파충류인 악어는 대개 육지의 습지에 산다. 6m까지 자라는 지상 최대의 바다악어가 호주와 인도 등 동남아 기수역에 서식하지만, 담수 악어인 나일악어...

  • ‘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과일 향 추파’ 던져 암컷 유혹하는 여우원숭이

    조홍섭 | 2020. 04. 27

    손목서 성호르몬 분비, 긴 꼬리에 묻혀 공중에 퍼뜨려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에 나서는 남성처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도 짝짓기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과일 향을 내뿜는다. 사람이 손목의 체온으로 향기를 풍긴다면, 여우원숭이는 손목 분...

  •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조홍섭 | 2020. 04. 23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6달 된 아기 48명을 부모 무릎 위에 앉히고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주었다. 꽃이나 물고기에서 평온하던 아기...

  • 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금강산 기암 절경은 산악빙하가 깎아낸 ‘작품'

    조홍섭 | 2020. 04. 22

    북한 과학자, 국제학술지 발표…권곡·U자형 계곡·마찰 흔적 등 25곳 제시 금강산의 비경이 형성된 것은 2만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쌓인 두꺼운 얼음이 계곡을 깎아낸 결과라는 북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한의 이번 연구는 금강산을...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