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녹색 눈물' 지우려면 신곡수중보 헐어야

윤순영 2015. 09. 04
조회수 30992 추천수 0

애초 목적 가운데 유람선 띄울 물 가두는 구실만 해

신곡수중보를 철거해야 한강이 살아, 디엠지 생태축과 만나


지난 7월부터 발생한 한강의 녹조가 처서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녹조의 원인으로 신곡수중보가 지목되고 있다. 
 
1.jpg » 8월31일 오전 김포시 아라 한강 갑문 앞에서 먹이를 사냥하다가 끈적이는 녹조에 빠져버린 겨울깃을 단 황로.

 

2.jpg » 끈적이는 녹조에 날개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황로.

 

3.jpg » 힘들게 녹조에서 빠져나온 황로의 지친 모습.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에 위치한 신곡수중보는 1987년 길이 883m, 높이2.4m로 설치됐다. 건설 이유로 취수장의 취수 수심 확보, 주운 수심 확보, 염수 역류에 의한 생태계의 변화 방지, 하천 주변의 지하수위 저하 방지, 하천구조물의 노출로 인한 미관저해 방지가 꼽혔다.
 
4.jpg » 왼쪽이 신곡수중보의 가동보, 오른쪽은 신곡양수장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이다. 

5.jpg » 김포시 수변 공간에 치우쳐 건설된 신곡수중보의 가동보는 한강의 물길을 왜곡했고 장항습지를 만드는 구실도 했다.

 

6.jpg » 김포대교 아래쪽에 설치된 신곡수중보에서 흰 물거품이 일고 있다. 어로 차단과 생태변화는 물론 서울의 한강을 녹조와 담수호로 만든 상징물이다.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었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신곡수중보는 사실상 한강에 유람선을 띄우기 위해 물을 가둔 사업이었다.
 

7.jpg » 김포대교에서 바라본 한강하구의 석양 풍경.
 
신곡수중보는 한강의 하상을 높였고 유속을 늦췄으며 한강의 지형을 바꾸어 놓은 흉물이 됐다.
 
8.jpg » 신곡수중보가 설치되기 전 한강 하도의 모습.

 

9.jpg » 신곡수중보 설치로 변한 하도의 모습.  

 

김포시 백마도를 이용해 신곡수중보와 함께 설치된 가동보는 치우쳐 자리 잡고 있어 한강하구의 사구와 갯벌의 하상을 높이고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고양시 쪽에 28년간 면적 2.7㎢, 길이 7.6㎞, 폭 0.6㎞의 거대한 버드나무군락이 들어선 장항습지를 형성하였다.
 

10.jpg » 김포에서 바라본 한강 건너 장항습지의 버드나무 군락. 육지화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1.jpg » 2004년 일산대교 공사 때 물막이 공사로 퇴적된 한강의 모습. 아직도 그때의 퇴적물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양시 쪽에는 습지를 선사했지만 김포시 쪽 한강 제방은 계속 깎여 시민들은 홍수의 불안을 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신곡수중보는 서울의 한강을 담수호로 만듦으로써 녹조라는 환경 재앙을 불렀다.
 
12.jpg » 일산대교 우측 아래 독도가 보인다. 한강하구의 백마도, 유도와 함께 남은 섬이다.


2007년 완공한 일산대교 물막이 공사의 영향으로 한강하구엔 길이 4㎞ 폭 1.3㎞ 높이 150㎝ 규모의 퇴적층이 쌓였다. 한강 하구에서 그나마 가장 깊은 6~7m 수심을 유지하던  김포시 누산리, 전류리, 감암포는 현재 평균 4.5~5m로 얕아졌고 얕은 곳의 수심은 1m 안팎이다.
 
이 때문에 물고기의 이동이 가로막히고 서식지가 파괴되는 일이 장기간 벌어지고 있다. 퇴적층 사구가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유속을 방해해 썰물이면 강을 걸어서 건너갈 수 있을 정도다.
 

13.jpg » 한강하구의 상류 지점인 감암 포구 . 수심이 제일 깊은 곳이다.

한강의 법정수계가 끝나고 서해바다와 만나는 예성강, 염하강의 들머리인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유도 인근도 지속적으로 하상이 높아지고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14.jpg » 문수산에서 바라본 한강 하구. 오른쪽은 염하강 왼쪽은 한강, 뒤편에 멀리 보이는 곳은 예성강이다. 

한강은 한반도를 찾아오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며 디엠지 생태축을 이루는 기수지역의 유일한 강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신곡수중보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파괴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구르는 돌과 흐르는 물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하루빨리 신곡수중보를 철거해 생명의 한강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
 
지금 한강엔 슬픈 녹색 눈물이 흐르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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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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