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년 전 ‘몽골 판 폼페이’ 발견
며칠 만에 숲 전체가 화산재로 덮여 '숲 화석'으로 남아
석탄 형성하던 고생대 환경 보여주는 '타임 캡슐' 가치
▲화석으로 남은 내몽골의 토탄 습지 상상도. 한반도와 함께 열대에 위치해 있었다. 사진=PNAS.
화석은 과거를 아는 유력한 단서이다. 하지만 홍수 때 산사태에 쓸려 들어간 나무가 굳은 화석을 찾아도 나무가 살았던 ‘바로 그곳’의 환경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내몽골에서 3억년 전의 숲이 고스란히 화석으로 남았다. 토탄 습지의 열대림은 약 100㎞ 밖에서 분출한 화산재로 며칠 만에 모습을 감췄다. 나무는 부러지고 주저앉았지만 그 자리에서 화석이 됐다가 ‘페름기 폼페이’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석탄기 습지 모습 상상도. 그림=J.W.도슨, 위키미디어 커먼스.
왕 준 중국 학술원 박사와 허만 페퍼콘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 교수 등은 21일 <미국 학술원 회지(PNAS)>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 중국 내몽골 우다 시 탄광 지역에서 2억 9800만년 전 화산재에 묻힌 ‘화석 숲’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페퍼콘은 이 화석지가 “놀라울 정도로 잘 보전돼 있다”며 “잎사귀가 달린 가지 화석을 발견하고 바로 옆을 보면 다른 가지가 있고 다시 그 옆을 보면 나무둥치가 있는 식”이라고 말했다. 일부 작은 나무는 잎과 가지, 나무둥치, 솔방울까지 온전히 보존돼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발굴지역은 약 1000㎡ 면적으로 페름기 초의 고 생태를 알아내기에 충분한 면적이다. 연구진은 이곳에서 6개 분류군의 식물을 발견했는데 숲 밑에는 나무고사리가 있고 그 위로 시길라리아와 코르다이테스 등 높이가 30m에 가깝고 밑동은 전봇대 2배 굵기인 거목들이 우뚝 서 있었다.
▲고생대의 거목 시길라리아 복원도. 그림=위키미디어 커먼스.
이 숲은 열대 토탄 습지로 나중에 석탄층이 형성된 곳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화석 숲으로 석탄이 형성됐을 당시의 환경을 알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당시 중국은 2개의 대륙으로 쪼개져 있었고 적도 부근에서 초대륙 판게아를 형성하는 중이었다. 한반도의 일부도 쪼개진 중국 대륙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었으며, 당시의 토탄 습지에 묻힌 숲이 석탄광을 형성했다. ▶관련 기사: 3억년 전 원시림의 선물, 석탄
▲고생대 페름기의 대륙 분포. 초대륙 판게아의 오른쪽 끝 섬이 북중국 대륙이며 그 끝에 한반도 일부가 붙어 있다. 사진=론 블래키, 위키미디어 커먼스.
페퍼콘은 “폼페이가 로마의 역사는 아니라도 로마의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해 준 것처럼 이 화석지는 화산재로 덮인 고생대 전과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해석할 수 있는 ‘타임 캡슐’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