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없는 양서류' 새 과 발견, 아프리카 인도 붙었던 증거
인도 북부서 1억4천만년 전 아프리카 무리와 분리
지렁이나 뱀 모양 땅속 생활, 2~3달 알 품는 모성도
▲인도 북부에서 새로 발견된 무족 영원류의 태아. 지렁이처럼 보이지만 두개골과 척추가 있는 양서류이다. 사진=SD 비주.
양서류에는 개구리와 도롱뇽 말고 잘 알려지지 않은 무리가 있다. 열대 지방의 축축한 땅이나 낙엽 속에 사는 무족영원 목(시실리언)이 그들이다. 언듯 지렁이처럼 생겼지만 척추가 있으며 길이가 1.5m에 이르는 종류도 있어 뱀으로 착각하기 쉽다.
‘은둔의 양서류’라고 부르는 이 다리 없는 양서류에서 새로운 과가 발견됐다. 종이나 속보다 상위 분류단위인 과가 발견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에 발견된 양서류는 다른 어느 곳보다 아프리카에 살아있는 종들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습한 열대 아니면 살 수 없고 강이나 바다를 건너는 게 불가능한 지렁이 비슷한 생물이 어떻게 대륙을 건너뛰어 존재하게 된 걸까.
인도에서 ‘개구리 박사’로 유명한 사티야바마 다스 비주 델리 대 교수는 2006년부터 5년 동안 인도 북동부 지역을 새로운 양서류를 찾아 샅샅이 뒤졌다. 그는 1904년 아삼 주에서 발견된 무족영원이 다른 것들과 무언가 다르다고 직감하고 있었다. 그 가설을 뒷받침할 새 증거가 필요했다. 연구진은 238곳에 대한 조사에서 500개체 이상의 새로운 무족영원을 발견했다.
▲인도 북부 무족 영원류. 사진=SD 비주.
축축한 땅속이나 낙엽 더미 밑에 숨어있는 이 양서류는 뾰족하고 단단한 머리와 지렁이처럼 마디로 나뉜 몸통을 하고 있어 열대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아시아에 분포하는 다른 무족영원과 비슷했다. 주민들은 독이 있는 작은 뱀이라고 알고 있었고 ‘치킬라’라고 불렀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다른 지역에 사는 무족영원과는 전혀 달랐으며 오히려 아프리카 개체들과 가장 가까웠다.
비주 교수는 새로운 다리 없는 양서류가 바로 인도와 아프리카 대륙이 붙어있던 증거라고 본다. 현재의 남반구를 이루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남극, 호주 대륙 그리고 인도와 아라비아 반도는 5억 1000만년~1억 8000만년 전 사이 곤드와나라는 하나의 대륙을 이루고 있었다. 이후 곤드와나는 여러 대륙으로 쪼개졌는데, 그 바람에 바다를 건널 수 없는 생물들도 바다 건너 떨어지게 된 것이다.
▲2억년 전의 대륙 분포도. 초대륙 판게아의 남쪽이 곤드와나 대륙이다. 사진=레나르트 쿤딩, 위키미디어 커먼스.
비주 교수는 인도 북부의 무족영원이 아프리카 집단과 헤어진 시기를 유전자 분석을 통해 공룡시대인 약 1억 4000만년 전으로 추정했다.
▲이끼도롱뇽. 북미와 유럽 일부에만 분포하는데 뚝 떨어져 한국에서 발견돼 화제가 됐다.
이 발견은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과로 등재된 이끼도롱뇽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북아메리카와 유럽 일부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도롱뇽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돼 <네이처>에 그 사실이 실렸다. 이끼도롱뇽의 분포는 대륙이동설을 통해서만 설명할 수 있다.
이번 발견으로 무족영원은 10과 185종이 됐다. 새로 발견된 과의 무족영원은 알을 낳은 뒤 어미가 먹이도 먹지 않고 2~3달 동안 품는 지극한 모성애를 보인다고 비주 교수는 밝혔다.
이정현 국립환경과학원 박사는 “무족영원 류는 강하고 뾰족한 두개골을 지니는 등 땅속을 파고들기 쉽게 적응했다”며 “체외수정을 하는 다른 양서류와 달리 체내수정을 하며 일부 종은 피부에서 영양물질을 분비해 새끼가 이를 뜯어먹도록 하는 독특한 ‘모유 수유’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비주 교수의 연구는 23일 온라인에 공개된 국제학술지 <왕립학회지 B> 온라인판에 실렸다.
■ 논문이 인용한 원문 정보
Discovery of a new family of amphibians from northeast India with ancient links to Africa
Thomas, Suresh Babu, Franky Bossuyt, Mark Wilkinson and S. D. Biju
Rachunliu G. Kamei, Diego San Mauro, David J. Gower, Ines Van Bocxlaer, Emma Sherratt, Ashish
doi: 10.1098/rspb.2012.0150 Proc. R. Soc. B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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