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문어 누구 머리가 좋을까
개는 사람의 소통단서 알아채는 데 천재적, 침팬지보다 나아
무척추동물 문어도 사람 얼굴 인식, 곤충과 조류도 비슷한 능력
▲사람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물건을 가져오는 침팬지와 개 실험 장치도.
개는 주인의 지시를 놀랄 만큼 잘 알아듣는다. 이런 능력이 높은 지능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침팬지와 개를 상대로 조금 떨어진 곳의 물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제대로 가져오면 보상으로 먹이를 주는 실험을 했다.
예상 밖으로 침팬지는 이 과업을 잘 수행하지 못했다. 손가락이 뭘 가리키는지는 알겠는데 왜 그걸 가리킬까를 추론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상자를 가리키는 건 알겠는데, 어쩌라고?” 하는 식이다.
개는 달랐다. 사람이 뭘 가리키는지 그리고 뭘 원하는지를 금세 알아차려 침팬지보다 뛰어난 실험 성적을 거두었다. 놀랍게도 개는 따로 배우지 않더라도 생후 6주가 되면 이런 능력을 갖춘다. 이 단계가 되려면 아기는 14개월이 돼야 한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에게도 이런 능력이 발견되지만 매우 드물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개가 사람의 다양한 소통 단서를 능숙하게 이용하게 된 것은 가축화되는 과정에서의 이런 능력을 가진 개체가 선택받았기 때문으로 본다. 다시 말해 주인의 의도를 잘 알아채는 능력을 갖춘 늑대가 바로 개라는 것이다. 늑대는 개와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하지만 이런 재주가 없다. 개 가운데서도 가축 몰이 개와 사냥개 품종이 이런 면에서 탁월하다.
또 개는 주인이 가리키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얻은 맥락적 정보를 통해 가리키는 동작을 해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주인 목소리의 높낮이나 먹이를 찾았던 이전의 기억 등을 함께 고려한다는 뜻이다.
▲일란성 쌍둥이의 체취를 구별하는 실험을 하는 독일산 셰퍼드.
함께 사는 일란성 쌍둥이의 체취 차이도 구별하는 예민한 감각에 이런 소통능력까지 갖췄기에 개는 진화적으로 성공했다. 동족이 굶어 죽는데도 인간은 막대한 식량과 비용으로 개를 길러 전세계 개의 개체수는 4억마리에 이른다.
하지만 개 이외의 다른 동물도 개 못지않은 능력이 있음이 최근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진은 금종이말벌이 동료의 얼굴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여러 마리의 여왕벌이 하나의 둥지를 공유하는 이 말벌은 서로 신분을 정확히 구분해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엄격한 계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능력을 키웠다. 두뇌의 무게가 사람의 100만분의 1밖에 안 되는 말벌이 얼굴을 알아보는 ‘패턴 인식’ 능력을 보유한 것이다.
▲수족관의 문어가 바라본 사람의 모습. 둘 다 유니폼을 입었지만 먹이를 준 쪽과 괴롭힌 쪽을 문어는 구별했다.
문어가 사람을 알아본다는 연구도 있다. 까치나 까마귀가 사람을 알아본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 시애틀 수족관 연구자 등은 실험을 통해 문어가 새 못지않은 인식능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수족관의 문어에게 한 사람은 먹이만 주고 다른 사람은 약을 올리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 11일 동안 계속한 뒤 각자가 따로 나타났을 때 문어의 무늬, 먹물 뿜기 행동, 호흡률 등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괴롭히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먹물을 뿜고 눈 주변에 위장무늬가 나타나며 호흡률이 높아지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어는 축구 승부를 예측하는 근거 없는 초능력이 아니더라도 수족관 수면에 떠 있는 장난감에 물총을 쏘며 놀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지적 동물이다. 사실 하등이냐 고등이냐는 사람의 잣대일 뿐이다. 개가 영리해 보이는 건 사람 곁에서 적응하며 진화한 결과이다. 개나 고양이하고만 관계를 맺고 나머지 동물은 이용 대상으로 취급하는 건 그래서 인간중심주의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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