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교수 정부의 원전확대 계획 정면반박
고유가·기후변화의 대책으로 농업은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이 내놓은 새로운 국정이념은 ‘저탄소 녹색 성장’이고 그 엔진은 원자력이다. 지난 8월 확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보면, 원자력을 주력 에너지원으로 확대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고유가에 대응하며 원전 수출로 부가가치 높은 새로운 산업을 일구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밝혔다.

과연 ‘원자력 녹색 성장’은 가능한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뤘다. 윤 교수는 지난 2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민주정책포럼 ‘저 탄소 녹색 성장,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녹색으로 색칠한 원자력의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우라늄은 고갈되지 않을까, 핵폐기물 처분 비용을 모두 고려해도 원자력은 경제적인가, 세계 최고 원자력 밀도를 보이는 남한에 추가 원전 터를 찾을 수 있을까, 원자력을 늘리면 과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나 등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그의 결론은 농업과 재생가능에너지를 토대로 한 진정한 저 탄소 녹색경제를 이루자는 것이다.

윤 교수의 이런 주장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윤순진 교수 ‘저 탄소 녹색 성장, 무엇이 문제인가’ 발제 원문
  
화려한 등장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기념 축사에서 “저탄소 녹색 성장”을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60년의 국가비전으로 내걸었다. 축사에 따르면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서 “녹색 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녹색기술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일자리 없는 성장’의 문제를 치유”하고 “녹색성장은 한강의 기적에 이어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 미래 전략”으로 제시된다. 나아가 녹색성장의 발판을 위해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끌어올려 “에너지 독립국“을 만드는 등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총력 투자”할 것을 선언하였다. 신재생 에너지 사용비율을 현재의 2%에서 2030년에는 11% 이상, 2050년에는 20% 이상으로 높이도록 총력투자에 나서며 그린홈 백만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친환경 고효율 그린카를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것을 천명하였다. 게다가 이제까지 에너지전환을 주장했던 사람들에게서나 들어봄직한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석유시대도 석유가 없어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설령 앞으로 유가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과도한 석유의존시대와 결별해야 합니다.”라는 표현도 등장하였다. 이런 표현은 얼핏 들어보면 그야말로 획기적이기까지 하다. 아니, 7·4·7 성장전략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선회하니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기치가 내걸린 후 이미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그린에너지전략, 기후변화종합대책 등이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이행계획으로서 후속타로 확정되고 있다. 사회 여기저기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논의들이 확산되고 있으며, 언론 보도지면도 점차 넓어지고,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부산광역시, 강원도 등지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종합계획들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기념사에서 언급했듯이 앞으로 60년 동안 “태양과 바람, 꽃과 바다 에너지가 만개하는 신천지”로 변모하고, “녹색기술 시장의 선도국”으로서 “수소시대”의 “녹색강국”이 될 것인가? 이 비전이 정말 제대로 된 비전일까? 그리고 그러한 비전을 실현하면 정말 우리는 행복해질까? 여러 가지 질문들이 교차된다.
 
집요한 욕망, 성장의 지속
 
아직 저탄소 녹색성장의 구체적인 모습을 모두 알기는 어렵다. 정부는 일단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해놓고 이제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 작성에 나선다고 한다. 하지만 이대통령의 8ㆍ15 기념축사와 그 뒤로 나온 여러 발표들의 조각 맞추기를 통해 대강의 윤곽을 그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고 강조되는 말은 “성장”이다.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제 환경에 눈을 돌려야 하고 녹색기술을 개발해서 그린에너지, 그린홈, 그린카를 확대, 녹색기술을 선도하는 녹색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안보가 강화된 에너지독립국을 만들어야 하기에 자주개발률을 임기 중에 18%, 2050년에는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이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거다. 나아가 상대적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없는 성장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고 신성장동력으로 수출경쟁력을 강화하여 녹색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한강의 기적에 이은 한반도의 기적을 이루어 “대한민국의 신화”를 이어가고 “위대한 대한민국의 시대,”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환경을 무시하는 이제까지의 막개발에 비해서는 그나마 진일보한 것일까?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과거 우리가 걸어온 개발과 성장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보이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여전히 환경은 성장을 위한 도구로, 포섭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래서 우리 삶을 환경과 조화롭게 꾸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고한 목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다. 환경이 갖는 부양능력의 한계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무관심하다.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나가야 하는 것도 현재 한국의 에너지체제가 환경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성찰과 반성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이런 제안에서는 우리가 실현해야 할 사회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신성장패러다임의 기저에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란 소득이 계속 높아지는 부강한 나라란 가정이 놓여 있다. 소득이 2만 불을 넘어 3만 불, 4만 불, 5만 불 시대로 나아가면 우리 모두는 더 행복해지는 걸까? 성장이 무조건 선은 아니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여하지 않는다면 사회 구성원 일부에 의해 편취되어 보다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성장이 반드시 모두에게 열매를 나눠주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음을 의식해서인지 재생에너지 산업은 기존 산업에 비해 몇 배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기에 정보화시대에는 부의 격차가 벌어졌지만 녹색성장시대에는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이런 기대는 참으로 막연한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닐 수 없다.  
 
새롭게 치장한 원자력

그렇다면 저탄소 녹색성장의 동력을 어디에서 찾는 걸까? 지난 8월 27일, 정부는 “녹색성장의 주춧돌”이란 수식어를 붙이면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을 확정 발표하였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에너지부문에서 뒷받침하고 “석유이후의 시대”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위한 장기 에너지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국기본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46% 개선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4.6배 확대하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국기본에서 중추적인 부분은 원전 확대이다. 에너지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1차에너지의 11%정도로 늘리는 수준이기에, 고유가에 대응하여 석유의 비중을 33%로 낮춘다는 목표를 원자력 확대로 실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원전확장을 고유가와 기후변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서 저탄소 녹색성장의 안성맞춤한 동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고유가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원자력에 기대를 걸어도 좋은 걸까? 원전은 가장 경제적이라는 이유에서 지지되지만 경제성이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07년 말을 기준으로 원자력의 발전단가가 34.0원으로 석탄이나 LNG보다 훨씬 경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제성은 어디까지를 얼마로 산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요소가 사용후 핵연료 처분비용이나 폐로비용이다. 지난 8월 5일 미국 에너지부는 건설예정인 네바다 주 유카산(山)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서의 전체 폐기물 처리비용을 추정한 결과 962억 달러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1년에 산정한 575억 달러에 비해 38%나 증가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 도입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따라 2년에 한 번씩 기금의 적정여부를 재평가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러한 절차 자체가 경제성 산정의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원자력의 경제성이 유지되려면, 그리고 원자력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핵연료인 우라늄이 안정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수준으로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우라늄은 지속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가격수준에서 공급될 수 있을까? 요즘 석유의 고갈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석유생산이 점점 늘어나다가 최고치에 달한 후 서서히 감소하면서 공급이 부족해지고 그 결과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석유정점론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석유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매장자원은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고갈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생산에 정점이 존재하며 우라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IEA(2001)에 따르면 현재의 소비 속도와 가격으로 우라늄을 소비한다면 앞으로 30년~50년간 우라늄 공급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의 에너지워치그룹(Energy Watch Group, EWG)의 경우에는 우라늄 채굴비용이 40달러/kg 이하로 유지되고 현재와 같은 규모로 소비된다면 30년, 130달러/kg로 인상될 경우에는 70년쯤 지나서 우라늄 생산이 최고치에 달한 후 점점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세계원자력기구(IAEA)의 추산대로 기후변화 대응을 이유로 ‘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309기의 신규원전이 건설된다면 적정가격으로 우라늄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지, 이러한 추세가 우라늄의 정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설혹 경제성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다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원전은 대안이 되기 어렵지 않을까? 2005년 현재 원자력은 세계 1차 에너지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OECD 국가들의 1차 에너지 중에서는 11.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높은 16.1%가 원자력이다. 현재 시설용량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 10대 원전대국은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독일, 한국, 우크라이나, 캐나다, 영국, 스페인으로 한국은 6위(세계 원전 시설용량 368GW의 4.6%)를 차지하고 있으며(<표 1> 참조), 이들 10대 원전 대국들 중에서 원전발전 비중으로 4위이다. 원자로 수에 있어서는 20기로 미국(104개), 프랑스(59개), 일본(55개), 러시아(53개)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수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7월 현재 지구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는 총 439기이며 건설 중인 원자로는 35기이다(IAEA, 2008). 현재 원자로를 건설 중인 국가들 중 한국은 중국과 인도와 함께 러시아(7기) 다음으로 많은 6기를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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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면적 대비 원전 시설용량 세계 1위

게다가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원전 시설용량, 즉 원전밀집도에 있어서 10대 원전 대국 중 1위이다. 좁은 국토에 위험시설인 원전이 현재 상태에서도 상당히 높은 밀도로 분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에서 원전이 월성과 고리, 울진, 영광 등 4개의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밀집도는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2016년까지 이미 건설 중이나 계획이 확정된 8기가 기존 원전지역에 추가 입지하게 되므로(현재 6기 건설 중 2기 계획 중) 원전밀집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원전사고 위험만이 아니라 테러와 전쟁이라는 사회적 위험을 고려해볼 때, 현재의 원전밀집도만으로도 과도한 감이 있는데 국기본에서 계획한대로 원자력 시설용량을 07년 26%에서 30년 41%로, 발전량에서는 같은 기간에 35.5%에서 59%로 높이려면 2030년까지 다시 14,000MW급 원전 10기 가량을 추가해야만 한다.
 
이런 위험을 무릅쓴다 하더라도 부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확보하고 있는, 원전 부지로 활용할 수 있는 터는 원전 6기를 신설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물리적인 의미의 부지일 뿐이지 사회적으로 확정된 부지는 아니다. 즉, 현재 한수원이 확보하고 있는 부지 내에 6기가 입지할 터가 있다는 것과 그 터에 원전이 추가 입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원전의 추가 입지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4기에 필요한 추가 부지를 구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이미 확보하고 있는 터라 하더라도 원전 입지는 가능성의 문제일 뿐인 것이다. 만약 원전입지를 당연시한다면 이는 지극히 비민주적인 발상일 뿐이다. 게다가 기존 원전입지지역 이외 지역에 입지하는 건 또 어떤가? 최근(8월)에 원자력문화재단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원전 적정비중에 대한 국민인식`에 대해 전화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결과, 원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2.5%, ‘원전 비중을 늘려야한다‘는 응답이 67.5%로 원전에 대한 지지가 상당하다. 하지만 ’거주지역 내 원전건설에 찬성한다`라는 응답은 34.6%에 불과하다. 결국 원전입지가 상당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자력발전에 있어 무엇보다 우려할만한 부분은 방사성 폐기물 문제이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다. 방사성 폐기물의 처분과정은 물론 확률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원전의 운전과정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경우에도 기후변화 못지않게 생태적으로 치명적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원자력이 저탄소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녹색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겨우 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5호 원전을 건설 중인 핀란드가 현재 고준위 핵페기물 처분장을 건설하고 있는 데 비해, 원전 추가건설에 대한 계획만 있을 뿐 2016년부터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아직까지 제대로 된 로드맵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요증가를 충족시키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여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기술 연구개발에 있어서 발전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중심이 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분기술에 대해서는 5000억원규모의 연구개발비 예산 중 연간 50억 원 정도 지원할 뿐이며 지하실증연구시설조차 없는 상태라 더욱 문제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도, 또 앞으로 다룰 기후변화종합대책에도 원전의 추가건설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고 있으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헥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은 발견할 수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원전 건설비용은 또 다른 부담이다. 원전은 다른 발전방식에 비해 발전단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면 건설비가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을 전담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의 2008년 예상 당기순이익은 2000억∼30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원전 건설비를 보면, 1000MW급 1기에 2조 5,000억원, 1400MW급 1기에 3조원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처럼 2017년부터 2030년까지 1,400MW 급 원전 10기를 증설하려면 30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수원의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이런 건설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3월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이 공포되어 방사성 폐기물 사후관리재원을 기금으로 전환하였을 때, 이미 발생하였지만 현금으로 적립되어 있지 않은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관리기금 4조 2,000억 원에 대해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이 당장 부담할 능력이 없어 5년 거치 15년 분할납부하도록 양해를 해준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그리고 원자력은 정말 기후변화대응책으로 적절한가? 원자력은 발전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기에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 인류는 아무도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해서 고준위 폐기물을 처분해본 경험이 없기에 원전주기의 후반기인 폐로와 폐기물 처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얼마가 배출될지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아울러 원자력 확대가 에너지소비 전반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릴 개연성도 있다. 모든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경제성을 근거로 원자력  비중을 높이게 되면 전력요금이 낮게 유지되면서 에너지절약 동기를 약화시켜 에너지 과소비가 만연하게 된다. 게다가 원전은 위험성으로 인해 열소비지와 멀리 입지하기 때문에 열병합발전으로 활용해서 효율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원자력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낮은 발전단가 때문에 보다 경제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비가 높은 열병합발전의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원자력은 저탄소 전력공급원으로서 국내 기후변화 대응방안으로 간주될 뿐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 녹색 성장의 주요 요소로 간주된다. 바로 원전 설비와 인력의 수출로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종합대책에서 원자력에 대한 부분은 원자력으로 인해 감소될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고 산업으로서의 원자력의 가치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원전 2기 수출로 5만명의 고용효과와 5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사후처리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이 해외로 수출될 때, 지구적 관점에서는 원전의 위험성이 점점 더 확산되는 양상을 띄게 된다. 우리사회 내부적으로는 점점 더 원전관련 종사자가 많아짐으로써 원전중심의 에너지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다분하다. 저탄소의 요건도 제한적 의미에서만 실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결코 녹색일 수 없는 원전은 이렇게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적 요소로 자리매김 되면서 우리 사회에 보다 깊게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와 녹색의 진정성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11%로 늘리는 것을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란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석탄을 액화ㆍ가스화한 에너지 등 3개의 신에너지와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에너지로 변환시켜 이용하는 태양광, 태양열, 바이오에너지, 풍력, 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 에너지 등 8개 재생에너지를 말한다. 
 
지난 9월 11일,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녹색성장의 첫번째 세부실천계획으로서, 정부의 표현을 빌자면 “녹색성장의 열쇠”로서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였다. 그린에너지산업이란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혁신적 에너지기술에 기반한 산업을 일컫는 것으로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효율향상과 화석연료 청정화까지를 포함한다고 한다. 이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에서만이 아니라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기후변화종합대책 등을 통해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전략을 살필 수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신재생에너지는 충분히 확대될 수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항상 저탄소이며 녹색일 수 있을까?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분야에서 태양광, 풍력과 함께 수소연료전지와 IGCC(석탄가스화복합발전)를 조기성장 동력화가 가능한 산업화 집중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료전지는 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기일 뿐이며 IGCC는 여전히 석탄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재생가능하지도 엄밀히 환경친화적이지도 않다. 수소는 그 자체 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전달자로서 자연상태에 거의 존재하지 않으므로 어떤 에너지를 투입해서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재생가능성과 친환경성이 결정된다. 나아가 수소를 얻는 과정이나 석탄을 액화 가스화하는 과정에 에너지가 필요한만큼 투입된 에너지와 얻은 에너지의 ‘대차비율(Energy Returned on Energy Invested, EROEI)’을 따져야 한다. 결국 수소연료전지와 IGCC는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환경에 주는 부담을 조금 덜긴 했지만 순수 재생에너지의 재생가능성과 친환경성을 구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신재생에너지 개념 자체도 문제지만 정부의 주된 관심은 신재생에너지의 산업으로서의 성장잠재력, 특히 수출산업의 거대 성장동력으로의 부상가능성에 있을 뿐 사회에너지체제의 구조적 전환에는 무관심하다는 점이 특히 문제가 된다. 신재생에너지, 보다 적절하게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성장잠재력에 관심을 두는 것은 기후변화시대에 요청되는 일이긴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단순히 산업으로서 신재생에너지분야를 확대시켜나가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또 하나의 개발 정책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해서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에서 제시하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11%가 과연 도전적인 목표로 적절한가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정부가 취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이 겉보기에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접근과 닮아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은 또 하나의 개발 정책이자 성장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물량적 확대만이 추구될 뿐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분산적 성격이나 재생가능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각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 제고와 사회적 형평성 제고라는 측면은 도외시된다. 결국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충족되기 힘들며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과정이 역설적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과정을 수반하게 된다. 내용적으로는 에너지 대안사회로 나가기 위한 에너지체제의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신재생에너지발전전력 차액보전제도를 살펴보자. “신재생에너지발전전력 차액보전제도”는 신재생에너지 투자경제성 확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의하여 공급한 전기의 전력거래 가격이 지식경제부 장관이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 기준가격과 전력거래와의 차액(발전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제 2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2003~2012)’ 실행이후 신재생에너지 발전부문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제도시행이후 2006년까지 3년간 태양광 설비용량은 연평균 55%, 풍력은 114%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성장추세는 같은 기간 OECD 평균 증가율(각각 42%, 22%)에 비해 높은 편으로 발전차액보전제도가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에 일정부분 기여를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제도는 2002년 5월에 도입된 이래 최근까지 가격수준과 적용기간, 지원용량과 관련 내용들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다. 가격수준은 점차 하향 조정되어왔고, 적용기간은 5년에서 15년을 거쳐 20년으로 확대되어왔으며 지원용량 한계는 20MW에서 100MW, 500MW로 점점 확대되어왔다(<표 2> 참조). 제도시행에 따른 재원마련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게 이유였다. 지원을 위한 재원은 소비자가 전기요금의 3.7%만큼 납부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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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월에 확정 발표된 개정안은 기준가격을 최소 8.4%(소용량)에서 30.2%(대용량)까지 대폭 인하한 것이다. 기존 지침에 비해 가격체계를 2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하여 기준가격을 달리한 것은 규모에 따라 단위면적당 설치단가가 다르므로 이러한 차등화는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독일(30kW, 100kW)이나 이탈리아(3kW, 20kW), 오스트리아(5kW, 10kW)처럼 보다 작은 규모를 촘촘하게 나누지 않아 지붕이나 벽면을 활용하는 10kW 이하 규모의 환경친화적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을 좀 더 배려하지는 못했다. 또한 현재 전세계적으로 태양광발전기술의 경제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전세계적 수요 증가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설비의 단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가격을 낮춤으로써, 현재로서도 은행이자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수익성만 거두고 있는 30kW이하 소규모발전사업자의 경우 앞으로는 수익성 보장이 어렵게 되었다. 결국 환경에 손상을 가하지 않는 규모의 사업은 지속되기 힘들다.
 
이제까지도 발전차액보전제도의 시행에 있어서 지붕과 벽면, 나대지 등 설치지역에 대해 차등을 주지 않음으로써 사업의 대부분이 재생가능에너지의 분산적 성격을 무시한 채 물량위주 확대로 진행하여 환경을 파괴시키기도 하였다. 특히, 2005년 7월부터 한국전력과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 9개 에너지 공기업들은 정부와 신재생에너지 개발공급협약(Renewable Portfolio Agreement, RPA)을 맺어 대규모 태양광발전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산림을 파괴하는 일들이 보다 광범위하에 일어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주)이 강원도 동해에 1MW, 한국남동발전(주)이 인천시 영흥도에 1MW,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전남 영광에 1.25MW 등을 설치하였는데 이 정도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산을 깎고 산림을 베어내는 경우들이 많다. 비단 RPA를 통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대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야산이나 경작지에 설치함으로써 산림훼손과 경작지 침식 등의 환경적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사업들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설치유형에 따라 다른 가격을 지불하고 생산전력을 구매해주는 독일과 달리 우리는 공급목표를 채워 재생가능에너지시장을 확대하는 데 골몰하여 지붕에 설치하든 벽면에 설치하든 나대지(맨땅)에 설치하든 동일한 값으로 구매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RPA의 경우에는 발전차액보전제도를 폐지하고 도입하려고 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의 변형으로 이 제도가 유발할 환경훼손의 가능성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지나친 재정부담을 이유로 차액보전제도를 2011년까지만 운영하기로 하고 대신 2012년부터는 에너지사업자로 하여금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RPS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RPS는 발전사업자나 배전사업자가 일정한 규모의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되므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기준가격의 형태로 가격이 미리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을 통해 생산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의무할당량 목표를 현실적으로 높게 잡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발전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생산한 전력을 생산단가가 보장되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투자를 꺼리게 된다. 이는 일정하게 정해진 기준가격으로 구매를 해주기 때문에 투자자인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정해진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어 투자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발전차액제도와 구분되는 점이다. 
 
사실, 현재 발전차액지원금은 정부 회계가 아닌 전력소비자 부담의 기금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오히려 재원확보가 문제라면 전력산업발전기금의 운용을 개선하거나 소비자를 설득해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아니면 탄소세를 도입해서 그 재원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발전차액지원제도는 독일이나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빠르게 확산시켰지만 영국과 일본 등에서 보듯이 RPS는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또한 RPS는 대량공급이 가능한 대규모발전사업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소규모의 분산적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고 그만큼 환경훼손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대응종합대책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신재생에너지 입지 등에 대한 적극적 규제개혁 추진”할 것이라 천명하였다. 예를 들면, 풍력발전 보급활성화를 위해 5부 능선 이상의 산악지형에도 산지전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해상풍력 도입을 위해 공유수면 사용 허가기한을 연장하는 등 육상 및 해상풍력의 입지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물량확대에 경도되어 환경적 영향을 도외시할 경우 이는 저탄소 녹색이라 말할 수 없다. 산림을 훼손하는만큼 저탄소나 녹색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린에너지산업발전전략 중 바이오 해외자원개발의 투자대상 자원에 바이오연료의 원료작물을 포함하여 지원을 확대(해외자원개발사업법 개정, ‘09년)하려는 움직임도 적절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연료작물 재배로 곡물재배지역이 줄어든다거나 열대우림이 훼손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바이오연료 재배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추세와 부합하지 않는다. 게다가 에너지자립이라는 개념에 비추어서는 국내에서 휴경지를 활용하거나 이모작 대체식물로 에너지작물을 재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있어서도 정부정책은 성장지상주의에 매여 있다. 경제성장을 제 1의 가치로 하는 사회에서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에너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과제일 수밖에 없다. 현 정부에서는 경제성장을 더욱더 노골적으로 추구하면서 다른 모든 가치를 성장의 논리로 귀속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재생가능에너지라고 해서 항상 환경친화적이지는 않다. 나아가 재생가능에너지가 지역주민들과 결합되는 방식이 아니라 여전히 대자본에 의해 소유되고 대량으로 공급되는 방식을 취하게 되면 소규모 분산성이라는 특성 또한 발현되기 힘들다.
 
무늬만 화려한 녹색 포장
 
9월 19일에 발표된 주택정책은 정부의 저탄소 녹색 성장이란 구호가 단기적 성장에 관심을 둘 뿐 어쩌면 저탄소와 녹색은 화려한 포장에 불과할 수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9·19 주택정책은 수도권에 300만 가구, 지방에 200만 가구 등 500만 가구를 신규로 건설해서 공급하는데 특히 서울 근교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40만 가구의 서민주택을 짓는다는 계획이 골자이다. 이는 저탄소 녹색 성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분양 아파트가 즐비한 상황에서 주택공급량이 부족해 서민이 내 집을 갖기 어려우므로 새로운 물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제껏 도시의 과도한 팽창을 억제하고 그나마 부족한 녹지를 유지하는 데 일조해온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발상은 더 문제다. 
 
정부는 “무늬만 그린벨트”인 지역은 개발하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라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원래 취지대로 보전되지 않고 훼손되어 “무늬“만 남은 걸 문제 삼을 일이지 현재 훼손되었기 때문에 개발하는 편이 더 낫다는 발상은 그린벨트를 훼손할수록 개발가치가 더욱 높아진다는 생각을 사회적으로 양산할 따름이다. 그린벨트의 숲과 녹지는 그야말로 탄소를 흡수 저장하는 역할을 하기에 이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저탄소 녹색”이란 기치에 더 부합한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결코 저탄소 녹색 성장의 길은 아니다.
 
현재의 녹색 성장 전략은 성장에 보다 큰 무게 중심이 있으며 녹색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이자 더 적극적으로는 성장을 견인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사고에는 ”성장의 생태적 한계“란 개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제껏 환경주의자들이 주장해온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주요 정책목표로 채택되었지만 녹색이 성장을 위한 포장용 수사로 보여지는 것은 에너지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당연시하면서 전혀 녹색일 수 없는 원자력에 대한 강한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장전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자립을 해외 에너지개발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해 자주개발률을 높임으로써 실현하겠다는 목표도 실현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혹 실현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고갈성 자원에 의존하는 것이어서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 생태적 효율(=환경비용/국내총생산)을 높이고 에너지 집약도(=에너지소비/국내총생산)를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한국은 이미 에너지소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세계 9위이며 세계인이 우리처럼 산다면 지구가 4개로도 부족한 상황이다(UNDP, 2007). 따라서 한국은 에너지 집약도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소비의 절대량을 감소시키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고유가는 석유에 현저하게 기대고 있는 현대 문명의 뇌관으로서, 물리적 한계를 안고 있는 석유문명으로부터 탈피할 필요를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 또한 과도한 에너지 투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산업사회의 생태적 한계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문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 둘 모두에 대비책이 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원자력은 방사능이라는 다른 어떤 에너지원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수반함으로써 생태적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고유가와 기후변화는 단순히 에너지원의 변화를 꾀할 것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에너지·자원집약적인 생활양식 혹은 성장지상주의적 개발방식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거울들이다. 게다가 지금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는 생산지와 소비지를 이원화시켜 에너지 사용의 편익과 부담을 서로 다른 집단들에게 배분함으로써 상당한 불평등과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에너지원의 변화로 지금 영위하고 있는 산업문명을 지속하려 하기보다 고유가와 기후변화라는 거울들을 통해 지금의 에너지로 떠받치고 있는 우리 문명 자체의 지속가능성 여부를 성찰해야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지금의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 그러한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구조와 사회관계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모색하지 않은 채 추구된다면 결국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만 지체될지도 모른다. 성장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사회변화의 지표가 되어야 하며 이는 생명을 중심에 두면서 사회구성원간의 신뢰와 연대를 높이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발전방식을 취할 때만 얻어질 수 있다. 저탄소 녹색 성장전략이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러한 성장전략은 공허할 따름이다.
 
진정한 녹색산업과 녹색사회
 
저탄소 녹색 성장의 저돌성, 집요한 성장 지향성을 탈피하여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저탄소 녹색 사회를 지향점으로 본다면 그 사회에서 농업은 어떤 모습일까? 저탄소 녹색성장의 배경이 되는 고유가와 기후변화는 농업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농업이야말로 사회구성원의 생명과 연관된 부문으로 미래전략에 있어서는 반드시 진지하게 다루어야만 한다. 하지만 2005년 현재 총 부가가치 중 농업의 부가가치가 3.1% 정도에 불과하고 농업부문 에너지 소비가 최종에너지소비의 2.0%에 지나지 않으며 농가인구도 총 인구의 7.1%에 그친다는 이유에서인지 농업은 정부의 다양한 계획들에서 의미 있게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아니, 우리 사회의 성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생각 때문이다.
 
농업부문은 식물의 재배를 통해 주요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함으로써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지만 농기계의 사용이나 비닐하우스와 건물의 난방, 수송 등을 통한 에너지의 직접적인 사용과 농약과 비료의 사용에 따른 간접적인 석유소비로 기후변화를 진행시키는 작용도 한다. 2005년 현재 농업노동력의 고령화와 여성화가 진행되면서 농업기계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오면서 농업 기계화율은 벼농사가 89.9%, 밭농사가 47.2%로(농림부, 2006), 고유가의 진행과 함께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집약적인 현재의 농업생산방식은 갈수록 지탱하기 힘겨워지고 있다. 대농을 확대하면서 기계화율을 높이는 방향의 농업생산전략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농업생산물의 원거리 이동, 특히 농산물 교역의 세계화는 푸드마일(food mile)을 늘림으로써 에너지소비도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기후변화의 진행은 극단적인 기후현상이나 병충해의 확산을 초래함으로써 농작물의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비단 국내 농산물만이 아니라 한국의 농산물 수입국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이 영향을 입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변화된 기후에 잘 견디는 품종을 개발하거나 변화하는 기후에 맞게 산지를 변화시키는 등의 적응노력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저탄소 녹색 사회는 결국 우리 삶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지 않는 사회이다. 농업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투입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유기농업의 확대와 지역먹거리의 소비 확대는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키는 데 국한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건강한 지역공동체 만들기로 연결된다. 먹거리가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한 거리, 즉 푸드마일이 비교적 짧은 지역 먹거리체제를 만들어나감으로써 사람들간의 대면적 관계는 확대되고 먹거리가 이동하는 거리가 축소되어 에너지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며 그런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이게 된다. 게다가 농업생산물의 부산물에서 에너지를 회수하거나 농작물과 경쟁하지 않는 방식으로 에너지작물을 농촌에서 조달할 수 있을 때 농업의 지속가능성,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보다 견고해질 수 있다. 친환경농업과 지역먹거리운동을 확대해나가고 지역 안에서 자원순환의 고리들을 연결해나가는 것이야말로 저탄소 녹색 사회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결코 빠뜨려서는 안되는 부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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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2009.02.24 14:52:00

원전 반대에서 원전 지지자로 변신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주장해온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간부 등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영국 정부에 원전건설을 촉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린피스 영국지부 사무총장을 지낸 스티븐 틴데일 등은 23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핵 전도사'로 입장을 돌변한 틴데일은 크리스 스미스 환경청 청장과 학술원 회원인 마크 라이나스, 녹색당 활동가인 크리스 구달 등과 함께 원전건설을 적극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0년 전만 해도 원전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지니고 있었지만 심각한 지구온난화 영향을 절감하고 핵 지지자로 돌아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이제 불가피하다며 시간 낭비 격인 여론조사 과정을 연기해야 하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80%가량 감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국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 금지조항을 풀어 2025년까지 건설할 원전 터를 물색 중인 상황에서 틴데일 등의 변신은 정부에 엄청난 힘을 보태주고  있다는 것이다.
 
틴데일은 그린피스 영국지부 사무총장직을 사임한 2005년까지 원전 반대운동을 주도해 왔다며 "오염과 핵폐기물, 핵무기 확산 등을 우려해 불가피하게 원전 반대운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어 "심경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식으로 이뤄지지 않고 4년 동안 점진적으로이뤄졌다"면서 "특히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며  메탄가스를  뿜어낸다는 보고를 접하고 나서 심각해질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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