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음료로 농한기 산촌 마을 짭짤한 수입원
산림청 관리지침 있지만 피해 여부 안 밝혀져
겨울이 물러날 조짐을 보이면서 나무들은 새싹을 내기 위해 뿌리에서 줄기로 수액을 올려 보낸다.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지만 낮에는 10도 언저리까지 온도가 오르는 입춘에서 경칩까지 나무들의 봄맞이 채비가 본격화된다. 큰 일교차로 나무줄기와 가지 사이에 압력차가 생겨 수액이 활발하게 이동한다.
이 시기는 바로 고로쇠 수액 채취가 이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거제 등 남해안부터 경남 하동, 산청 등 지리산 자락과 전남 광양과 구례 등에서 수액채취가 시작됐다. 고로쇠 채취는 내장산을 거쳐 강원도 영월과 경기도 남양주시의 축령산과 천마산으로 북상하며 절정을 이루게 된다.
단풍나무과의 큰키나무인 고로쇠나무는 습한 계곡에 주로 분포하며 9가지 종류가 우리나라에 자란다. 고로쇠나무는 ‘뼈에 이로운 나무’이라는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다. 고로쇠 수액은 당분이 주성분이어서 들큼한 맛을 내지만 칼슘, 마그네슘, 황산이온 등 미네랄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알칼리성 천연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로쇠를 둘러싼 논란은 수요가 늘면서 점차 대규모로 수액을 채취하면서 빚어졌다. 나무에 대롱을 꽂아 수액을 뽑아내는 행위 자체가 ‘피를 빨아먹는 것’ 같다며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수액 채취 뒤 상처나 관을 방치거나 비위생적으로 채취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로쇠 채취는 산촌마을의 소중한 소득원이기도 하다.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하동군의 400여 농가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120만ℓ의 고로쇠를 채취해 얻는 소득은 40여억 원으로 가구당 1천여만 원에 이른다. 농한기의 적지 않은 수입원이다.
적극 관리도, 채취림 육성도 못하고 어정쩡
고로쇠 채취가 나무에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 밝혀지지 않은 점도 논란거리다. 농민들은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액을 빼앗긴 나무가 가뭄이나 병충해 등 외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최근처럼 가뭄이 심할 때 고로쇠를 채취한다면 평소보다 큰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고로쇠 수액 채취를 시작한 농민들은 가물 때 고로쇠의 산출량이 감소하고 당도는 높다고 말한다. 공급이 줄고 품질이 높아진다면 가격이 상승하고 채취 압력은 높아질 것이다. 만일 가뭄이 장기화될 때 수액을 잃은 나무가 무사할까. 올 겨울 강수량은 평년의 68%(남부 지역은 30~40%)로 1973년 이래 세번째로 강수량이 적은 해였다. 지난 1월 강원 홍천의 강수량은 0.4㎜였고 강원 인제 1.7㎜, 경기 강화 1.2㎜ 등 거의 사막 수준이었고, 1973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었다.
산림청은 몇 년 전부터 ‘수액채취 관리 지침’을 만들어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수목의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슴높이 지름 10㎝ 이하의 나무에는 구멍을 뚫을 수 없고, 지름 10~19㎝인 나무에는 1개, 20~29㎝에는 2곳, 30㎝ 이상에는 3곳을 뚫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채취 뒤에는 호스를 제거하고 상처가 아무는 약을 발라 나무 썩음 균의 침입을 방지하도록 규정했다. 필요할 때는 휴식년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런 규정은 종종 지켜지지 않는다. 게다가 정부가 국립공원의 자연보존구역에서도 지역주민의 고로쇠 채취를 허용하면서 규제의지는 무색해졌다.
고로쇠 채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여기에 기대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국내 수액산업규모는 연간 140억원(630만ℓ) 가량이며 전국적으로 수액채취 농가가 2천가구로 농가당 73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수액채취가 적지않은 규모이지만 정부는 규제지침만 만들었을 뿐 관리에는 소극적이다. 물론 고로쇠 채취림을 늘리는 등 육성책에 나서지도 않는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고로쇠 수액 채취를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여러분의 의견을 기대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거대한 고로쇠 저장탱크
지난 14일 내장산국립공원에 갔는데요. 전남대 수련원 들머리에서 본 광경입니다. 고로쇠 수액을 저장하는 탱크인데 정말 엄청나더군요.
내장산은 단풍나무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수액채취도 어디보다 활발합니다. 등산로 옆으로 검은색 파이프가 산속 여기저기서 채취한 수액을 모아 이 탱크로 보냅니다.
올해는 가물어서(또는 밤낮 기온차가 크지 않아) 수액이 많지 않다지만 그 크기에 놀랐습니다.
당연히 나무에게 좋을 리 없겠죠!
이또한 환경파괴 아닌가요? 우리가 누리는 혜택도 좋지만 이것이 지나쳐 자연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누구나 알 것입니다.
얼마 전, 관련 연구자들이 지나치지만 않다면 나무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바로는 그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물론 허가를 받은 분들이 수액 채취를 하시겠지요..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무지한 듯한 태도로 안일하게 관리를 하고.. 사람들은 먹고살기 급급해 무리한 욕심을 내게 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지 걱정됩니다.
고로쇠 수액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마셔야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수익이 어떤지 등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솔직히 부끄럽네요..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대안없이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니 우선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절실하네요..
갈피를 못잡고 있는 대운하 환경문제도 그렇고 좀 멀리 내다볼 수는 없는 걸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