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훈장
구월도 하순에 늦 매미는 제철을 이미 다 마친 그림자일 뿐, 눈엔 힘찬 듯 보여도 처지란 이젠 과거지사일 따름입니다. 공중으로 살짝 던져 날아 올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찬란했던 계절의 부름에 순순하게 순응한 대가로서 마지막을 내 가슴에 안겼습니다.
녹원의 입구에서 땅에 떨어져 벌벌 힘겨워하는 참매미 한 녀석을 그렇게 주워 올려 내 가슴에 달아주었습니다. 안간힘을 다하는 녀석, 생의 마지막 몸짓임을 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참매미 녀석 남은 기운과 명운에 달렸거니 잊은 듯 30여분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는 초가을산록을 거닐고 집에 와보니 앞가슴에서 좀 더 위 어깨께로 올라와 쉬고 있었습니다. 아니, 아니었습니다. 어느 시점인진 모르겠으나 거기 꼭 매달린 채 마지막 숨을 이미 거뒀던 겁니다. 작년에도 두엇 이렇게 거둬온 매미의 말짱한 미라가 1년이 다된 아직도 내 책상위엔 몇이 누워있습니다.
대자연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훈장 되어라, 보다 숨이 긴 내 입장을 두둔하도록 연출했습니다. 이럼으로써 녀석들은 전설을 온전히 끝마친 잊혀진 존재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불과 1주일 동안이란 생애가 아닌 1년 또는 2년이란 긴 전설은 이렇게 학이네 윗 가슴에서 빛나는 훈장이 되어 또 다른 깊은 내막을 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왼편에 말매미 하나와 다른 두 마리의 참매미가 말입니다.
맹렬했던 계절을 함께 성실하고도 공히 반듯하게 살아낸 난 들을 귀가 열려있음에 매달릴 바탕이 될 자격은 있음입니다.
한 가을, 지난해 묵은 이야기 속에 섞여 들려오는 당년치 마지막 참매미가 말하는 속 깊은 ‘참누리’의 새 전설 그 맑은 재잘거림을 난 담담하게 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