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숲해설가

조회수 22461 추천수 0 2009.04.01 23:02:44
 

어린이 숲해설가                      

                                 <유영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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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며, 모든 일에는 어른이 먼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나쁜 일에도 모두 어른이 먼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환경오염이나 전쟁과 같은 나쁜 일에는 어린이나 여성, 그리고 노인과 같은 약자들이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답니다.

그래서 TV나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것을 보더라도 공해가 많은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의 환경피해, 전쟁에서의 어린이 피해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예전에 폴란드라는 나라에서는 공기오염으로 인해 신생아들은 5명에 4명꼴로 체중미달이거나 열 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났답니다.

지금도 등하교 길에서조차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렇게 오염된 공기로 기관지나 폐가 망가져 목숨을 잃는 어린이가 수백만명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환경오염문제는 공기만이 아니라 생활 속의 전자파라든가, 자동차나 먹을거리를 통해서도 많이 일어납니다. 특히 요즘은 컴퓨터나 게임기 등의 발달로 전자파 노출이 많아지면서 뇌질환과 같은 질병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한 연구소에서 밝힌 사례처럼, 전기 고압선 가까이 사는 주민들이 백혈병과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환경피해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 이제는 사람보다 많아진 것 같은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페인트와 같은 화학물질로 인한 중금속 오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것들은 납, 수은 등과 같은 중금속 오염물질입니다.

납의 경우 뼈가 자라는 데 기여하는 칼슘과 화학구조가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납은 뼛속에 쉽게 스며들어 정상적인 피의 형성을 방해 할 뿐만 아니라 피를 통해 뇌에 까지 침투해서 발달장애와 같은 무서운 질병을 일으킵니다.

아무리 환경오염 기준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기준치는 기준치일 뿐, 아무리 기준치 이하라도 서서히 몸에 쌓이게 되면 꼼짝없이 당하게 됩니다. 실험실의 개구리처럼 말이지요. 차가운 물에 들어 있는 개구리가 물의 온도를 천천히 올리면 나중에는 화상을 입을 때까지도 못 느끼고 죽는 답니다.

그런데 요즘의 환경오염문제는 개발도상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잘사는 나라의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환경오염에 더 안전한 것도 아니랍니다. 예를 들어 독일이나 미국, 일본에서도 알레르기나 천식, 아토피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흔한 질병 중의 하나이지요.

어린이는 미래의 주역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아주 중요한 말이긴 합니다만, 자칫 잘못 이해하다가는 “지금 어린이”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됩니다. 마치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른이 먼저이고 어린이는 나중에”라는 생각이나, “아직 어린 애들이 뭘 안다고”라는 생각이 모든 일에 다 적용을 해버립니다.

그러나 사실, 어린이는 미래의 주역이 아니라 지금의 주역이기도 합니다. 특히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큰 피해 당사자이므로 가장 크게 주장하고 가장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문제에는 위아래도 없고, 오히려 앞장서야 할 일입니다. 더구나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여 어린이가 먼저 피해를 입더라도, 지금은 어린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환경 기준치가 별도로 뚜렷하게 밝혀져 있는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어린이는 미래의 주역이 아니라, 지금의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어린이가 현재의 주인이고 세상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세상을 꿈꾸며 노력하셨습니다.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이야기를 이렇게 찬양했습니다.

‘새와 같이, 꽃과 같이, 앵두같이, 어리입술로 천진난만하게 부르는 노래, 그것은 그대로 자연의 소리이며, 그대로 하늘의 소리입니다.’

어린이의 소리는 거짓이 없는 하늘의 소리이기 때문에 세상을 향해서 메아리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지구의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어린이가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어린이가 앞장서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그린피스’라고 하는 환경단체에는 각 지역마다 '그린팀'이라고 하는 어린이 환경단체가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미운동'이라고 하는 어린이 환경보호조직도 있습니다. 

이 '그린팀'이 내세우는 주장은 참 재미있습니다.

“많은 조그마한 사람들이 많은 조그마한 지역에서 많은 조그마한 일을 하면 지구의 얼굴은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소년소녀 조직을 키우는 전국센터'가 결성되어 있는데, 각 지역마다 지역의 어린이가 고향의 환경과 자연을 알고 지켜나가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 중남미에 있는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에 가면, “영원한 어린이의 열대림” 이라는 어린이의 숲이 있습니다. 이 숲은 개발로 인해 열대림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스웨덴의 어린이들이 나서서 모금을 하기 시작해서 숲을 사서 보전하게 된 숲입니다. 스웨덴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숲을 지키자고 나서자, 이에 일본, 독일 등의 어린이들도 함께 나서서 저금통을 털어서 숲을 지켜낸 것입니다.

이처럼 어린이는 미래의 주역이라고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당장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주인공입니다.

우리나라의 풀빛문화연대에서는 어린이 숲해설가를 기르는 일을 하겠다고 합니다. 숲해설가는 숲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함께 나누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어린이 숲해설가”라고 하면 숲에 관해서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이 있는 어린이를 말하겠지요.

풀빛문화연대에서 말하는 “어린이 숲해설가”는 마을 숲, 학교 숲 등에서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학교나 지역사회의 또래집단에서 고학년 어린이들이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해 숲체험이나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어린이입니다.

사실 예전에는 숲해설가라는 전문가들이 없었답니다. 요즘처럼 도시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산과 들에 나가서 직접 나물을 채취하고, 야생과일을 따먹어가면서 생태교육이라든가 자연체험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또래의 동네 형이 숲해설가라면 숲해설가였지요.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으면서, 붕어, 미꾸라지, 피라미 등을 알려주고, 산에 가서 칡을 캐면서 오디와 산딸기와 같은 야생과일을 따먹으며 가르쳐 줍니다.

나무로 함께 팽이를 만들면서 어떤 나무가 단단하고 무른지를 배우고, 함께 불놀이를 하면서 어떤 나무는 연기가 많이 나고 어떤 나무는 퍼석퍼석하여 불에 잘 타는지를 서로 배워 갑니다. 또 독이 있는 버섯과, 독이 있는 곤충이나 뱀들에 대해서도 동네 형들과 함께 산과 들로 모험하면서 배우게 됩니다.

이처럼 학교 선생님에게서 배우는 것은 수학이나 국어와 같은 지식들이었지만, 자연과 생태교육은 어린이들 끼리 서로배우는 살아있는 경험의 지식이었던 것이지요. 원래, 경험으로 배운 지식은 오래오래 갑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이가 들어도 아무 때나 산에 들에 나가면 대부분의 식물들의 이름을 금방 잘 기억해 내십니다.

어린이 숲해설가는 어린이가 주인이 되어 나무와 풀꽃, 곤충과 야생동물 등 숲과 환경문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또래집단에서 전수되고 경험될 수 있도록 어린이 생태지도자가 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사실 지역과 마을의 숲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교실이고 환경운동을 잘 할 수 있는 운동장이기도 합니다. 숲이 학교인 것입니다. 숲을 통해서 지식을 탐구할 수 있고, 모험을 할 수 있습니다. 숲은 아리스토텔레스나 공자와 같은 인류역사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공부방이었답니다. 학문의 전당을 뜻하는 아카데미라는 단어도, 아카데미아의 숲에서 따온 말이랍니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마을의 숲, 동네의 숲을 알아가는 것이 마을 문화를 만들어가고,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이며, 가장 좋은 생태학습이자 논술공부가 될 수 있답니다. 어린이 숲해설가가 되어 보세요.

                                             


                                                                              <2007. 11 월간 첫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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