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호랑나비
언제 어디서 봐도 늘씬하고 시원할 뿐 일점인들 오차를 발견할 수 없는 우리네 대형나비의 대표 종은 역시 얼룩무늬도 확연한 ‘호랑나비’입니다.
양양은거시절 이 친구의 뒤를 쫒느라 몇 날이나 애를 썼던지 원래 호랑나비 족속이란 모두가 그처럼 까탈스러운 줄로 알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후론 어렵지 않게 원하는 모습을 충분히 안아 들일 수 있었으니까요.
여름도 초반을 지나 더위가 기승을 돋궈가고 도처에 ‘접시꽃’이 만개한 즈음, 저도 색과 꿀에 온통 넋을 빼앗겼는지 코앞에 이렇게 가까이 사진기가 접근해도 막무가내 꽃과의 열애에 마냥 정신을 놓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렇듯 그림 좋은 한 장 구해냈습니다.
이번엔 코스모스를 바탕으로 그럴듯한 장면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꽃꿀 모으기에 정신이 반쯤은 나갔는지, 것도 아니면 사진사 학이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저 맹물일 뿐이니 신경 쓸 일 하나도 없다는 오만함인지, 어쨌거나 난 작품만 똑바로 얻어내면 그만입니다. 그저 멀찌감치 따돌리지 않음만 감지덕지하면서 속으로 고마울 따름이죠. 보매 이동 중인 꿀벌도 곁다리로 있거니와 아예 꽃술에 정신없이 코를 박고 있는 또 한 나비 동료는 ‘작은멋쟁이나비’랍니다.
흠! 행여 위화감이 생길까 싶어 구태여 감추려했지만 도무지 께름칙해서 안 되겠네요. 아무래도 발생할지도 모를 속계와의 상호 괴리감을 무릅쓰고 보다 솔직한 고백을 하긴 해야겠구먼요.
기실 학이가 긴한 볼일이 있어 언제 천상계에 올라간 김에 곳의 벽지 한쪽을 누구 몰래 조금 떼어왔음이랍니다. 하계의 벗님들께오서 하마 좋아하실 생각에 앞 뒤 가리지 않았지만, 이도 천기누설에 속한다면 천계와 하계의 구별이 확연한데 공연한 짓거리를 했다고 학이가 혼쭐이야 좀 나겠죠 뭐, 그럴지언정 쉿! 벗님들께오선 그저 모른 척 보고 즐기고 행복하시면 됩니다. 그럼 됩니다요. 암만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