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꽃동산)
사는 곳에서 워낙 가깝고 차량들이 함부로 치달리는 위험한 시가지 입구다 보니 수년 동안 무심히 지나치기만 할 뿐 아예 무시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봄 어느 한날 멀리서 바라본 작은 동산에 화사한 분홍빛 기운이 녹녹치 않았습니다. 멀다면 몰라도 집으로 돌아오는 방향을 살짝 틀어 헛일삼아 한번 들러보았습니다.
‘으악!’ 이것이 첫 소감이었습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제껏 내 평생 만난 중 가장 멋진 진달래 꽃동산이 오롯이 숨겨져 있었던 겁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 해도 아무렴 이렇게까지------.
왼편이 서울 가는 철길, 오른편은 군청도로인고로 졸지에 꼬리가 잘린 깡둥한 모양으로 나지막하니 동떨어진 동산, 일부러 맘먹지 않으면 찾아들기 힘든 육지 속의 고도, 하염없이 외로운 섬으로 전락하고 말았음입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인사들의 뇌리에선 거의 잊혀지고 버려진 천덕꾸러기 장소로 남아있던 곳이라 오히려 천연덕의 대자연이 숨어살기엔 더욱 적절했던 모양입니다. 비좁은 그 속에서 누구는 알짱 같은 보배를 찾아냈으니, 몰래 감춰두고 우리 함께 즐기면 좋겠습니다.
사회에서 도의가 사라진 어지러움일까요? 더불어 혼탁함 때문일까요? 하여튼 가치관이 전도된 무너져가는 이 시대에 고결하고 귀한 존재라면 깊숙이 꼭꼭 숨어야만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이토록 화사한 정경을 앞에 두고도 일말의 우려와 염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학이네 팔자도 참 딱하단 생각은 있습니다만, 고사에도 ‘상시분속(傷時憤俗)’이라 했죠? ‘상처 입은 시대를 염려하고, 무너진 시속에 화내다.’ 란 뜻이라네요. 일신 몸보신이란 한갓 3류 처세술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올바른 선비의 자세랄 수 없으니 이도 피할 수 없는 팔자라면 그저 감수해야할 밖에요.
폐일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