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하도록 붉은 햇무리의 넉넉한 호위를 받으며 찬란한 하루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서기를 온누리에 아낌없이 쏟아 부으며 말입니다. 여기에 작은 수치적 계산일랑 대입할 필요도 수단도 없을 겁니다.

실루엣은 굳고 의연할 뿐 저 지난 해 겨울 1미터짜리 폭설 때 상단부 생장점이 우지끈 잘려나간 금강송 설해목도 더는 아파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요? 감격스러운 모습이지요? 하지만 이 같은 장면은 막상 산마을에서 여러 해를 깊이 있게 살아도 1년에 몇 차례 만날 수 없답니다. 게다가 가장 멋진 하필 이날의 축복은 불과 1분을 넘기지 못했답니다. 원래 위대한 축복은 짬이 길지 않다는 뜻인지 각도를 약간 달리해서 한두 컷 더 남기고자 몇 걸음을 떼는 아주 짧은 사이에 날씨가 이내 흐려지고 짙은 구름이 가득 덮고 말았던 게지요. 결국 단지 이것 한 장일 뿐 두 장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산 속에서 만나는 대자연의 변화무쌍함이란 이따금씩 우리의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많더이다.

이후로 하루 종일 구물거리다 비도 간간이 오시긴 했지만, 과정에도 소홀치 않는 우린 오로지 볼 것만 보고 희망만 살릴 줄 알면 됩니다. 예! 볼 것만 바라보고 희망만 살리자고요. 만 가득한 태양의 은총과 함께 새 날을 당당하게 열어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