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도롱뇽)
이젠 봄빛이 제법 짙어지긴 했나봅니다. 개울 물빛이 그리 차가워 보이지 않는 오늘은 4월도 중순, 이른 아침 산책 시에 참으로 귀한 손님 진객을 만났습니다. 매일 올챙이들 성장도를 점검하느라 들러본 무논 입수구에서 지극히 맑은 물에서만 살고 지금은 보호종으로까지 지정되어있는 바로 ‘도롱뇽’이를 봤기 때문입니다. 녀석이 실어놓은 알은 곳곳에서 흔하게 봐왔지만 실체대면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엔 미꾸라진 줄 알고 가벼이 지나쳤으나 뭔가 좀 이상하기에 다시 돌아가 자세히 살펴보니 에구머니! 말끔한 앞 뒷다리, 둥글넓적한 머리가 다름 아닌 제대로 장성한 건강한 도롱뇽이었습니다. 곁에 있는 알 다발 속에선 드디어 부화시기가 다되었는지 꼬물거리는 도롱뇽 새끼들은 많았습니다. 행동이 워낙 은밀할뿐더러 야행성에다가 서식처가 물 한 점이라도 오염되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도롱뇽,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얼른 사진으로 찍어두기 위해 서재로 달려와 디지털카메라를 살폈더니 에구! 저런! 충전용 배터리가 모두 소진, 급하게 차를 몰아 마을 슈퍼에 내려가 1회용 건전지를 넣고 돌아와 보니 없어요,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허망하긴…….
이젠 염려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녀석이 발견된 지점은 다름 아닌 단골 왜가리 녀석의 전용식당 한복판이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나타나면 꼭 사진으로 남겨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정황을 알길 없는 왜가리 녀석이 허락을 해줘야 말이 되겠지만…….
운이 좋았습니다. 정성으로 살피기 서너 시간 후 마침내 한창 산란 중인 도롱뇽을 기어코 근처에서 찾아냈습니다. 멈춰있는 물보다 차고 산소도 풍부한 맑은 물이 약간이라도 흐르는 곳을 좋아하기에 소중한 알 다발이 흘러 달아나지 않을 수 있는 확고한 의지처에 단단히 붙여서 알을 낳습니다. 역시 수십 센티미터 뒤편에 이제 막 산란을 끝낸 자취가 보였습니다. 힘든 산란 후 파김치로 지친 나머지 내 접근을 뻔히 알고도 빨리 달아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렇도록 급한 용무가 아니었다면 대낮에 장성한 도롱뇽을 무논 수로에서 이처럼 만나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달리 방법이 없었으니 녀석이 한숨 돌리는 잠깐의 틈을 빌어 풀로 덮여있는 좁다란 논둑에 상체를 45도 가량 거꾸로 엎드려서 근접촬영을 해야 했습니다. 녀석의 신장도 10여 센티, 수심도 10센티미터 정도, 주변에 올챙이와 소금쟁이도 보이네요, 아마도 한물에 사는 오래고 절친한 이웃으로서 산파역할을 자임한 모양입니다.
도롱뇽은 올챙이 과정을 생략한 채 이미 다리와 다른 부위들이 완비된 상태에서 부화되어 다만 크기로 성장할 따름입니다. 개구리로의 형태변이과정을 겪어야 하는 일반 올챙이완 달리 도마뱀에 가까운 도롱뇽은 알에서 부화한 즉시 어미의 몸짓을 고스란히 닮은 이미 성체인 겁니다.
부화를 돕기 위한 산란장소이외엔 아주 차가운 냉수가 아니면 아예 살지도 않는 녀석, 이런 장소의 물은 배부르도록 퍼마셔도 탈 없음은 잘 아시죠? 후손번식의 신성한 책무를 위험을 무릅쓰고 감행한 줄 압니다. 투명한 한천질이라 물속에선 도무지 분리촬영이 되지 않기에 부득이 잠시만 풀밭으로 건져 올렸기로 무궁토록 번성할 것을 믿어봅니다. 알 다발 속에서 이미 부화해 바깥으로 나갈 시기를 점치고 있는 꼬물거리는 도롱뇽 새끼들이 또렷이 보입니다.
두어 달 뒤 무사히 부화에 성공해 아래 맑은 연못을 점령한 꼬리까지 길이 2.5센티미터 가량인 도롱뇽새끼입니다. 머리와 몸통이 하나로 집약되어있는 개구리 올챙이와는 달리 도롱뇽은 머리와 몸통과 꼬리가 확연히 구분되어있습니다. 물속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얼핏 봐도 올챙이보다는 물고기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퍼마셔도 개의치 않으리만큼 맑은 물이 아니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청결성의 대명사, 바로 환경지표 생물보호종 도롱뇽, 초기 생장기는 무사히 끝난 것 같습니다. 성체가 된 자랑스러운 모습을 맨눈으로 찾아보긴 이젠 어려울 듯 6월 중순 경 마지막 촬영을 뒤로 냇물에선 다시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