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아파트 주거문화로 늘어나는 소형견
…크기보다 애완 목적 고려한 선택 필요
대한민국은 소형견의 나라다.
국제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의 자료(네슬레퓨리나 제공)를 보면, 한국인들이 기르는 애완견 마릿수는 2011년 기준 253만마리. 대형견(23㎏ 이상)이 13%, 중형견(9~23㎏)이 6%, 소형견(9㎏ 미만)이 81%다. 소형견은 2006년 77%, 2007년 79%, 2008년 81%로 정점에 이르고, 그런 추세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형견은 2006년 17%, 2007년 15%, 2008년 14%, 2009년 13%, 2011년 11%로 줄어드는 추세다.
소형견 편애는 외국과 비교하면 더 뚜렷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2011년 대형 37%, 중형 25%, 소형 38%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5년 전인 2006년 대형 36%, 중형 25%, 소형 39%와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소형견은 몰티즈, 시추, 푸들,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 치와와. 서울 충무로를 비롯한 대부분의 애견숍은 이들 소형견을 진열장 앞쪽에 잘 보이도록 하고 있다. 은평애견백화점 김달형씨는 이들 소형견은 털이 잘 빠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며, 깜찍하고 영리한데다 위생적이어서 실내에서 키우기에 적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도그쇼에서도 이들 소형견은 인기순위 10위 안에 들어 있다.
2011년 전체 애완견 중
소형견이 81%
몰티즈, 시추, 푸들 등 인기
왜 한국인들은 소형견을 좋아할까?
서정대 애완동물학과 홍기태 교수는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 도시화와 공동 주거환경 문화.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이 국토 면적의 16.6%에 불과한 도시에 산다. 공동주택의 확산은 도시화의 이면. 아파트가 전체의 58.3%를 차지하며 연립 및 다세대를 포함하면 공동주택이 71.0%나 된다. 특히 수도권은 그 정도가 심해 인천 85.3%, 경기 82.9%, 서울 82.8%에 이른다. 마당이 사라지고 고층주택의 층수가 높아질수록 소형견 선호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둘째, 저출산. 한 아이로 끝내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외아들, 외동딸은 흔하게 됐다. 이들이 성장해 독립하면서 따로 사는 노부부들이 늘어나고 이들은 반려견을 키움으로써 적적함을 달래려 한다. 셋째, 늦은 결혼과 독신자의 증가. 취업난과 함께 결혼을 늦추거나 결혼을 포기한 독신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사는 이들 역시 반려견을 동반자 삼는다.
박애경 애견협회 사무총장은 공동주택 외에 애완견의 팬시화를 꼽는다.
애완견 거래가 전문숍을 통해 이뤄지는 곳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그에 따라 거래가 편하고, 지속적인 관리에 따른 수입이 보장되는 소형견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구매 결정권자의 연령대가 낮아져 기르기가 편한 소형견 선호를 부추긴 것으로 본다.
▶애완견 기르기는 주택문화가 반영돼 있다. 81%라는 소형견 비율은 서울에서의 공동주택 비율인 82%와 거의 일치한다.
티브이에 특정 견종 등장하면
유행처럼 번지기도
티컵도그 동물학대로 생산금지
몰티즈를 키우는 주부 배아무개씨는 딸이 졸라 구입했는데, 딸이 나 몰라라 해 뒤치다꺼리를 떠맡았다며 배변을 시킬 겸 산책하는 것을 재미삼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견종 두 마리를 키우다가 4년 전 불치병을 앓는 한 마리를 안락사시켰다는 박아무개씨는 딸을 출가시키는 것만큼이나 힘들어 우울증을 앓았다고 털어놨다.
소형견 선호에 따른 부작용도 나온다. 이른바 티컵도그의 출현.
2006년 대구의 한 수의사가 찻잔 속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성견을 만들어 ‘하프독’이라고 이름붙였다. 치와와, 시추, 몰티즈, 요크셔테리어 등 소형견을 생후 2~3개월부터 성장판이 닫히는 8개월 때까지 자신이 개발한 특수 한방사료를 먹여 생후 2~3개월 크기에서 성장을 멈추게 한 것. 앙증맞은 크기와 국내 처음이라는 게 화제가 되어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동물애호단체의 ‘동물 학대’라는 비판을 받아 현재는 ‘생산’이 중단된 상태.
미디어의 영향으로 특정 견종이 유행하는 것도 문제.
골프선수 박세리가 잘나갈 때 ‘비글’을 안고 텔레비전에 나온 뒤 비글을 기르는 인구가 급증했다. 비글은 작지만 활동반경이 넓어 좁은 방에서 키우기 힘든 종으로 판명되면서 반짝 인기에 그쳤다. ‘1박2일’에 등장한 상근이라는 이름의 그레이트피레네 종은 성격이 무난해 쉽게 키울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번져 한때 유행이 되기도 했다. 33년 동안 동물병원을 운영해온 윤신근 박사는 포인터, 독일셰퍼드, 달마티안(달마시안), 시베리아허스키 종이 유행을 타고 명멸했다면서 현재는 일부 마니아층에서만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애견문화 탓에 유기견이 많은 것도 우리나라의 특징. 한해 동안 버려지는 유기견이 2010년 기준 5만8000마리. 한 동물보호단체가 7월2~16일 주인을 찾는다며 공고한 유기견을 보면 90%가 소형견이다. 견종과 무관하게 늙거나 병든 것이 많다. 단독주택지가 고층아파트 단지로 바뀐 은평 뉴타운을 품은 북한산에서는 들개화한 유기견이 문제된 적이 있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용도와 애완과의 거리. 주거환경 탓이기는 하지만 목적과 활용도를 고려하기보다는 크기 위주로 선택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한국애견협회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그스포츠를 권한다. 생래적인 개의 사냥습성을 만족시키고 주인과 개가 함께 즐기며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물경기의 일종인 어질리티, 원반 던지고 받기인 프리스비던지기, 추적·복종·방위훈련을 측정하는 아이피오(IPO) 등이 그것이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