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새’가 대통령에게 쓴 편지, “산에서 왜 편해야 하죠?”

박그림 2013.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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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세대도 자연을 느끼고 진정한 등산을 하고 싶습니다"

편해진 등산 너도나도 대청봉에, "해는 대청봉에만 뜹니까?"

 

sol0.jpg » '작은새' 권순호 군이 어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작은새'와의 만남

 

몇 해 전 겨울 야생동물학교가 내설악에서 열렸을 때, 2박 3일의 일정이 끝나고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권순호라는 어린이가 “선생님, 연락해도 돼요?”라고 물었다.

“그럼, 연락해도 되지! 이메일로 연락해”하고 대답했고 얼마가 지난 뒤에 메일이 왔다. 살고 있는 동네의 꽃과 새들의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5학년이라기에는 너무나 깊이 있는 글이어서 스스로 쓴 것인지를 의심했다.

그 뒤 여러 번의 메일이 오가면서 아이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면서 만남은 이어졌다.

 

나는 산양의 작은뿔을 따라서 나의 또 다른 이름으로 “작은뿔”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순호도 그것이 좋아 보였는지 자기는 “작은새”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다고 했다.

메일은 가끔씩 주고받았으나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은 자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것이었다. 2011년에는 KBS환경스페셜에도 함께 출연을 하게 되었고 서울 갈 때면 만나기도 하면서 아이가 청년으로 자랐을 때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어떤 세상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욱 깊이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되돌려 주어야 하는지,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를 생각했다.

 

설악산에 들어온 지 21년 째, 아이들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지금이 안타깝다. 어른들이 어른답지 못할 때 우리들 스스로에게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힘든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되돌려 주게 된다면 아이들의 삶은 얼마나 힘들고 버거울 것인가.

 

지난 8월 3일 설악산 소공원에서 아이들 스스로가 바라보고 기대어 살아야 할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하지 말아달라고 외치면서 어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고, 작은새도 용인에서 달려와 대통령과 환경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고 읽었다.

 

편지를 읽어 내리는 동안 내내 부끄럽고 슬프고 답답한 마음이었다. 부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아름답기를 빌었고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고 싶었다.

 

작은새가 어른들에게 쓴 편지를 싣는다.

 

작은뿔 박그림/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설악녹색연합 대표

 

sol2.jpg » 지난 8월 3일 설악산 소공원에 모인 아이들이 대청봉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말아 달라고 외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성남시의 이우중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권순호입니다.

 

3년 전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말을 듣고 매우 안타까웠었습니다.

 

설악산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이잖아요. 그 아름다운 숲과 계곡, 바위에 쇠기둥을 꽂아도 설악산의 가치는 그대로 일까요? 우리나라의 자랑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명물의 자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숲에 쇠기둥이 꽂혀도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은 편하게 살 수 있을까요?

 

예전의 설악산은 반달가슴곰도 살았고, 여우도 뛰놀았고 심지어 호랑이도 살았다는 곳이지만 이제는 곰도, 여우도, 호랑이도 사라지고 인간들이 빈 자리를 채우고 있네요. 우리 조상들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을 입산이라 하였고, 입산을 하면 우리는 산의 손님이 되어 누구도 감히 산에서 주인 행세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설악산에 케이블카, 대피소, 헬기장, 계단, 다리 등 전부 사람을 위한 것이잖아요. 이 시설들은 모두 사람들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잖아요. 자연을 즐기는데 굳이 편하게 지내야 하는지, 오래 있어야 2박 3일인데 왜 편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국립공원에 고객 서비스 점수가 있어서 국립공원관리공단 쪽에서 등산객들의 비위도 맞춰야 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 입산을 하면 누구나 청렴한 마음으로 자연을 즐겨야 한다고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왜 이런 서비스 점수가 있는지 또한 의문입니다.

 

산이 편해지면 사람들이 많이 오기 마련이죠. 사람이 많이 오면 산은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이 밟음으로써 산의 흙은 점점 말라 굳어가고, 나무가 말라 비틀어 틀어지고 결국 지금 설악산보다 더 심한 상처를 입게 될거예요.

 

sol3.jpg » 수많은 탐방객이 밟아 고산식생이 사라지고 황폐화한 대청봉 정상의 모습.  

 

설악산의 권금성은 과거에는 나무가 무성하고 공기 맑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온통 모래와 바위뿐이고 흙먼지도 많이 날립니다. 그리고 설악의 정상인 대청봉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탓에 무성했던 초목은 오래 전에 말라 죽고, 흙이 벗겨져서 그 아래에 있던 바위 무더기가 드러났고, 나무들이 자라던 자리에는 중청 대피소가 세워졌습니다. 이것이 우리 세대와 훗날의 세대가 누려야 할 산이고, 설악산을 지키고 있는 동물들의 삶터일까요?

 

설악산의 케이블카는 반대합니다. 저희 세대는 힘들어도 진정한 자연을 느끼고 싶고, 더는 국립공원에 계단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등산이란 흙을 밟고, 흙 냄새를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산은 인간이 편하게 지내야 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설의 수와 규모는 간결하고, 최소화하는 것이 자연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웃나라 일본만 보아도 우리나라 국립공원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나라처럼 국립공원 안에 주차장이 없고, 국립공원보다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장이 있고, 자가용을 타고 입산하지 않고 지정된 버스에 모여 최소한의 차로 이동하여 국립공원에 입산하죠.

우리나라의 등산코스는 계단이 있는데 일본의 국립공원들의 등산코스는 경사가 급한 곳에만 작은 사다리로 되어있고, 경사가 없는 곳은 아무런 포장도 하지 않은 흙 길이죠. 또한 일본의 모든 국립공원은 예약제이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최소의 인원을 받고 우리나라처럼 국립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습니다.

 

특히, 관리가 잘된 일본의 가미코지 국립공원에는 희귀동물인 일본원숭이들이 살고,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국립공원이 조용해서 청둥오리들도 국립공원 연못에서 한가로이 물장구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자연 그대로 두어서 나무들도 굵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습니다. 그곳에 들어가면 마치 신선의 골짜기에 들어온 느낌이죠.                        
 

우리나라처럼 여기저기에 쇠기둥 하나 꽂아두지 않았고, 인간을 위한 시설도 가능하면 검소하고 규모가 작게 만드는 등 자연을 배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을이 물들기 시작할 10~11월의 설악산은 단풍보다 더 뜨거운 100만 명 인파가 몰려들죠.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무려 100만 명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 100만 명이 등산만 할까요? 대청봉 정상에 올라가면 너도 나도 일출 기념사진 찍겠다며 치열한 몸싸움과 말다툼이 오가죠.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시는 박그림 선생님께서는 그 아수라의 현장을 보시고 늘 “해는 대청봉에서만 뜨는가” 하고 말씀하시죠. 해는 대청봉에서만 뜨는 것도 아닌데 왜 하필 해발 1708m나 되는 대청봉까지 올라와서 일출을 보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산이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일출을 볼 때 최대한 태양과 가까운 곳에서 일출을 보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산은 높지만 케이블카도 많고 산이 편하기 때문에 일출을 보러 설악산을 포함한 국립공원의 산을 자주 많이 찾는 것입니다.

 

등산은 편하게 정상까지 올라 일출을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 동안 준비하고 정상 정복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오르면서 자연을 느끼고  보람을 얻고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또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진정한 등산의 목적을 잃어가고 있고,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동네 뒷산만도 못한 산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자연은 인간과 그리고 모든 생명들이 공존하며 살아야 되는 곳이고, 야생동물들의 삶터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우리나라에 많았다는 여우, 늑대, 호랑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또, 그 많았다는 산양은 왜 쉽게 보기 힘든 것일까요. 그것은 인간이 산들을 파헤치고, 불법으로 밀렵을 한 결과입니다.

 

사람들이 산을 파헤쳐서 산을 오르기 쉽게 하였고, 밀렵과 밀려오는 등산객들의 등쌀에 밀려 결국 그 많은 야생동물은 사라지고,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커다란 거목도, 무시무시한 호랑이도 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현재 권금성 등은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고, 멸종위기 야생동물들도 복원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국립공원을 찾고 밀렵은 끊이질 않아 복원을 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저희 세대는 이런 설악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진정한 자연을 즐기고, 설악산에게 생명과 인간의 관계를 배우는 것을 꿈꾸었습니다. 자연을 통해 삶의 고통과 낙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1970년 3월 24일 대한민국 국립공원 제 5호로 지정된 강원도 속초시, 인제군, 양양군에 걸쳐서 뻗어있는 설악산은 아직도 꿋꿋하게 잘 버텨온 자랑스러운 우리의 산입니다.

 

sol7.jpg » 설악산 대청봉의 겨울 모습.

 

봄에는 태양의 기운을 받아 모든 생명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여름에는 생명들의 활력이 넘치고 초록으로 물들며, 가을은 더는 초록을 부르지 않는 나무들의 합창으로 단풍의 절정에 다다르게 되죠. 그리고 온 산은 쑥부쟁이, 구절초, 용담 등 가을꽃으로 온 산을 아름다운 꽃으로 물들이죠.

 

겨울은 추워서 떨고 있는 세상을 흰 이불을 덮어주기라도 하듯 흰 눈이 펑펑 내리고 온 세상이 얼음 세계가 됩니다. 세상의 생명들은 움츠리고 따뜻한 다음 봄을 기다리죠.

 

그리고 저는 설악산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20개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와 시설들을 설치하지 않는다고 할 때 친구들과 아름다워진 설악산에서 만세를 외치고 싶습니다.

 

저희 세대에게 더욱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우중 1학년 2반 2번 권순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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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설악산의 상처와 아픔을 기록하고 알리는 일과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되찾는 일을 하고 있다. 설악산에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 217호, 멸종위기종인 산양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 산양을 찾아다닌다.
이메일 : goral@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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