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눈높이 맞춰 자연으로 옮겨온 교실

조홍섭 2010. 08. 11
조회수 18613 추천수 0
<6>신구대학식물원
교과서 나오는 식물부터 희귀종까지 체험
최대한 자연 그대로 살려…건물도 에코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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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와 서울시의 경계인 인릉산 자락에 자리잡은 신구대학 식물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어린이 식물원’을 표방한 식물원이다. 여기엔 1981년 신구전문대의 조경원예 실습농장에서 출발해 2003년 식물원으로 개원하기까지 교육시설로 써 왔던 내력이 있다. 당연히 어린이만을 위한 식물원은 아니고 대학생과 일반인, 나아가 식물학자를 위한 전시와 육종, 연구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렇지만 아이를 데리고 이 식물원을 찾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만하다. 그저 놀고 떠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험학습을 통해 자연을 배우려고 마음먹는 게 전제조건이다.
 

곤충-식물 공생 꼬물꼬물 한눈에
 
정문을 들어서면 분수대와 함께 베르사유 궁전 비슷하게 기하학적으로 꽃을 배치한 프랑스식 정원이 펼쳐진다. 언덕을 조금 오르면 단을 쌓아 정원을 꾸민 이탈리아식 정원이 이어지고, 멸종위기종인 가시연을 재배하는 대형 수조가 놓여있다. 가시연은 우포늪에서 가져온 종자가 싹튼 것이다. 이 대형 연꽃은 햇빛이 강해야 잘 자라고 1년에 지름 1m 가까운 커다란 잎을 매달기 때문에 유기물질이 많아야 한다. 인공수조여서 자람은 자연상태만 못하지만 잎 뒷면에 가시가 빽빽하고 잎 표면이 우둘투둘한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물과 곤충의 관계를 배우는 곤충생태관은 가장 인기있는 체험학습장이다. 이곳에선 곤충의 애벌레가 식물을 먹고 번데기를 거쳐 어미벌레로 탄생하는 과정을 모두 관찰할 수 있다. ‘나비 우화대’에 가지런히 진열된 번데기는 모두 살아있는 것들이고, 막 배추흰나비로 변신하려는 개체도 보인다. 넓적사슴벌레 사육상자에선 애벌레가 꼬물거린다. 연두색 호랑나비 애벌레는 산초나무 잎사귀를 열심히 먹고 있다. 식충식물인 네펜데스는 막 벌레 잡을 준비를 마치고 통발의 뚜껑을 열어놓았다.
 
교재식물원에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을 만날 수 있다. 배추, 상추, 고구마, 감자, 토란, 도라지, 고추, 토마토, 가지, 호박, 벼 등을 직접 관찰한다. 이밖에 서양측백나무 생울타리로 꾸민 미로찾기, 나무놀이터, 어린이 정원, 직접 물을 품어볼 수 있는 펌프, 바닥 분수 등도 어린이를 위한 시설들이다.
 
전정일 신구대학 원예디자인과 교수는 “뉴욕식물원 등 선진국의 식물원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며 “어릴 때부터 식물원에서 자연과 접하는 문화를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절 초화원은 철 따라 피어나는 꽃을 감상하도록 꾸몄다. 여름인 요즘 풍접초와 참나리, 부처꽃이 한창이다. 꽃을 찾는 배추흰나비와 호랑나비도 쉽게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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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켜야 하는 3대 에티켓 필수

 
계절 초화원을 지나면 식물원의 핵심건물인 에코센터가 나온다.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처럼 타원형 모습이다. 별도의 난방을 하지 않고 난대성 식물이 겨울을 날 수 있는 에너지절약형 건물이다. 제주도나 남해안에서 볼 수 있는 돈나무, 후박나무, 자금우 등 상록활엽수가 볼거리다. 실내교육을 위한 전시물과 사진전 등도 여기서 열린다.
 
식물원은 최대한 자연을 살려 조성했다. 개울가의 자연스런 식생이 남아있고, 묵논과 수로를 그대로 살려 습지원으로 연결했다. 비탈에 길을 내면서 골라낸 돌로는 돌담과 돌탑을 지어 암석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 초 식물원은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가시연, 백부자, 섬시호, 나도승마, 독미나리 등 8종의 증식과 복원 등을 맡고 있다.
 
멸종위기종 관리는 까다롭다. 희귀식물 자체의 알려지지 않은 생활사를 밝히는 것도 어렵지만, 당장 탐방객의 지나친 관심도 부담이 된다. 희귀식물을 몰래 캐가거나 씨앗을 받아가 연구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열매가 달린 가시오갈피와 독미나리에는 안내팻말이 없었다.
 
전정일 교수는 식물원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꼭 지켜야 하는 3대 에티켓이 있다고 했다. 첫째, 식물을 따거나 꺾지 않는다. 둘째, 삼각대를 이용한 사진촬영은 주변 식물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피한다. 셋째, 애완동물을 데리고 오지 않는다. 식물원에는 개가 이해하지 못하는 귀중한 식물이 많기 때문이다. 언듯 쉬워 보이지만 적지않은 사람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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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단양쑥부쟁이의 두 얼굴
경쟁 두려워 하는 ‘겁쟁이’-삭막한 땅 삶터 ‘억척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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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쑥부쟁이는 4대강 사업으로 갑자기 유명해진 멸종위기 식물이다. 남한강의 여주 일대 모래밭 강변이 세계에서 유일한 자생지이다. 그런데 국립수목원을 비롯해 황학산수목원, 한택식물원 등 인공증식하는 곳마다 쑥쑥 잘 자라는 단양쑥부쟁이가 자연 상태에선 희귀한 이유가 뭘까.
 
지난달 23일 단양쑥부쟁이를 인공증식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신구대학 식물원을 찾았다.
“여기 보세요. 이렇게 뿌리가 잘 뻗습니다.”
 
1년생 단양쑥부쟁이가 심긴 화분을 뒤집자 화분 밑바닥이 모자라 옆으로 뻗친 뿌리가 드러났다. 2년생 단양쑥부쟁이는 탐스럽게 자라 이제 꽃망울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구대학 식물원은 한강유역환경청의 의뢰를 받아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될 경기도 여주군 강천섬에서 단양쑥부쟁이의 씨앗을 받아 인공증식했다. 씨앗은 대부분 싹이 텄고 잘 자랐다.
“길고 왕성한 뿌리 발달은 유기물이 거의 없는 모래와 자갈 강변에서 자란다는 증거”라고 전정일 신구대학 원예디자인과 교수는 말했다. 
그렇다고 단양쑥부쟁이가 억센 생명력을 지닌 것 같지는 않다. 이 식물은 햇빛을 아주 좋아해 그늘이 드리운 곳에선 살지 못한다. 유기물이 많은 기름진 땅에서는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다. 결국 홍수로 모래와 자갈이 뒤덮여 다른 식물이 없는 삭막한 강변에서만 단양쑥부쟁이가 근근이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경쟁을 회피하는 약한 모습과 억센 잡초의 얼굴 모두를 지닌 식물인 셈이다.
 
신구대학 식물원은 강천섬의 훼손 예정지 두 곳에서 씨앗을 받은 단양쑥부쟁이를 약 1만 개체로 증식시켰다. 4대강 사업뿐 아니라 대규모 홍수로 여주의 자생지가 송두리째 사라져도 현지에 다시 이식할 수 있는 ‘예비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두 집단 사이에 교잡이 일어나 유전다양성이 단순화하지 않도록 철저히 격리하고 있기도 하다.
 
전 교수는 “단양쑥부쟁이는 척박한 환경에 살면서도 1년생이 아닌 2년생 전략을 채택하고 있고, 형질이 고정돼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등 앞으로 연구과제가 많다”며 “인공증식이 잘 되더라도 먼저 자생지 보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 이 기획은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사업단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마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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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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