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거니는 해변, 표범장지뱀에겐 하나뿐인 집

김자경 2014. 11. 13
조회수 23290 추천수 0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⑧ 표범장지뱀

서식지인 해안사구가 개발에 사라지고 남은 서식지도 발길에 위협

`징그러운데 왜 보호하나' 파충류에 대한 편견 없애는 것도 시급

 

py0.jpg » 표범처럼 얼룩무늬가 있는 작은 도마뱀인 표범장지뱀.   
 
표범장지뱀과 함께한 웃고 울었던 날들
 
바닷가에 놀러 가면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맛있는 음식에 흠뻑 빠지곤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모래사장은 바다로 가기 위해 그냥 지나치는 통로였습니다.
 
표범장지뱀이라는 생명을 알게 된 것도 불과 6년 전인 2008년께였습니다. 비록 복원사업이라는 다소 딱딱한 상황을 통해서였지만, 2년 6개월 동안 이들과의 만남이 저를 울고 웃게 했습니다.
 
사업의 첫 단계는 표범장지뱀 잡기. 서해안 해안가 모래사장 어딘가에서 이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숨을 헐떡거리며 동분서주했습니다.
 
py3.jpg » 나뭇가지에 올라타 해바라기를 하는 표범장지뱀.  

 

표범장지뱀의 특징과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그러한 수고는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작다고 얕보면서 내 한걸음 반경 안에만 들어오면 금방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래 정령처럼 모래 위와 모래 속을 순식간에 옮겨다니는 질주 본능을 가진 생명체였습니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온 본능적 행동이었지만요.
 
표범장지뱀을 만나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알에서 새끼를 부화시켜 길러냈던 때입니다. 1㎝ 남짓한 길이에 흰색인 작은 알을 처음 보고 부화기로 옮기면서 알이 깨어질까 봐 마음을 졸였고, 그로부터 약 50일 뒤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을 본 순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py4.jpg » 표범장지뱀의 알. 50원짜리 동전과 견줘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py5.jpg » 알에서 갓 깨어난 어린 표범장지뱀. 어른과 꼭 같다.   

 

이것이 생명의 신비로움일까요. 자연에서 살던 동물을 인간 품으로 가져오면 질병에 걸리거나 약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그런 과정을 겪었습니다.
 
질병에 걸린 개체를 치료하기 위해 약 처방을 줄이면서 밤새 보살펴 마침내 호전된 것을 보았을 때의 뿌듯함과 안도감, 잘 기른 자식 같은 표범장지뱀 새끼와 성체들을 원래 보금자리로 돌려보낼 때의 시원섭섭함 등 표범장지뱀을 통해서 정말 만감을 느꼈습니다. 표범장지뱀이 얼마나 작고 연약한 생명인지, 또 얼마나 멋지고 당찬 생명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py11.jpg » 사구를 갈아엎는 모습. 표범장지뱀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표범장지뱀에 대한 예의
 
표범장지뱀은 사람의 걸음 하나, 그림자 한 줄기에도 지레 겁을 먹고 도망다니기 바쁜 연약한 생명입니다. 특히 해안가 모래사장에서는 휴가철이 되면 물밀듯이 밀려드는 인파와 쓰레기로 표범장지뱀은 생명의 위협을 느낍니다.
 
해수욕장에는 방갈로나 횟집, 민박집 등의 건물이 즐비한데, 이들은 모두 해안사구를 밀어내고 그 위에 지은 것입니다. 결국 표범장지뱀은 서식지를 빼앗기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거나 위협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py7.jpg » 표범장지뱀의 주서식지인 해안 사구. 각종 레저사업을 위한 개발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py10.jpg » 산속 모래밭도 표범장지뱁의 서식지이다.  

 

해수욕장에 멋지게 펼쳐진 모래사장과 초지는 우리에게는 마음껏 거닐고 걸어다니고 싶은 곳이지만 표범장지뱀에게는 유일한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땅입니다.
 

모래사장을 거닐거나 등산을 하다가 표범장지뱀을 마주치면 쫓거나 잡으려 하지 말고 눈으로만 인사하고 지나가 줘야 합니다. 될 수 있으면 표범장지뱀의 서식 공간을 피해 다른 길로 가는 것도 이 작은 희귀동물을 위한 예의일 것입니다.
 
파충류에 대한 편견과 오해
 
py2.jpg » 가까이에서 본 표범장지뱀.

 

서식지 파괴, 밀렵, 오염 등은 모든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인간 활동입니다. 이에 더해 파충류는 미신이나 혐오감이 더해집니다.

 

‘파충류를 어떻게 보호할까’라고 물으면 많은 이들이 ‘보호라니, 전문가나 할 일 아닌가요’ ‘함부로 잡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파충류는 징그러운데 보호가 필요한가요’ 등으로 대답합니다.
 
물론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도 있습니다. ‘야생동물의 보호와 보전’이라는 말은 들으면 필요하고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실천하고자 하면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야생동물 보호가 결코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각자가 관심을 가지고 사려 깊은 행동을 하면 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이런 노력이 쌓이고 널리 퍼지면 막대한 비용을 들인 캠페인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파충류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파충류는 인간에 비해 약한 동물이지만 생태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그들을 위한 꾸준한 보호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되는 파충류 사랑법입니다.
  

표범장지뱀이란 어떤 동물?

 

py1.jpg

 
황갈색 등에 표범무늬처럼 생긴 알갱이 모양의 무늬를 가진 길이 6~10㎝의 자그마한 파충류이다. 등면의 무늬는 다양하지만 한 눈에 표범장지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개성 있는 모습이다.

 

주로 서해와 일부 남해의 해안가와 섬에 발달한 사구의 초지에서 서식하고 내륙에서는 몇몇 하천이나 산림 지역의 초지, 무덤가, 모래땅에서도 살고 있다. 볕이 따스한 때 일광욕을 하러 나오고 무더운 낮과 기온이 낮은 밤에는 모래 속으로 파고 들어가거나 바위틈, 고목 아래, 식물 뿌리 아래에 들어가서 쉰다.

 

모래 위에서 순식간에 움직여 다니며 거미나 곤충류를 잽싸게 잡아먹는 포식자이다. 동면에서 깨어나 보통 5월께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하여 번식하고 6~7월 모래 속에 알을 낳는다. 8월께 새끼들이 알에서 부화하여 서식지에는 성체와 어린 새끼들이 함께 보인다. 10월부터 활동시간이 줄어들면서 동면을 준비하고 다음해를 기약하며 동면에 든다.

 

표범장지뱀은 서식 장소가 다양하지 않고 범위가 넓지 않다. 또 주 활동기간이 6개월 남짓 짧아 환경변화와 위협에 매우 취약하다.
 
더군다나 표범장지뱀이 사는 해안사구에는 관광지, 숙박업소, 음식점 등 개발이 잦고 주 번식기와 부화시기인 6-8월의 휴가철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서식지 파괴와 생명 위협이 계속된다.
 
4대강 사업이 벌어진 한강 6공구(경기도 여주)에 포함되어 있는 도리섬에는 표범장지뱀이 많은 곳이었다. 공사가 끝난 뒤 그곳 모래 위에 남은 것은 트럭의 바퀴 자국과 황량한 땅뿐이었다. 서식지가 좁은데다 각종 개발과 교란의 위협 때문에 표범장지뱀은 계속해서 멸종위기종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글·사진/ 김자경 강원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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