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무, 이나무…, 이름도 요상한 난대림 천국

조홍섭 2010. 10. 27
조회수 20906 추천수 0
<10> 완도수목원
붉지도 가시도 달리지 않는 붉가시나무도 특이
자생종 752종 보유해, 국내 최대의 집단자생지

 
“서울서 식물 공부했다는 사람도 모르는 나무가 많아요.”
지난 21일 전남 완도군 군외면 대문리에 위치한 완도수목원에 들어서자, 안내를 맡은 직원은 낯선 난대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심하는 눈치였다.
“이 나무가 먼 나무냐?”라고 물어 “이나무”라고 대답해 야단만 맞았다는 이나무와 먼나무, 그리고 붉가시나무도 난대림 수종이다.

완도수목원 나무의 60%를 차지하는 붉가시나무는 참나뭇과의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이지만 붉지도 않고 가시도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무 속 심재와 어린 싹은 붉은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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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벌채권 넘긴 상처 고스란히
 
난대림은 주로 전남 해안과 섬에 분포하는 숲이다. 동백처럼 겨울에도 낙엽이 지지 않는 잎이 두껍고, 표면이 왁스층으로 덮여 있어 건조와 냉해를 막는 것이 특징이다.

수목원 본관 들머리에는 장승처럼 두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학명에 ‘완도’가 들어가 있는 이곳 특산식물인 완도호랑가시이다. 천리포수목원 설립자인 고 민병갈씨가 1979년 완도에서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나무로,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자연교잡종이 섬에 격리돼 탄생한 종이다.

 
 
완도수목원은 완도 본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50㏊의 면적에 752종의 자생 난대수종을 보유해, 국내 최대의 난대림 집단자생지이자 유일한 난대수목원이다.

그러나 이곳의 난대림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마구잡이 벌채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석면 연구사는 “1970년대엔 마을에서 산 위 노루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산림이 황폐했다”고 말했다. 19세기 말 조선 왕실이 일본에 완도 원시림 지대의 벌채권을 넘긴 데 이어 1950년대엔 땔감으로 남벌이 성행했다.

 
특히 붉가시나무와 동백 등 재질이 조밀한 난대수종은 고급 숯 원료로 인기를 끌어, 어민들이 고기는 안 잡고 어선으로 숯을 실어날랐다고 전해진다. 당시의 숯가마 터가 수목원 뒷산에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남아있는 난대림은 수령 30~40년이 많고 대부분 잘린 둥치에서 돋아난 여러 그루의 맹아림으로 이뤄졌다. 이석면 연구사는 “훼손되지 않은 난대림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완도 정도리와 완도항에 있는 작은 섬 주도, 그리고 해남 두륜산 계곡에 일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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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와야 비로소 진가 빛나는 ‘초록 카펫’
 
수목원은 집중 관리하는 40여㏊를 뺀 난대림 대부분을 자생지에 그대로 둔 상태에서 보전하고 있다. 완도의 최고봉인 상황봉(해발 644m)으로 산길을 오르면, 높은 나무가 하늘을 가려 어둑어둑한 숲의 중층과 하층에도 나무가 자라는 복층 구조의 독특한 난대림이 눈에 들어온다. 키 큰 붉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 밑에 동백, 광나무, 황칠나무가 있고 덩굴식물인 마삭줄이 덮고 있다.

 
능선의 전망대에 오르자 초록빛 융단을 펼쳐놓은 것 같은 난대림의 전경이 열렸다. 이석면 연구사는 “수형이 둥글둥글한 난대림 수종이 카펫의 올처럼 보인다”며 “다른 활엽수가 모두 진 겨울이면 햇빛에 반짝이는 초록빛 난대림이 장관을 연출한다”고 말했다.

완도수목원은 기후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주요 지점이다. 80곳에서 동백 등의 잎이 나오고 꽃이 피는 시기를 매주 관찰해 기록하고 있다.

산림청은 평균기온이 2도만 상승해도 남한의 절반 이상이 난대수종이 자랄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뀌고, 4도가 오르면 고산지역과 아열대림이 들어설 남해안을 뺀 남한 전역이 난대림 가능지역으로 바뀐다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장차 완도의 상록활엽수림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게 산림청의 연구결과이다. 난대림이 파편화돼 있고 종 다양성이 낮아 빈자리를 채울 종이 없기 때문이다.

오구균 호남대 조경학과 교수는 “상록활엽수가 퍼져나갈 기반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며 “남해안의 섬과 해안 8부 능선에 띠 모양으로 상록활엽수림대를 조성해 이들의 종자가 확산해 나가도록 하면 20~30년 안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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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이 기획은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사업단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마련됐습니다. 

참가시나무 황칠나무 녹나무 등
약재, 도료, 방향제로 두루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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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대림은 온대와 열대 사이에 분포하는 숲으로, 온대지방에 위치하면서 난류의 영향으로 상록활엽수가 자라는 곳이기 때문에 난온대림이라고도 부른다. 연평균 기온이 14도 이상이며 연평균 강우량 1200㎜ 이상인 남해안 지역이 주 분포지이다.

산림청이 집계한 전국의 난대림은 약 9850㏊이며 이 가운데 92%인 9054㏊가 전남 해안과 섬에 위치한다. 넓은 면적의 상록활엽수림은 완도 상황봉 일대, 보길도, 진도 등에 분포하며 나머지는 작은 면적의 숲이 흩어져 있다.

 
 
외국에는 일본 규슈 이남, 중국 남동해안, 지중해 연안, 미국 서부 해안, 칠레 연안, 남아프리카 희망봉 일대, 오스트레일리아 해안 등에 난대림이 있다.

난대림은 잎이 반짝이는 상록활엽수로서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는데다 환경오염에 강하고 나무에 포함된 성분이 약재, 장식재, 천연도료, 방향제, 방부제 등으로 이용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참가시나무의 잎이나 잔가지를 말려 차로 끓여 마시면 요로 결석에 효과가 있고, 황칠나무는 황금색을 내는 전통고급 도료이고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안식향을 낸다. 호랑가시나무는 성탄절 장식과 생울타리 용으로, 녹나무에서 추출한 캄파향은 강심제 원료로 쓰인다. 이밖에 겨울에도 붉은 열매를 매다는 이나무와 감탕나무, 잎자루가 붉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굴거리나무와 후박나무는 조경용과 가로수로 개발 가치가 크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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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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