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대형 물그릇에 물 가둬두면 썩는다
③ 수질 좋아진다는데
"저장수량 늘어 수질 개선"↔체류일 증가해 부영양화
"총인처리 늘려 오염 줄여"↔주변개발로 하·폐수 늘것

■ 정부 주장은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수질오염을 든다. 4대강이 “생활 오폐수, 공장폐수, 축산분뇨, 각종 쓰레기 등으로 생명을 잃고 신음하고 있다”는 것이다.(환경부, ‘4대강의 진실’) 그리고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수질이 개선되고 풍부한 수량으로 친환경적인 수생태계가 조성된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정부는 보를 짓는 이유로 물그릇을 키워야 수질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물그릇 론’이다. “물이 부족하면 수질이 나빠진다. 보는 물 저장량을 늘리고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 수질을 개선하는 큰 물그릇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환경부, ‘4대강의 진실’). 강에 보를 설치해 많은 물을 저장하면, 오염물질이 희석돼 오염농도가 낮아진다는 논리이다.
정부는 물그릇 론의 효과가 이미 북한강에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강은 화천댐, 소양댐 등 댐이 6개나 있어 강물의 체류시간이 길지만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급수를 유지할 정도로 수질이 양호하다는 것이다(‘4대강 살리기’ 홈페이지).
정부는 이에 더해 34개 유역에 총인처리시설을 확충하는 등 4대강으로 흘러드는 오염물질 농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수질 모델링을 한 결과,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2급수 이상인 좋은 물의 비율이 2006년 76%에서 2012년 86%로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 따져보니
4대강은 썩은 물인가?
정부는 4대강을 ‘썩은 물’로 묘사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전만 해도 ‘4대강 수질이 좋아졌다’고 밝혀왔다. 환경부는 2006년 물환경관리기본계획에서 “1997년 이전까지 악화 추세에 있던 4대강 주요 지점의 수질이 4대강 대책 추진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 추세”라고 밝혔다. 수질개선 사실은 2008년 <환경백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는 하수와 폐수 처리장을 확충하면서 유기물질 오염은 많이 줄었지만 처리장을 통하지 않고 도로나 농토 등에서 흘러드는 비점오염원과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인 오염이 늘어나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인식에서 정부는 기존 하·폐수 처리장 중심의 농도 관리에서 오염물질 발생 자체를 막는 총량 규제와 비점오염원 관리 강화 등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었다.
보 만으론 수질 개선 효과 없다

문제는 4대강 16곳에 설치되는 보다. 보는 물을 가둬, 강을 호수에 가깝게 만든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의 연구에서는 낙동강에 보를 11곳 지을 때(현 계획은 9곳), 강물이 머무는 시간은 18.3일에서 191일로 늘어나, 강의 특성이 완전히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플랑크톤은 부족한 영양분인 인 농도가 높아지면 급격히 번식한다. 죽은 플랑크톤이 호수 바닥에 쌓이면 산소를 고갈시켜 오염을 더욱 악화시킨다. 하수처리장 등에서 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천의 하류는 물론이고 상류에서도 돌에 미끈미끈한 부착조류가 붙어있는 등 이미 부영양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만일 보로 물이 갇혀 물의 체류시간마저 늘어난다면 녹조현상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보(댐)가 갖는 수질 정화능력의 사례로 내놓은 북한강의 소양호에서도 녹조가 매년 나타나고 있다. 윤제용 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는 “더욱이 북한강 인근의 호소엔 인구가 적어 흘러드는 오염물질이 매우 적다”며 “대도시에 인접한 4대강과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 이후의 수질이 낳아진다는 근거로 제시한 수질모델링의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된다(보조기사 참조).
실제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예측한 수질 예측 결과는 부영양화와 녹조 현상이 일어날 것임을 보여준다. 에스케이건설의 ‘낙동강20공구(경남 의령·창녕·합천) 수리 및 구조 계산서’를 보면, 총인과 총질소가 0.26㎎/ℓ과 4.64㎎/ℓ로 각각 호소 수질 2등급보다 9배, 12배 높게 나왔다. 높은 인 농도 때문에 부영영화가 우려되는 수치다. 두산건설이 제출한 낙동강 32공구 예측치를 보면, 연간 부영영화가 일어나는 날이 현재 20일에서 보 건설 뒤 35일로 늘어나, 오니(오염된 진흙) 배수관과 비상수 처리 시스템 등 특별 장치를 설치해야 오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4대강 개발로 오염 심해져
수질 기준을 높이고 총인처리시설을 설치한다고 수질이 좋아질까? 하·폐수처리장에 흘러드는 유입수와 4대강 상류 지천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하·폐수처리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하천으로 유입되는 비점오염원 대책도 4대강 사업에서는 등한시됐다.
4대강 사업 이후 도로, 공원, 위락시설 등이 강 주변에 들어서면 여기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정화시설을 설치해 수질 농도를 맞추더라도 오염 총량은 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정부가 ‘4대강 마스터플랜’에서 내놓은 수질 예측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도로 등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도 문제다. 2015년 4대강의 비점오염원 비중은 65~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질오염총량제, 수변구역제도, 물이용부담금제 등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주민이 합의한 수질정책의 기초들이 흔들리고 있다. 수질오염총량제는 각 지자체가 3년 동안 작업했던 기본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며, 개발행위를 엄격히 제한한 수변구역도 4대강에 들어설 각종 시설로 인해 껍데기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천의 오염원을 그대로 둔 채 본류 중심의 수질 정책을 펴는 것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환경부도 이미 폐기한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폐기된 방식이 4대강 사업에서 부활했다는 것이다. 김좌관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 정부의 수질 정책은 낙동강 페놀사태 이전으로 후퇴했다”며 “가동보를 늘 열어놓으면 모를까 수질 관리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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