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생태계 97% 정상" 확인하고도 삽질 강행

조홍섭 2010. 11. 24
조회수 49037 추천수 0

 
 ④ ‘생명의 강’ 만든다는데
"퇴적토탓 수질악화"↔낙동강 수심 이미 깊어져
"16개 보로 생태복원"↔습지·여울 없애 환경교란
 
 
img_011.jpg

 
■ 정부 주장은
 
정부 “죽은 강을 물과 생명의 강으로 만든다”
  
정부가 내놓은 4대강 사업 홍보문에는 ‘생명’, ‘생태’, ‘복원’ 등의 말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4대강 사업 공식 홈페이지의 제목은 ‘생명이 깨어나는 강’이다. 정부가 보기에, 현재의 4대강은 ‘죽은 강’이다. 원인은 “허옇게 바닥을 드러내며 강의 흐름을 막고 있는 퇴적토” 즉, 강 모래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량이 적어 수질도 나쁘고 배도 다닐 수 없다.(환경부 ‘4대강의 진실’).

 
심명필 4대강 살리기 본부장은 “4대강 사업은 아련한 기억 속 추억을 현실로 만들 것”이라며 “우리를 떠났던 동식물들도 돌아오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국토해양부·환경부 ‘4대강 생태지도’) 이렇듯 정부가 그리는 ‘4대강의 미래’는 물과 생명이 넘쳐나는 ‘생태하천’이다. 자꾸 쌓이는 모래를 걷어내고 16개 보를 설치하면 물이 많아지고 수질이 개선돼 생태계가 복원되고 자연하천으로 바뀐다.(국토해양부 ‘4대강 마스터플랜’)

 
■ 따져보니 
자연형 하천에서 인공형 하천으로
 
하지만 정부는 4대강 생태계를 건강하게 여기고 있었다. 환경부가 2008년 봄과 가을 두 차례 4대강 사업구간 142곳의 수생태계 건강성을 조사한 결과, 72.5%가 ‘양호’ 이상 등급을 받았다. 평가는 ‘최적’ ‘양호’ ‘보통’ ‘불량’ 등 4개 등급으로 이뤄진다. 물과 환경을 살리기 위해 사업을 해야 하는 곳은 별로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4대강의 모습은 자연하천일까, 인공하천일까? 정부가 제시한 자연하천과 인공하천의 기준은 간명하다. 환경부는 2003년 6월에 낸 ‘2004 자연형 하천정화사업 추진지침’에서 ‘자연형 하천에 반하는 하천사업’으로 △하상 굴착(강바닥 준설) △수생생물의 이동이 불가능한 낙차공 및 보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재밌게도 여기에서 제시된 사례가 4대강 사업의 핵심이다. 이 기준에 비쳐보면, 4대강의 미래는 ‘자연형 하천에 반하는 모습’이다.

 
환경부가 이 기준을 제시한 이유는 사업 내용이 자연형 하천에 부합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갑작스런 추진으로 인해 정책 방향은 수정될 처지에 놓였다.
 

 
img_012.jpg

 
여울과 습지 사라진다
  
그럼 자연형 하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곳곳에 여울이 있고, 모래밭과 습지가 발달했다. 갈수기에는 모래밭을 드러내는 게 한반도 하천의 자연스런 모습이다. 계속되는 퇴적 때문에 강이 신음하고 있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과거 낙동강은 지금보다 얕았다. 환경정책평가원은 지난해 12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정 하천공간 확보방안 연구>에서 오히려 인공적인 영향으로 낙동강 수심이 깊어졌다고 밝혔다. “1960년대 이후 산림녹화와 댐 조성으로 토사 유입이 줄었고, 계속되는 골재 채취로 지류 유입부를 제외하고는 퇴적이 아닌 침식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낙동강의 평균수심은 1910년대 2.95m에서 2000년대 4.41m로 1.5배 깊어졌다.

 
5억2000만㎥를 긁어내는 대규모 준설작업으로 4대강은 더욱 더 큰 침식 하천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자료를 보면, 4대강 사업 구간에 포함되는 하천습지는 158곳이다. 이 가운데 준설 지역에 포함된 습지 80곳이 영구 침수되거나 소실된다. 모래톱, 하중도도 없어지고 자전거도로와 생태공원 등으로 강변 환경이 교란될 전망이다.

 
길고 긴 호수가 되다
  
강 생태계도 ‘호소 생태계’로 변할 전망이다. 준설로 인해 수심이 깊어지고 습지는 줄어든다. 얕은 물에 사는 여울성 토종 민물고기보다 깊은 곳에 사는 어류가 우세종으로 등장한다. 법정보호종인 흰수마자와 돌상어, 꾸구리, 얼룩새코미구리, 묵납자루는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큰입배스 같은 외래종과 잉어, 붕어 등 깊은 수심에서 사는 물고기가 많아질 것이다. 또한 수심이 낮은 하천이나 범람원, 강 하구에 서식하는 물새의 서식 환경도 악화될 전망이다. 물이 괸 곳에서 사는 담수성 오리보다 먹이를 찾기 위해 잠수를 하지 않는 수면성 오리가 먹이 경쟁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강 주변의 식생도 외래종 중심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화 고려대 교수(환경생태공학)는 지난달 말 열린 고려대 환경구조단 포럼에서 “서울 양재천의 경우, 자전거 도로 등 공원화 사업으로 환삼덩굴과 가시박 같은 덩굴식물이 많아져 자생초본류가 2005년 429종에서 2010년 318종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4대강변도 양재천변을 확대한 모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이런 생태계 변화는 대형 댐을 축조하면서 되풀이됐던 일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유엔에 제출한 생물다양성협약 보고서에서 “소양호, 대청호 등 인공호수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깊은 수심의 호소 생태계를 생성해 자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지적했다. 4대강은 강이라기보다는 기능적인 ‘물그릇’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는 “흐르는 하천이 아니라 보와 보로 막힌 거대한 인공호수로 탈바꿈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부실한 수리모형실험…공사 이후 안전보장 못한다
공사 시작된뒤 수리모형실험 보 설계 잘못돼 안전성 우려
 
4대강에 설치되는 16개 보는 최적으로 설계됐을까? 아직도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수리모형실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와 댐 같은 대형 하천구조물을 설계할 때는 수학적 공식을 이용한 ‘수치모의 실험’과 하천지형을 축소해 만든 ‘수리모형 실험’이 먼저 이뤄진다.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유량과 유속, 지형 변화를 시뮬레이션해야 적합한 하천 구조물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서 수리모형실험은 공사와 함께 진행됐다. 앞뒤가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4대강에서 건설 중인 보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의심되는 대목도 발견되고 있다.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수자원학계의 원로들에게서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8월말 열린 수자원학회 원로포럼에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원로학자 18명이 참석한 이날 포럼을 정리한 수자원학회지 <물과 미래> 최근호를 보면, 낙동강 보는 가동보(보의 수문)의 비율이 적어 홍수 때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학자가 많았다. 낙동강 8개 보의 총 연장은 4094m로, 가동보 구간은 1197m(29%)다.

 
한 참석자는 “보별로 가동보 2~3개로는 홍수 때 가동보에서 제트 플로우(급류)가 발생할 위험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른 참석자는 “물받이 유속이 비상시 초속 7.63m까지 발생하고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설계 유속을 초속 4~5m로 낮추자는 제안도 나왔다.

 
지난 7월 농어촌연구원의 낙동강 23공구 수리모형실험보고서에서도 강정보 가동보의 유속 문제가 지적됐다. 가동보가 완전히 열린 상태에서 2년 빈도 홍수가 났을 때, 물이 가동보로 쏠림에 따라 유속이 지나치게 빨라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강바닥 침식이 염려된다며 가동보를 완전히 열지 말고 조금만 열어 물이 고정보로 넘쳐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빈도의 홍수에 가동보를 닫고 고정보로 넘쳐흐르게 해야 하는 상황은 치밀한 설계를 하지 않은 방증이어서 두고두고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설계의 난맥상이 빚어진 이유는 뒤늦게 이뤄진 실험도 전 구간을 연결해 하지 않고 8개 보로 쪼개서 했기 때문이다. 한 지방대학의 토목공학과 교수는 “심지어 실험마다 축적이 다르다”며 “상류에서 하류까지 물길을 연결한 실험(종관 실험)을 해야 어느 지점에서 물이 빨라지고 정체되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종영 기자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4대강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4대강 사업 성공했다고? 유럽판 4대강은 복원 중4대강 사업 성공했다고? 유럽판 4대강은 복원 중

    김성만(채색) | 2011. 11. 10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도 강 개발 사업이 있었지만 다른 점이 많습니다. 본류에 댐을 연속적으로 여러개 세우고, 대규모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강 주변 습지를 무분별하게 훼손한 것 등입니다. 이런...

  • 생활용수는 충분…사업 위해 물수요 '부풀리기'생활용수는 충분…사업 위해 물수요 '부풀리기'

    조홍섭 | 2010. 11. 24

       ⑥ 물부족 해결한다는데"유엔이 정한 물부족 국가"↔잘못된 표현 다시 들먹"2012년까지 13억㎥확보"↔용도별 수요 설명 못해    ■ 정부 주장은  “한국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이다.” ‘소통하는 정부의 대표블로그 정책공감’에 들어가면 ‘4대...

  • 홍수는 지류서 심한데 본류부터 '거꾸로 정비'홍수는 지류서 심한데 본류부터 '거꾸로 정비'

    조홍섭 | 2010. 11. 24

        ⑤ 홍수 예방 한다더니"준설로 홍수위 낮아져"↔지류에 미치는 영향 미미"보 열어 수위조절 가능"↔호우예측 어려워 역부족    ■ 정부 주장은본류 수위가 지류에도 영향 미친다?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경남도가 4대강 사업 반대 ...

  • 16개 대형 물그릇에 물 가둬두면 썩는다16개 대형 물그릇에 물 가둬두면 썩는다

    조홍섭 | 2010. 11. 24

       ③ 수질 좋아진다는데 "저장수량 늘어 수질 개선"↔체류일 증가해 부영양화"총인처리 늘려 오염 줄여"↔주변개발로 하·폐수 늘것    ■ 정부 주장은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수질오염을 든다. 4대강이 “생활 오폐수, 공장폐수,...

  • 새 일자리 34만개는 '뻥'…그나마 대부분 '알바'새 일자리 34만개는 '뻥'…그나마 대부분 '알바'

    조홍섭 | 2010. 11. 24

       ② 일자리 생긴다더니"취업유발계수 이용 계산"↔현실과 전혀 맞지 않아"정부발표 하루 1만 364명"↔인력 76%가 날품노동자    ■ 정부 주장은  정부는 지난해 6월 4대강사업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4대강공사로 전 산업 분야에 34만개의 일자리...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