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삵, 닭장에 침입한 게 잘못일까

김봉균 201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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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중지 기른 닭 떼죽음 이해할 만, 덫보단 예방책 필요

소비자도 무관치 않아…정확한 실태 파악과 예방, 보상 뒤따라야


737288_561145083998127_1348894908016098117_o.jpg »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양이과 야생동물 삵. 멸종위기 야생 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지만 양계 농민에게는 피해를 주는 동물일 뿐이다. 그러나 공존의 길은 분명히 있다.


삵이 덫에 걸렸다. 그것도 ‘창애’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덫에 말이다. 멸종위기 야생 생물 2급에 해당해 법으로 보호하는 삵이 왜 이런 덫에 걸리게 되었을까?


사람이 덫이나 총을 이용해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경우는 대개 이렇다. 동물의 털이나 가죽을 얻기 위해, 근거 없는 보신 문화로 야생동물을 섭취하기 위해, 연구·전시·사육을 위해, 사냥을 취미로 삼고 즐거움을 얻기 위해, 동물을 혐오하기 때문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동물이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손해를 끼치거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삵이 덫에 걸린 곳은 어느 양계 농가였다. 요 며칠 녀석이 양계장에 침입해 닭을 물어갔다. 물어간 한, 두 마리 닭이 피해의 전부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일반적으로 양계 농가는 닭을 좁은 공간에서 집단으로 사육한다. 삵이나 수리부엉이 같은 포식자가 닭을 노리고 양계장에 들어오면 놀란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하거나 포식자를 피해 무리 지어 몰려다니다 넘어져 밟히거나 서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닭을 사육하는 농장 주인은 큰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


c1.jpg » 침입자로 인해 폐사한 양계장의 닭.


크고 작은 피해가 반복되자 농장 주인은 침입하는 녀석을 잡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덫을 사와 양계장에 드나드는 길목에 설치했다.


삵은 이 덫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걸리게 됐다. 농장 주인은 자신과 닭에게 피해를 주는 삵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도 전에 막상 덫에 걸려 몸부림치는 녀석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구조센터에 구조를 요청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만난 삵의 몰골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덫에 걸린 뒷다리는 잘려나가기 직전이었고 상처 부위엔 파리가 들끓었고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덫에 걸린 뒤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다치게 되었는지 오른쪽 눈이 심하게 부어 있기도 했다. 


덫을 제거하고 구조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녀석은 무척이나 예민한 상태였다. 사람이 놓은 덫에 걸렸으니 사람이 그리도 두려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이었다.


c2.jpg » 덫에 걸린 삵의 모습. 다리가 거의 절단되기 직전이었다.



녀석을 포획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던, 정작 덫을 설치했던 양계장 주인의 표정에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자신이 덫을 설치한 걸 후회라도 하는 듯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생명체를 지켜보는 것이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양계장 주인의 선택을 쉽사리 비난할 수도 없다. 양계장 주인의 마음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애지중지 기른 닭들이 예기치 못하게 죽어 나갈 때의 심정이 오죽 화나고 안타까웠을까. 특히 그에겐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과 방법이 잘못되었다.


c3.jpg » 검사와 치료를 위해 마취 중인 삵의 모습.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없었을까?


포식자가 양계장에 침입하는 것이 확인된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침입을 막을 수 있도록 양계장을 보수하거나 외벽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침입하는 동물을 포획해 처리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 동물을 제거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동물이 양계장에 나타나지 않겠는가. 


나아가 만약 포획을 시도한다면, 덫의 선택에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창애는 동물이 덫의 일부분을 밟으면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날카로운 톱니를 지닌 부분이 맞물려 동물의 신체를 무는 구조이다. 이 덫에 동물이 걸리면 피부와 근육의 손상, 골절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신경이 손상되거나 절단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c4.jpg » 결국 다리는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덫의 종류는 다양하다. 창애나 올무처럼 신체 일부에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덫이 있지만, 포획 틀과 같이 조금은 더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덫도 있다. 만약 이러한 덫을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안전하게 포획해서 양계장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삵이 살기 적합한 환경에 풀어준다면 서로가 받는 피해를 해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c5.jpg » 일반적으로 '덫'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이 바로 이 '창애'일 것이다.


결국 삵은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덫이 너무 깊게 파고들어 이미 돌이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구조센터에 머물면서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오랫동안 평가받아야 했다. 


그렇게 약 3개월이 흘러 삵은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비록 다리를 잃었지만, 녀석이 쌓던 삶의 역사는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양계장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c6.jpg » 수술을 받는 삵.


야생동물은 왜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일이 양계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해 야생동물로 알려진 고라니나 멧돼지, 까치와 같은 동물이 밭에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라니나 멧돼지는 이동하다가 저도 모르게 도심이나 민가에 진입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후에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수많은 사람과 무섭게 내달리는 자동차, 소음, 불빛에 놀라 극도의 흥분상태가 된다. 


흥분하니 난폭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덩달아 사람들도 놀라거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난폭함은 사실 그들에겐 살고 싶다는 표현이자 절박한 저항의 수단이다.


그 때문일까? 이런 유해 야생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피해만 끼치고, 난폭하기까지 한 동물이라고. 그래서 무분별하게 잡아 없애고, 어떠한 가학적 처치를 가해도 상관없는 존재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해도 괜찮은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c7.jpg » 밀렵으로 올무에 걸려있는 멧돼지를 구조하기 위해 마취가 진행되고 있다. 김영준


그렇다고 직접 피해를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금과 노동력을 들여 정성껏 재배하고 키워낸 농작물이 하룻밤 사이에 망가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도 야생동물의 생존권만큼이나 중요하게 헤아려야 한다. 동물의 접근을 적절히 예방하고 차단하고, 동시에 서로에게 경제적, 감정적, 생명의 소모만을 불러일으키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물이 꺼리는 초음파를 발생시키거나 포식자의 소리, 배설물을 농장 부근에 뿌려두는 방법, 전기 목책, 폭음탄 등 이미 시행되고 있는 예방법도 다양하다. 물론 필요하다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직접 포획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사전에 피해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방 노력을 먼저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20160818194255.jpg » 정성껏 기른 농작물이 야생동물에 의해 망가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을 피해 당사자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농작물의 생산자와 야생동물의 갈등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농작물을 소비하는 우리와도 뗄 수 없는 문제이다. 


피해를 겪는 농장에 대한 예방책 지원, 피해 정도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이에 걸맞은 투명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먹을 농작물의 가격이 다소 상승할 수밖에 없다면,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심도 갖춰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인간의 거주지 확대와 농토 확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 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됐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워진 동물에게 양계장이나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얼마나 유혹적인가.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 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서 혹은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이 산에 올라 임산물을 채취하고 도토리를 주워 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야생동물이 사람들의 거주지 부근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야생동물이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c8.jpg » 야생동물이 나름대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 글에서 다룬 삵 이야기는 2012년에 발생한 사례입니다.)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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