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인류 인플루엔자‘로 멸종할 것인가?

조성화 2016. 12. 22
조회수 6167 추천수 1
영화로 환경읽기 15. <해프닝>
조류인플루엔자는 빽빽한 곳에서 기르는 ‘공장식 사육’ 탓
지구에 버거운 인구 과밀로 식물이 ‘자살 바이러스’ 살포?

일괄편집_해프닝_01.jpg » 우리는 땅에 묻는 것으로 AI를 통제해 보려고 한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AI가 발생하면 우리는 AI 발생 인근 지역의 차량 이동을 통제하고 해당 지역 가금류를 모두 도살 처분한다. 
 AI가 전국적으로 번져 큰 문제가 되었던 2014년 한 해에 도살 처분된 가금류가 1446만 마리였는데, 2016년 12월 현재 도살 처분된 가금류가 이미 19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올해가 가기 전에 도살 처분되는 가금류는 2000만 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몇 백, 몇 천 마리가 아니라 자그마치 2000만 마리의 생명이 산 채로 땅에 묻히는 것이다.
 AI가 유행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도살 처분 됐다는 기사는 연례행사처럼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우리가 AI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AI가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고 사람이 AI에 걸리면 치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소의 경우에는 광우병이, 돼지의 경우에는 구제역이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같은 질병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동물들이 작은 공간에서 너무 많은 수가 사육되면서, 환경이 열악해지고 이 탓으로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일괄편집_해프닝_02.jpg » 첨단 원형 축사의 소는 머리를 맞대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러한 질병의 창궐은 어쩌면 동물이 우리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수용력을 초과하는 인간이 자신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을 마구잡이로 기르고 죽이고 먹는 것에 대해 동물이, 자연이 보내는 서늘한 경고인 것이다. 
 그나마 우리가 조류독감과 광우병, 구제역을 여러 가지 방법을 써가며 힘들게나마 통제할 수 있는 것는 닭, 소, 돼지가 사육시설에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경고를 가축과 같은 동물이 아니라, 식물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상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풀과 나무가 인간의 삶의 방식에 위기감을 느끼고,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려서 인간을 멸종시키려 든다면?
 아주 엉뚱한 상상으로 들리는 이러한 내용을 영화화 한 것이 바로 <해프닝>이다. 감독은 그 유명한 반전 영화 <식스 센스>를 만든 ‘나이트 샤말란’이다. 

  일괄편집_해프닝_03.jpg » 영화 <해프닝> 포스터.

 영화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사람들이 대규모 자살을 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갑자기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갖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자살하기 시작한다. 건물 위에 있던 사람들이 건물 밑으로 뛰어 내리고, 경찰은 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문제는 도시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들이 죽게 될 때까지도 왜 사람들이 자살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괄편집_해프닝_04.jpg »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자살하기 시작한다.
 
  해프닝_05-1.png » 한국 총인구 중 도시 거주자 비율.사람들이 상당수 죽은 뒤에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선 일정 수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하고, 이러한 현상이 공기를 통해서 전달된다는 것이다. 즉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자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상황이 종료되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영화 <해프닝>은 도시에 사람들이 너무 높은 밀도로 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도시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환경 또는 사람들 서로 서로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괄편집_해프닝_05-1.jpg » 이미 우리나라는 10명 중 9명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에 대한 위협을 감지한 자연 환경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밀도를 조절하려고 하고, 이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은 다름 아닌 식물이다.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나무와 풀에서 화학물질이 배출되고, 이 물질이 공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달되며,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약간의 화학물질이 동물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또 아주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괄편집_해프닝_06.jpg » 식물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해프닝>의 한 장면.
 
 어쨌든 영화는 지구상에 너무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특히나 그런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의 방식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앞선 조류독감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영화 해프닝의 허무맹랑해 보이는 설정이 마냥 가볍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개체가 열악한 환경에서 살게 되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생성되는 것을 우리는 이미 조류독감과 광우병, 구제역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바이러스를 쉽게 통제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닭과 소, 돼지에게만 발생하라는 법은 없다. 샤말란 감독은 우리 인간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도시화가 심해지며, 점차 열악해 지고 있는 자연 환경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창궐하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그러한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우리는 그러한 바이러스를 ‘고병원성 인류 인플루엔자’(HI)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영화 <해프닝>에서는 일련의 사건들이 말 그대로 해프닝처럼 다소 허무하게 결말이 나 버리지만, 만약 지구상에 실제로 HI가 퍼진다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HI를 통제하기에는 지구상에 환경이 열악한 도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HI가 발생하면 방역 전문가들은 우리가 지금 닭, 소, 돼지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HI가 발생한 지역 수 킬로미터 주변 사람을 모두 땅에 묻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게 될까? 한번 지켜볼 일이다.
 조성화/ 환경과교육연구소 대표·수원시 기후변화체험교육관 팀장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최근기사 목록

  • 외계인에 말 거는 것처럼 지구를 대하라외계인에 말 거는 것처럼 지구를 대하라

    김희경 | 2017. 05. 23

    영화로 환경 읽기 20. <컨택트>영화는 모르는 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묻는다모르면서 하는 과감한 행동은 누군가의 의도에 놀아나는 것    <컨택트>(외래어 표기법으로는 ’콘택트’라고 해야 옳다)는 2016년에...

  • 인간보다 뛰어난 미래 AI는 왜 인간이 될 수 없나인간보다 뛰어난 미래 AI는 왜 인간이 될 수 없나

    권혜선 | 2017. 04. 19

    영화로 환경읽기 19. <공각기동대>육체와 정신이 상호작용해야 인간, 심신이원론과 인간중심주의 파탄기술발달로 인간과 기계 경계 불분명해질수록 '인간은 무엇인가' 질문 나와1995년, 애니메이션 한 편이 개봉되었다. 뛰어난 영상과 함께 인간과...

  • 영화라 다행이다, 미리 알려줘 고맙다영화라 다행이다, 미리 알려줘 고맙다

    김찬국 | 2017. 03. 15

    영화로 환경읽기 18. <판도라>후쿠시마 사고 6돌, 판도라의 희망은 핵 없는 사회로 갈 기회 잡는 것돈보다 사람과 안전 우선 세상 돼야, 40년 쓰자고 10만년 부담 남겨서야이 글은 2016년 12월 개봉해 약 450만 명(누적 관객수, 영화진흥위...

  • 우주 식민지에 미래가 있을까우주 식민지에 미래가 있을까

    조성화 | 2017. 02. 21

    영화로 환경읽기 17. <패신저스>지구 안에서처럼 지구 밖에서 식민지 찾는 ‘병원체 문명’아무리 발달한 첨단기술도 인간관계와 자연 제공 못 해언제부턴가 공상과학영화 속 지구는 생기를 점차 잃고 죽어가는 행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2...

  • 그후 10년,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은 아침에 눈 뜨는 일그후 10년,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은 아침에 눈 뜨는 일

    안재정 | 2017. 01. 13

    영화로 환경읽기 16. <더 로드>지구 시계가 멈추고 살아 남은 아버지와 아들이 떠난 길희망은 고문일 뿐…어떤 욕망보다 ‘신발과 수레’가 필수    내가 지켜야 될 소중한 것들을 남겨둔 채, 어느 날 세상이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가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