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탈취, 방어…한강은 흰꼬리수리 사관학교

윤순영 2017. 03. 24
조회수 15210 추천수 0
어린 새끼에게 사냥에 필요한 모든 기술 전수
물속에 피한 오리 기다려 협동 사냥 등도 연습

1.jpg » 흰꼬리수리는 참수리와 쌍벽을 이루는 맹금류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보호종이다.

눈앞에 보인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자연을 꾸준히 관찰하다 보면 선입견으로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흰꼬리수리의 먹이 쟁탈전과 다툼을 늘 지켜 보았다. 그런 동물이려니 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 이해했다. 돌이켜 보면 어리석었다. 흰꼬리수리는 교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2.jpg »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채 내려앉는 흰꼬리수리 성조.

지난해 한강 상류와 하류에 걸쳐 46마리 남짓의 흰꼬리수리를 관찰했다. 올해에는 현재까지 어른새 4마리, 어린새 22마리를 한강 상류에서 관찰할 수 있다. 

흰꼬리수리의 주요 월동지는 한강, 임진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남한강, 철원 등의 큰 강과 저수지이다. 전국적으로 200여 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한강은 우리나라 최대의 흰꼬리수리 월동지로 볼 수 있다.

3.jpg » 얼음판에 무사히 내려와 늠름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흰꼬리수리 성조.

맹금류가 대개 그렇듯 흰꼬리수리도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암컷은 무게는 4~6.9㎏이고 수컷은 3.1~5.4㎏이다. 흰꼬리수리가 날마다 먹어야 하는 음식의 양은 500~600g이다. 흰꼬리수리는 몽골. 시베리아 등에서 번식한 뒤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아오는 겨울 철새로 북만주가 번식의 남방 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다.

4.jpg » 어린 흰꼬리수리 가운데 있는 부리 색이 노란 개체가 다 자란 성조다.

흰꼬리수리는 평균 2개 정도의 알을 낳고 포란 기간은 35일 정도이다. 처음 부화한 새끼는 자랄수록 먹이를 받아먹는 횟수가 더 많아진다. 암컷이 주로 알을 품고 직접 먹이를 먹이며 수컷이 간혹 그 일을 넘겨받는다. 새끼들은 5~6주 동안 성장한 뒤 스스로 먹이를 뜯어 먹을 수 있으며 11~12주 쯤 되면 날 수 있게 되지만 둥지 가까운 곳에서 떠나지 않는다.

5.jpg » 어린 흰꼬리수리의 모습.

그 후에도 6~10주 간 부모가 돌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를 처음 찾아오는 어린 새끼들은 보편적으로 1년 미만인 미성숙 흰꼬리수리이다. 어미를 따라와 월동을 한다. 2년 이상 된 미성숙 흰꼬리수리는 학습에 의해 각인된 월동지를 찾아오게 되고 어른이 되면 북해도와 오호츠크해, 캄차카 반도에서 성조로 월동을 하게 된다.

6.jpg » 참수리의 먹이를 호시탐탐 노리며 앉아있는 흰꼬리수리.

우리나라는 흰꼬리수리가 성장하며 살아가기 위한 훈련장이자 디딤돌로 이 맹금류의 생활사에서 매우 중요한 환경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흰꼬리수리가 당당한 어른새로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다 배운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어린 흰꼬리수리의 훈련 모습

7.jpg » 흰 꼬리색의 어미 흰꼬리수리.

8.jpg » 훈련은 실전처럼. 새끼에게 매섭게 달려드는 어미 흰꼬리수리.

9.jpg » 방어에 나선 어린 흰꼬리수리.

10.jpg » 어미 흰꼬리수리는 냉혹하게 새끼에게 공격을 가한다.

11.jpg »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나갈 기술이다.

12.jpg » 위에서 맹공을 퍼붓는 어미 흰꼬리수리, 새끼는 아예 드러누웠다.

13.jpg » 그러나 있는 힘을 다해 어미에게 달려드는 어린 흰꼬리수리.

14.jpg » 역시 역부족이다. 어미 흰꼬리수리가 다시 위에서 내리누른다.

15.jpg » 자리를 피해 도망가는 어린 흰꼬리수리, 어미는 바로 뒤를 따라 추격한다.

한강 상류 팔당에서 태어난 지 1년이 넘지 않은 흰꼬리수리 유조가 사냥술과 먹이 뺏기 등 사냥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어미로부터 습득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관찰된다. 흰꼬리수리도 두루미와 마찬가지로 1년이 지나야 어미로부터 독립하며, 학습과 경험을 터득해 4~5년이 되면 성숙한 어른이 된다.

16.jpg » 어린 흰꼬리수리가 물고기를 잡아와 어미 곁으로 날아오고 있다.

17.jpg » 어미 곁에서 먹이를 먹어야 안전하다. 주위에 먹이를 노리는 참수리와 다른 흰꼬리수리들이 있다.

18.jpg » 어린 흰꼬리수리가 안전하게 먹이를 먹는 동안 어미가 주위를 살피며 지켜주고 있다.

19.jpg » 아니나 다를까 어미 흰꼬리수리가 경고를 보낸다.

20.jpg » 참수리가 어린 흰꼬리수리의 먹이를 빼앗으려 쏜살같이 달려든다.

21.jpg » 어미 흰꼬리수리와 새끼가 재빨리 협공 방어에 나섰다. 오른쪽 위가 참수리이다.

22.jpg » 맹렬한 흰꼬리수리의 방어에 물러서는 참수리.

흰꼬리수리의 세력권은 사방 4~10㎞ 범위이며 흰꼬리수리 어미는 새끼와 협력하여 사냥감을 잡아낸다. 잠수성 오리를 다급하게 만들어 잠수하게 만들고 그 위를 어미와 새끼가 교대로 낮게 선회 비행을 거듭한다. 결국 숨이 찬 오리가 물 밖으로 나오면 낚아채는 것이다.

어미와 새끼의 협공 오리 사냥

23.jpg » 협공 사냥에 나선 흰꼬리수리 어미와 새끼.

24.jpg » 사냥감인 흰뺨검둥오리를 보고 급강하하는 흰꼬리수리.

25.jpg » 다급하게 물속으로 뛰어들어가 피하는 흰뺨검둥오리.

26.jpg » 그러나 물속에서 언제까지 피해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흰꼬리수리가 떠오를 오리를 기다리며 수면 위를 노려보고 있다.

27.jpg » 결국 흰꼬리수리의 날카로운 발톱에 걸려든 흰뺨검둥오리.

28.jpg » 흰꼬리수리가 한 발로 거뜬히 흰뺨검둥오리를 들어올린다.

29.jpg » 두 발로 단단히 흰뺨검둥오리를 움켜 쥔 흰꼬리수리.

30.jpg » 빠져나오려 발버둥치는 흰뺨검둥오리.

31.jpg » 발버둥치고 몸부림칠수록 흰꼬리수리의 발톱은 흰뺨검둥오리의 몸통을 더욱 더 옥죈다.

32.jpg » 사냥한 흰뺨검둥오리를 쥐고 유유히 날아가는 흰꼬리수리.

어린 흰꼬리수리는 사냥감을 가지고 인근 바위에 앉아 먹는다. 어미는 그 옆에서 주변을 살피며 새끼가 안전하게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지켜본다. 

새끼가 먹이를 다 먹을 때쯤 다가가서 먹다 남은 찌꺼기를 처리하고 새끼는 발과 부리를 씻는다. 어미는 가끔 새끼한테 다가가 목을 추어 세우며 소리를 낸다.

33.jpg » 사냥 후에는 바위에 앉아 안전한 자세로 사냥감을 즐긴다.

이는 흰꼬리수리의 가족관계에서 볼 수 있는 행위로 어미와 자식 간의 화답으로 정을 나누는 것이다. 참수리도 이런 행동을 한다. 

어미가 어린 흰꼬리수리의 사냥감을 빼앗는 실전과 같은 연습과 공중전을 벌이는 일은 거의 일상적이다. 까마귀가 물고 있는 사냥감을 끝까지 추적해서 떨어뜨리게 한 뒤 빼앗는 연습도 하며 어미가 공중에서 일부러 먹이를 떨어뜨려 낚아채는 고난도의 훈련을 하기도 한다.

34.jpg » 공중에서 어미 흰꼬리수리가 먹이를 떨어뜨린다.

35.jpg » 공중에서 먹이를 낚아채는 훈련이다.

이런 행위는 어린 흰꼬리수리가 자연의 생존법칙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훈련이자 어미에게는 후세대를 이어가는 방편이기 때문에 혹독한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새끼들도 어미로부터 습득한 공중 비행술과 사냥, 방어, 뺏고 빼앗기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복습한다.

36.jpg » 어린 흰꼬리수리 두 마리가 방어와 공격 기술을 놀이삼아 익힌다.

37.jpg » 과격한 모습이지만 피를 보거나 날개깃이 상하는 일은 없다.

팔당은 흰꼬리수리가 월동하기에 매우 좋은 지리적 환경을 갖추었고 각종 조류와 어류가 풍부하여 어린 흰꼬리수리가 성장하는 과정에 꼭 필요한 장소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야생의 본능을 터득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되지만 인위적인 먹이에 길들어지면 먹이를 기다리며 스스로 사냥할 줄 모르는 초라한 새로 지내게 된다.

38.jpg » 하루의 사냥을 끝내고 석양을 등지며 안식처로 향하는 흰꼬리수리.

흰꼬리수리 사관학교는 이제 방학에 들어갔다. 내년을 기약하며 한강을 떠난 흰꼬리수리는 지금쯤 번식지를 향한 2000여㎞의 힘찬 대장정을 마쳤을 것이다.

(지난 4개월간 흰꼬리수리의 훈련과 사냥 사진 촬영을 위하여 도움을 주신 김응성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남양주지회장께 감사를 드립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자기보다 큰 고라니 기습한 검독수리자기보다 큰 고라니 기습한 검독수리

    윤순영 | 2017. 11. 17

    무심하게 지나치듯 하다 되돌아와 습격, 고라니는 앞발들고 역습최고 사냥꾼 검독수리…사슴, 여우, 코요테, 불곰 새끼까지 덮쳐 11월 13일 충남 천수만에서 탐조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검독수리 한 마리가 고라니를 공격하는 장면을 목격하...

  • 더러운 땅 앉지 않는 큰기러기, 착지 동작도 ‘만점’더러운 땅 앉지 않는 큰기러기, 착지 동작도 ‘만점’

    윤순영 | 2017. 10. 27

    강한 가족애와 부부애로 예부터 친근한 새, 한강하구에 출현해 가을 알려농경지는 아파트와 창고로 바뀌어, 멸종위기종 지정됐다지만 위협은 여전9월 28일 큰기러기가 어김없이 한강하구에 찾아 왔다. 친숙한 겨울철새인 큰기러기가 계절의 변화를 알린...

  • 멸종위기 검은코뿔소의 비극적 종말멸종위기 검은코뿔소의 비극적 종말

    조홍섭 | 2017. 10. 20

    런던자연사박물관 국제 야생동물 사진가 전 대상작불법 침입해 물웅덩이서 밀렵, 가까이서 마지막 사격흉하게 잘려나간 뿔이 아니라면 거대한 코뿔소는 곧 일어서 사바나로 걸어갈 것 같다. 앞발은 꿇고 뒷발은 세운 상태였고 눈은 반쯤 떴다.&nbs...

  • 잠자리 사냥 ‘달인’ 비둘기조롱이의 비행술잠자리 사냥 ‘달인’ 비둘기조롱이의 비행술

    윤순영 | 2017. 10. 18

    인도양 건너 아프리카서 월동 맹금류나그네새로 들러 잠자리 포식 희귀 새지난 9월10일 서너 마리의 비둘기조롱이가 어김없이 한강하구 김포와 파주 평야에 출현했다. 올해도 비둘기조롱이의 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 중·북부 지역은 비둘...

  • 날개로 감싸 물기 차단, 수컷 물꿩이 알품는 정성날개로 감싸 물기 차단, 수컷 물꿩이 알품는 정성

    윤순영 | 2017. 09. 22

    일처다부제로 수컷 물꿩이 알 품고 보육 도맡아…깃털 빠지고 바랠 정도로 헌신거대한 발가락과 화려한 깃털 지닌 '물에 사는 꿩' 모습, 나그네새에서 철새 정착 창녕 우포늪에는  열대지역에 주로 사는 물꿩이 2010년부터 해마다 찾아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