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의 부상 연기, 흰물떼새는 새끼 위해 뭐든 한다

윤순영 2017.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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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바닷가 번식 물떼새, 작지만 영리하고 눈치 빨라

침입자 새끼로부터 멀리 유인하려 날개 다친 척 완벽 흉내


크기변환_DSC_2862.jpg » 여름 깃털의 흰물떼새.


지금은 여름철새들이 한창 산과 들, 바닷가에서 번식하는 시기이다. 영종도 간척지는 흙, 모래, 자갈로 매립돼 있어 물새들이 여기저기 둥지를 틀었다.


크기변환_DSC_9112.jpg » 흰물떼새는 평균 세개의 알을 땅바닥에 낳는다.


크기변환_DSC_9387.jpg » 아직 겨울 깃털을 여름 깃털로 변환하지 않은 흰목물떼새가 알을 품는다.


전 세계의 온대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흰물떼새는 곤충류와 거미류, 갑각류인 옆새우 등 동물성 먹이를 즐겨먹으며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대표적인 물떼새다. 바닷가 모래땅, 하구 삼각주, 하천 둔치와 염전, 간척지, 때로는 산지 논이나 물이 괸 곳에서도 눈에 띈다


적은 수의 개체가 우리나라에 남아 무리지어 번식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기온에 따라 이동하거나 정착하여 살기도 한다.


크기변환_DSC_8681.jpg » 자갈 위를 걷고 있는 흰물떼새.


나무에 둥지를 트는 새들은 새끼의 깃털이 다 자라야 둥지를 벗어나 천적으로부터 위험을 피해 날아갈 수 있지만 땅바닥에 둥지를 만드는 새들은 새끼가 태어나 솜털만 마르면 바로 둥지를 떠날 수 있다. 새끼들은 깃털이 다 자라날 때까지 어미를 따라다니며 보호를 받는다.


크기변환_DSC_7778.jpg » 흰물떼새는 물가에서 작은 곤충과 물고기를 보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사냥한다.


지난 4월 중순께부터 흰물떼새의 번식을 관찰했다. 흰물떼새는 무리지어 번식하며 주변보다 약간 높은 모래 언덕에 오목하게 땅을 파고 내부에 잔돌을 깔아 둥지를 튼다


엷은 회색 바탕에 어두운 갈색 무늬와 곡선 모양의 얼룩이 있는 알을 3개 정도 낳았다.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는다. 번식은 3월 하순에서 6월에 하고 27~30일 정도면 새끼가 부화한다.


크기변환_DSC_1284.jpg » 갓 태어난 흰물떼새가 어미를 찾고 있다.


흰물떼새는 몸길이가 17로 다소 작지만 매우 영리하고 눈치가 빠른 새다. 영역에 대한 경계와 애착이 강해 낯선 것을 보면 종종걸음으로 조금씩 가까이 다가온다. 호기심 어린 큰 눈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살펴보는 모습이 귀엽다. 주변에 있는 새끼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크기변환_DSC_7723.jpg » 새끼를 돌보기 위해 날아드는 흰물떼새.


알을 품는 기간에는 둥지에 접근하는 방해 요인이 있어도 둥지가 발각될까봐 거의 움직이지 않고 결정적인 위협 순간에만 자리를 뜬다. 둥지 주변을 돌며 살피고 해를 끼치지 않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들면 살금살금 걸어서 둥지로 돌아와 알을 품는다.


크기변환_DSC_9949.jpg » 종종 걸음으로 어미 곁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흰물떼새 새끼.


5월에 부화된 흰물떼새 새끼가 빠른 걸음으로 어미를 졸졸 따라다닌다. 가끔은 체온 유지를 위해 어미 품속으로 들어간다. 다른 물떼새가 영역에 들어왔다. 새끼는 순식간에 어미 품속으로 숨는다. 미쳐 어미 품속으로 숨지 못한 새끼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숨을 죽이고 안전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크기변환_DSC_1146.jpg » 어미 곁으로 다가선 흰물떼새 새끼.


크기변환_DSC_1147.jpg » 흰물떼새 새끼는 체온유지와 위협을 피할 때 어미 품을 찾는다.


수컷이 쏜살같이 나타나 침입자를 공격한다.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수컷은 침입자가 물러서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제야 어린 새끼들이 어미 품속에서 나와 돌아다닌다. 새끼들은 항상 어미의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


크기변환_DSC_9751.jpg » 다른 흰물떼새가 영역을 침범하자 쏜살같이 달려가 내쫒는다.


크기변환_DSC_9752.jpg » 침입자가 다급한 맘에 도망가려다 그만 고꾸라졌다.


어미새는 천적이나 사람, 다른 동물이 나타나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마치 다친 것처럼 땅 위에서 날개를 푸드덕거린다. 접근하려고 하면 새끼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조금 날다가 땅 위로 내려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둥지가 있는 척 알을 품는 행동도 한다. 이런 의태행동은 침입자를 새끼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끌어내려는 유인책이다. 새끼의 생존율을 높이는 이런 본능적인 생존전략은 땅 위에 둥지를 트는 다른 새들에게서도 관찰할 수 있다.


 흰물떼새 의태행동 연속동작


크기변환_DSC_3401.jpg » 땅바닥에 업드려 움직이지 못하는 척한다.


크기변환_DSC_3402.jpg » 날개를 들어 올린다.


크기변환_DSC_3403.jpg » 날개가 부러진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크기변환_DSC_3406.jpg » 날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지는 흉내가 완벽하다.


크기변환_DSC_3408.jpg » 날지 못해 아예 나는 것을 포기한 듯이 앞만 주시한다.


크기변환_DSC_3414.jpg » 다시 다친 날개를 이끌고 도망가려는 듯 애를 쓰는 흉내를 낸다.


크기변환_DSC_3415.jpg » 누구라도 날개 다친 연기에 속아 넘어가는 완벽한 흉내다.


크기변환_DSC_3418.jpg » 앞으로 가면서 다리까지 절룩거린다.


크기변환_DSC_3422.jpg » 이젠 아예 날개를 다쳐 몹시 아픈 소리까지 낸다.


새들은 둥지를 틀었던 곳의 환경이 훼손되지 않는 한 평생 동안 그 지역을 번식지로 이용하며 서식하는 습성이 있다. 물새류는 산새들과는 다르게 나무에 둥지를 만들지 않고 맨땅에 둥지를 튼다. 알 색깔도 주변 땅바닥 색과 비슷해서 자세히 살펴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위장색을 띠고 있다. 사람이나 자동차가 무턱대고 번식지에 들어가면 훼손될 수 있다.


크기변환_DSC_3282.jpg » 남의 영역에 들어간 흰물떼새(가운데)가 공격을 받자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개발에 따른 번식지의 감소와 천적 등의 침입으로 많은 알이 희생되고 있다. 특히 영종도는 지금도 산림훼손과 갯벌매립으로 생태를 파괴하고 있지만 생태적 배려는 아예없다. 개발을 하면서 물새들을 위한 인공 번식장조차 마련해주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물새 번식을 위한 공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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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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